쿠팡 와우·유튜브 프리미엄·넷플릭스 꾸준히 가격 인상…정치권 ‘규제 강화’ 논의 진전 없어
유료회원 1400만 명(지난해 말 기준)을 보유한 쿠팡은 지난 12일 유료 멤버십인 와우회원의 월 구독료를 7890원으로 인상했다. 이는 기존 4990원에서 58.1% 오른 수준이다. 이번 인상으로 쿠팡 유료 멤버십 수익은 연 8388억 원에서 1조 326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이 지난 3월 26일부터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선보인 지 보름 만에 구독료를 인상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저가 공세로 구독자 수를 늘려놓고 시장을 장악한 뒤 가격을 인상하는 플랫폼 기업의 전형적인 전략을 사용해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것이다.
쿠팡 측은 “혜택을 확대하고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순서”라며 “멤버십 혜택에 개선된 게 없는 상태에서 가격을 먼저 올리는 것보다 상응하는 훈련 서비스를 먼저 제공하는 게 논리적인 순서일 수 있다”고 했다. 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7890원이라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쿠팡 와우 멤버십 구독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6개월간 와우 멤버십을 이용 중인 한 시민은 “혜택을 준다고 해놓고 갑자기 가격을 인상하니 황당하다”며 어이없어 했다. 그는 “무료배달인 줄 알고 주문하려 보니 정작 내가 시키려는 곳은 무료가 아니었다. 단지 몇 곳 음식점만 무료배달을 하는 것인데 소비자가 헷갈리도록 했다”며 “요금 인상이 시작되는 8월부터 (서비스를) 해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소비자가 주문한 물건을 하루 만에 배송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사를 압도했다. 쿠팡은 시장 지배력이 커지자 큰 폭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쿠팡은 2021년 와우 멤버십 구독료를 2900원에서 72.1% 오른 4990원으로 인상했다. 그런데도 가입자 수는 900만 명에서 1400만 명으로 늘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플랫폼 기업들의 요금 인상은 현 제도에서 문제제기 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최소한 독과점 시장구조에 대한 제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이어 “특히 쿠팡 같은 경우는 이커머스에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다른 시장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하나의 시장 독점 지위를 바탕으로 다른 시장까지 영향력을 넓혀나가는 것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1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쿠팡 유료 멤버십 이용료 인상에 대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 남용행위에 조치를 할 수 있지만 비용 변동에 비해 현저한 가격 상승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해서 실제로 법을 적용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시장 독점에 따른 가격 인상은 국내 플랫폼만의 문제는 아니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한국 소비자의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 가격을 월 1만 450원에서 1만 4900원으로 43% 인상했다. 이용자 기반 플랫폼 시장에서 유튜브의 지위는 압도적이다. 유튜브는 동영상 단독 콘텐츠뿐 아니라 음원 스트리밍, 검색 엔진 등 영역에서 독점을 꾀했다.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들이 무료 구독자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이들이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며 부가적으로 누렸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구독을 해지한다면 음원을 구매하거나 다른 음원 구독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기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해지할 이유가 없다. 또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들의 '광고 없음'의 혜택은 한번 익숙해진 '편안함'을 포기하기 어렵게 만들어 독점 지위를 더욱 견고히 한다.
유튜브 프리미엄 무료 체험판을 쓰다가 유료로 전환해 구독하고 있는 한 시민은 “무료 구독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미 노래도 유튜브로 듣는 상태라 어차피 다른 구독 서비스에 가입할 바엔 지금 사용하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계속 이용할 생각”이라며 “광고를 다시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구독을 끊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OTT 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는 시장점유율 38%를 기록한 2021년부터 꾸준히 요금 인상을 추진했다. 넷플릭스 회원권은 광고형 스탠다드·베이직·스탠다드·프리미엄 요금제로 이뤄진다. 2021년 11월 18일 넷플릭스는 구독 멤버십 중 베이직 요금제는 월 9500원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스탠다드 요금제를 1500원 인상해 1만 3500원으로, 프리미엄 요금제는 2500원 올려 1만 7000원으로 선보였다.
2022년 11월에는 시간당 평균 5분 내외 광고를 시청해야 하는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 요금제는 55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초반에 인기를 끌었지만, 기존 베이직 요즘제의 광고 길이가 15~45초 미만인 것을 고려했을 때 광고 시간 자체가 크게 차이 났다.
지난해 11월 넷플릭스는 1계정당 4명까지 접속이 가능했던 계정 공유 정책을 제한하며 가격 인상 효과를 노렸다. 계정을 공유했던 구독자가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려면 새로운 유료 계정을 만들거나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당시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가구가 무려 1억 명에 달한다면서 이는 매출 저하로 이어졌다며 이 정책을 발표했다. 원래 넷플릭스는 1개 계정에 4명이 접속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시장장악력을 높여왔다.
넷플릭스는 현재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 스트리밍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다. 2024년 4월 기준 넷플릭스 점유율은 35%로 OTT 서비스 중 1위다. 2023년 3월 기준 47%에 비해 감소세지만 OTT 플랫폼 분야에선 여전히 1위다.
정부 당국도 구독경제 기업의 독점화 우려가 높아지자 대응에 나섰지만 현실적인 성과는 미미하다. 온라인 플랫폼 산업이 기득권이나 독점력을 남용해 기업 간 경쟁을 제약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21대 국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법’ 도입이 논의됐다. 독과점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공정한 경쟁을 꾀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국내 플랫폼 기업의 성장이 저해될 것이란 지적이 잇달았다. 규제 대상에 국내 플랫폼 기업만 포함될 뿐 해외 플랫폼 기업은 다수가 배제돼서다. 업계에서는 국내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이 위축돼 해외 기업이 플랫폼 시장을 독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플랫폼 산업의 스타트업도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발이 거세 입법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구독시장은 포화상태”라며 “구독경제 플랫폼 특성상 시장이 한정돼 있다. 약간의 혜택 증가로 가격을 인상해 기존 구독자로부터 수익을 내려는 고육지책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산업 과금 문제처럼 플랫폼 역시 독점을 무기로 한 무분별한 가격 인상은 산업 전반의 위축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보연 기자 by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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