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와 한효주·주지훈 조합…근미래 현실적 위기 녹여내 “지금 필요한 똑똑한 시리즈”
배우 한효주와 주지훈이 주연한 드라마 ‘지배종’이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 인공 세포 배양으로 만든 고기를 먹고 사는 세상의 이야기로 주목받는다. 작품의 시작과 동시에 “피 흘리는 고기를 거부한다”고 선언한 주인공의 발언은 이 드라마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총 10부작으로 구성된 ‘지배종’은 현재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되고 있다. 4월 10일 처음 1, 2회를 공개한 이후 매주 수요일마다 2편씩 이야기를 선보인다. 드라마는 국내 한 생명공학기업에서 개발한 인공 배양육이 전 세계에 ‘육식 혁명’을 일으킨 상황에서 시작된다. 현실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흥미진진한 소재를 내세우고, 그 신기술을 차지하려는 세력의 음모를 버무리면서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인공 배양육, 실제로도 활발한 연구 진행
‘지배종’은 인공 배양육의 시대를 연 생명과학기업의 대표 윤자유(한효주 분)와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퇴역 장교 출신의 경호원 우채운(주지훈 분)이 여러 위기를 겪으면서 거대한 비밀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인공지능 기술이 지금보다 더 우리 삶 깊숙하게 파고든 2025년 말부터 2026년을 배경으로 한다.
‘지배종’이 기획 단계부터 주목받은 이유는 극본을 쓰는 작가의 존재감 덕분이다. 이수연 작가는 검찰의 세계를 깊이 파고들어 검은 카르텔을 고발한 드라마 ‘비밀의 숲’으로 일약 방송가 스타 작가로 떠오른 인물이다.
사회성 짙은 소재를 긴장감 넘치는 장르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이수연 작가는 이번 ‘지배종’에서는 배양육을 전면에 꺼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친다. 곧 다가올 가까운 미래를 시간 배경으로 택한 작가는 숱한 문제를 양산하는 육식을 해결할 대안으로 인공 배양육을 제시한다. 드라마에서 배양육은 환경오염과 도축을 막는 대안으로 묘사된다.
이는 현실과도 맞닿은 이야기다. 실제로 인공 배양육은 현재 가장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를 일으키는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인공 배양육 연구와 상용화 시도는 속도를 내는 상황. 온실가스의 주범인 메탄은 가축 사육 과정에서 크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공감대 속에 미국은 지난해 배양육 관련 스타트업이 생산한 인공 닭고기 판매를 시작한다. 국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25년 배양육을 포함한 대체육 시장을 2260만 달러(295억 원) 규모로 예측하고 있다.
#배양육이 만들어낼 또 다른 현실 위기
이수연 작가는 왜 인공 배양육의 이야기를 드라마 소재로 택했을까. 작가는 “개인적인 바람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기후 위기와 자연재해 등 생활과 밀접한 변화를 접하면서 작가는 “동물을 잡아먹지 않아도 되고 식량 생산을 위해 숲을 밀어버리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작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공 배양육의 시대는 어쩔 수 없이 현재 축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이들의 생계를 위협받게 한다. 이런 상황은 ‘지배종’ 안에서도 자세히 묘사된다. 배양육 개발에 성공해 전 세계 식탁을 바꾼 인물로 묘사되는 기업가 윤자유(한효주 분)는 드라마에서 늘 살해 위협에 시달린다. 그를 공격하는 이들은 다양하다. 축산업에 종사하다가 배양육의 등장으로 당장 먹고 살길이 사라진 사람들부터 신기술을 탈취하려는 권력자 등이 모두 윤자유를 노린다.
배양육의 등장이 만들어낼 또 다른 현실 위기는 이수연 작가도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 작가는 인공 배양육의 시대가 오면 “수많은 농축산업 종사자분들이나 도살장부터 사료업체까지 미칠 영향도 매우 크겠구나 싶다”면서 “그렇지만 피할 수 없는 매우 근미래의 일인데, 어떻게 될까 하는 여러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이런 고민과 생각들을 이번 드라마에 빠짐없이 녹여냈다는 설명이다.
‘비밀의 숲’에 푹 빠졌던 팬들은 당시 현실적인 검찰 고발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가 갑자기 SF 기반의 배양육 소재로 변화를 시도한 부분에도 궁금증을 드러낸다. 이에 작가는 두 드라마는 소재만 다를 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다룬다는 점은 비슷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배종’의 배경은 매우 가까운 미래이기 때문에 SF장르까지 아니고, 환경적으로 ‘이상향’ 하나가 실현된 이후의 세계”라고 밝혔다.
디즈니+에 따르면 ‘지배종’ 공개 초반,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시청층은 중년의 남성들이다. 인공 배양육을 성공시킨 기업가를 둘러싼 음모가 거듭되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직 대통령과 현직 국무총리의 미스터리한 관계, 국내 최대 재벌가 총수가 얽힌 비밀스러운 사건 등이 빠르게 전개된 덕분이다. 이로 인해 드라마 선택에 누구보다 까다로운 중년 남성 시청자의 눈을 먼저 사로잡았다.
#한효주 “지금 꼭 필요한 이야기”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한효주는 인공 배양육 개발에 성공한 기업가로, 이제 육식을 넘어 연어 등 생선까지도 인공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해 거센 반대에 부딪히는 인물이다. 목숨을 위협받는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효주는 ‘지배종’이 다루는 소재에 대해 “지금 가장 시의적절한 똑똑한 시리즈라고 생각했다”며 “가슴을 뛰게 하는 설레는 대본이었다”고 만족을 표했다. 인물을 위해서는 연기 스타일도 바꿨다. 그는 “목소리 톤이나 발성을 전부 바꿨다”고도 말했다.
주지훈은 과거 해외 파병 도중 일어난 폭탄 테러 사건으로 동료를 잃고, 그 사건의 배후를 홀로 추적하는 인물이다. 인공 배양육 기업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 자신이 세포 배양 실험의 대상도 된다. 주지훈은 “누구나 깊이 생각해볼 수 있을 법한 소재를 탄탄한 스토리의 드라마에 녹여내 진입장벽을 낮췄다”며 “가치 있는 소재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녹여내며 서사를 쌓아 올린 작가님이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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