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시아파트너스의 단일 출자자임에도 “전혀 무관” 주장…출자금 주가조작에 활용 인지 여부가 관건
#사실상 고려아연 펀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박건영 부장검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 아무개 씨를 구속 상태로 4월 15일 재판에 넘겼다. 원아시아파트너스 법인도 함께 기소했다.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 씨는 2023년 2월 카카오와 하이브의 SM엔터 인수전을 방해하고자 시세를 조종했다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 SM엔터 주식을 일부러 비싸게 사들여 하이브 등의 매입 작업을 방해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 씨가 펀드 자금 1100억 원을 동원해 363회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매수했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운용자산이 약 5600억 원으로 결코 작지 않은 규모임에도, 그동안 업계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내막을 들여다보니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8개의 최대주주가 전부 고려아연이었다. 사실상 고려아연이 단일 출자자로서 이끈 펀드라는 뜻이다.
실제 해당 펀드 8개와 고려아연 지분율을 각각 보면 코리아그로쓰제1호(94.6%), 아비트리지지제1호(54.6%), 저스티스제1호(99.2%), 바이올렛제1호(87.3%), 텐저린제1호(99.4%), 그레이제1호(99.6%), 하바나제1호(99.8%), 망고스틴제1호(40.0%)다. 지분율이 90% 이상인 곳만 5곳이다.
검찰 수사의 다음 타깃이 고려아연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단연 원아시아파트너스의 돈이 SM엔터 주가를 조작하는 데에 활용된 사실을 고려아연이 몰랐을지에 의문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SM엔터 주가 조작에 쓰인 돈이 고려아연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하바나제1호에서 나왔다는 점도 이 같은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려아연이 펀드 출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만약 알고 있었다면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전범진 변호사(새솔 법률사무소)는 "펀드가 주가 조작에 돈을 쓰는 등 용처를 알았더라면 '공동정범'으로 묶일 소지가 크다"며 "가담에 적극적이지 않았더라도 '방조' 등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순이익 70% 법인세 미스터리
일각에선 원아시아파트너스의 탄생 배경과 존재 이유를 놓고도 물음을 제기한다. 고려아연의 출자 자체가 다소 무리해 보이는 인상이 짙은 데다, 이익률도 통상적인 사모펀드와 비교하면 낮은 탓이다. 게다가 불필요한 지출로 세금은 지나치게 높게 내고 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주목된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원아시아파트너스의 매출액은 2020년 27억 원, 2021년 49억 원, 2022년 87억 원으로 매년 급등했다. 그런데 영업이익이 각각 1억 3600만 원, 3억 4900만 원, 11억 8200만 원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사모펀드 이익률은 20% 이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원아시아파트너스는 1~3.6%에 불과한 셈이다.
반면 영업비용은 눈에 띄게 높다. 같은 시기 각각 25억 원, 46억 원, 75억 원씩 늘려갔다. 고려아연이 펀드 대부분의 사실상 단일 출자자이므로 마케팅 비용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점에 비춰보면, 영업을 위한 비용 외 다른 곳에 주로 돈을 썼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원아시아파트너스가 납부해 온 법인세 역시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2020년 6600만 원, 2021년 3억 500만 원, 2022년 7억 7200만 원씩 납세했다. 매년 순이익의 70%를 웃도는 수치다. 이를 두고 영업비용 대부분이 결국 법인세법상 인정되지 않는 접대나 사치 등 사적 경비로 쓰였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황연하 세무사(세무회계 시연)는 "접대성 경비가 대기업은 기본 연 1200만 원, 중소기업 3600만 원 정도인데 이 금액과 총수입 0.3%의 합계액 정도를 넘긴 금액은 '손금불산입'으로 세무조정을 거쳐 각 사업연도 소득 금액으로 과세된다"며 "법인세 납부액이 영업이익의 약 70% 수준이라면 사적 용도로 돈을 썼다는 분석이 합리적"이라고 진단했다.
2023년 6월 30일 기준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에 출자한 금액은 총 5007억 9000만 원이다. 최초로 출자한 시점은 코리아그로쓰제1호에 713억 원을 투자한 2019년 10월이다. 당기순이익이 6386억 원이었던 때로 이익의 10분의 1이 넘는 돈을 펀드 1곳에 출자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2023년 12월 기준으로 보면 이들 펀드 투자에서 전부 손실을 입었다고 알려졌다. SM엔터 시세조종에 가담한 하바나제1호에는 주가조작 행위가 막 시작된 2023년 2월 처음 투자했는데 1년도 안 된 그해 말 결국 청산하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이 과정에서 SM엔터 주식 2%를 받았다.
#고려아연 "펀드 투자는 내부 결정 시스템 따라"
원아시아파트너스의 SM엔터 시세조종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날이 어디까지 향할지가 남은 관심사다.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 대표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도 이목이 쏠린다. 그가 고려아연을 사실상 단일출자자로 모집할 수 있었던 배경이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는 4월 22일 고려아연 최 회장을 고발까지 한 상태다. 이 단체는 "고려아연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최 회장뿐으로, 원아시아파트너스와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주가를 조작한 펀드의 손해를 고려아연이 떠안은 책임 역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고려아연 측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는 재무책임자(CFO) 등이 참여하는 내부 투자결정 시스템의 결정으로 진행됐다"며 "원아시아파트너스의 펀드는 투자처를 정해놓지 않고 자금을 모아 운영하는 블라인드 펀드로, 고려아연은 SM엔터 투자 등은 전혀 알 수 없었던 만큼 현재 수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특히 “저희 측은 SM이슈와는 관련성이 없어 수사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저희와 아무런 인연도 없는 단체가 난데없이 고발에 나선 데 대해서는 커다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원래 투자업계에서 속칭 '큰손'으로 불리며 원아시아파트너스 외에도 여러 투자를 하고 있는 데다, 원아시아파트너스의 경우 초반 수익률은 좋은 편이었는데 공교롭게도 SM엔터 시세조종 논란이 불거졌다"면서 "문제가 된 하바나제1호의 경우 고려아연에도 피해를 입힌 점을 고려해 청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원아시아파트너스의 낮은 순이익과 과도한 영업비용' 등 질의에 대해서는 "2019년부터 투자를 시작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엔터업계가 어려운 시기여서 변수가 많았다"며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저희도 피해가 크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블라인드 펀드로서 원칙이 엄격히 준수됐는지가 관건이라고 바라본다. 한 투자기업의 임원은 "원래 사모펀드는 출자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투자하도록 돼 있다"며 "다만 아무리 블라인드 펀드라도 출자자와 협의를 거치고, 단일 출자자면 교감 가능성이 더 높은 게 현실이긴 하나 고려아연이 이에 해당한다고 예단할 순 없다"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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