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레어’ 제법특허 침해했다며 노바티스 등이 UPC에 제소…셀트리온 “진행 중인 분쟁 공식 입장 없어”
#셀트리온 CT-P39, 유럽 출시 늦어지나
셀트리온이 ‘항체의 농축 방법 및 이의 치료용 생성물’ 관련 유럽 특허(EP3805248)를 침해했다는 혐의로 스위스 제약사 Novartis(노바티스)와 Genentech(제넨테크)에 지난 4월 9일(현지시각) 피소됐다. 셀트리온이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통합하면서 종속회사로 편입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이탈리아·벨기에·핀란드·네덜란드·프랑스·독일·헝가리 현지법인도 모두 소장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허 침해 시비의 대상은 천식 및 만성 두드러기 치료제인 바이오 의약품 졸레어(오말리주맙), 졸레어의 오리지널 제약사인 노바티스 등의 특허권이 만료되면서 셀트리온은 복제약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원천특허로도 불리는 졸레어의 물질특허는 이미 만료가 됐고 제형특허도 국내와 유럽에서 올해 3월 29일 만료됐다.
그런데 셀트리온의 복제약 출시가 임박한 시점에 다시 특허 시비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소송의 근거로 쓰인 노바티스의 유럽 특허는 ‘제법특허’로 의약품을 만드는 방법을 규정한 특허다. 2005년 9월 8일에 출원된 해당 특허의 존속 기한은 2025년 9월 8일까지다.
지난해 4월 24일 셀트리온이 품목허가를 신청한 졸레어의 복제약 CT-P39는 올해 3월 21일 유럽 30개국을 대상으로 유럽의약품청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의 판매 승인 권고를 획득했다. CT-P39는 유럽에서 허가받은 졸레어의 첫 번째 복제약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가까운 시일 내 유럽연합집행위원회의 최종 판매 허가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가능한 빨리 상업화를 진행해 빠른 시장 진입을 노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에서 판매 승인 권고를 획득한 다음 최종 판매 허가를 얻기까지는 통상적으로 2~3개월 정도가 걸린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물질특허 등이 만료됐다면 바로 출시도 가능하다”라며 “그런데 이번처럼 제법특허가 걸려 있는데 무시하고 출시할 경우 소송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가 유럽에서 복제약 출시를 미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이 UPC에 제소된 점도 주목을 받는다. 지난해 6월 출범한 UPC는 판결 내용이 협정국 전체에 적용된다. 그만큼 판결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크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 대응 경험이 충분하지 않다.
#오리지널 제약사 공세 계속되는 까닭
졸레어는 2023년 기준 글로벌 매출 약 5조 원을 기록한 블록버스터급 제품이다. 치료 적응증(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질환)은 천식,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부비동염,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등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땅콩 등 식품이 유발하는 면역글로불린E(IgE) 매개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월 16일 졸레어를 하나 이상의 IgE 매개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1세 이상 소아 및 성인을 위한 최초이자 유일한 의약품으로 승인했다.
졸레어의 물질 특허가 2017년 만료되면서 5조 원 규모의 시장을 노리는 제약사들이 복제약 제조에 뛰어들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경쟁주자는 셀트리온을 비롯해 네덜란드의 바이오사나파마, 이스라엘의 테바, 미국의 카시브 바이오사이언스, 인도의 글렌마크 파마슈티컬스, 대만의 파운트 바이오파마 등 총 6곳으로 압축된다. 중국 업체들도 현재 임상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이들은 내수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지난해 한국, 캐나다 당국에 자사의 복제약 CT-P39의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올해 유럽에서 판매 승인 권고를 얻은 셀트리온이 경쟁에서 가장 앞서나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3월 11일 미국에서도 CT-P39에 대한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신청을 마쳤다.
다만 아직 만료되지 않은 특허가 남아 있어 오리지널 제약사들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바티스 등과 셀트리온은 국내에서도 졸레어의 복제약과 관련한 분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노바티스는 셀트리온을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EP3805248의 국내 패밀리특허인 1020127030933의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은 특허권자가 대상 발명이 특허 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 판단을 위해 확인을 구하는 심판을 뜻한다. 통상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가 복제약 개발사들을 상대로 제기한다.
이처럼 신규 제조 물질 자체에 부여되는 물질 특허가 만료된 후에도 계속 특허 시비에 생기는 이유는 일반 특허와 달리 의약품 분야는 여러 특허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제약사들은 특허 의약품의 독점권을 연장시키기 위해 물질특허 이후로도 용도, 조성물, 제형, 제법 등 특허를 후속으로 등록하는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을 편다. 안정적인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잃지 않기 위해 한 제품을 대상으로 가능한 많은 종류의 특허권을 확보해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을 늦추는 방식이다.
제약업계 다른 관계자는 “오리지널사들이 복제약 제조사들을 제소하는 건 그들만의 시장 방어 전략”이라며 “유럽 등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CT-P39의 수익화가 늦어질 수 있지만 결국에는 덤불을 이룬 특허들이 모두 만료됐거나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내후년부터는 졸레어 복제약 매출을 온전히 실적에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관계자는 “진행 중인 특허 분쟁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드릴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만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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