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박근혜 후보 캠프 쇄신론에 불을 붙인 남경필 의원. 그는 인터뷰에서 ‘쇄신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숙 기자 |
이 한마디로 ‘친박 2선 후퇴론’을 가장 먼저 제기했던 남경필 의원.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의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쇄신론에 불을 지핀 주인공이다. 쇄신론이 촉발되면서 새누리당은 혼돈과 고비를 지나 이제 수습 모드에 들어섰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남 의원 역시 “쇄신론은 이어져야 한다”며 일부 친박 측근인사들을 향해 ‘경고장’을 던진 바 있다.
지난 2일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되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남 의원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대표로 경제민주화 논의를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18일, 한동안 언론 인터뷰를 멀리해 온 남 의원은 한 시간여 이어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정치권 현안들에 대해 적잖이 강한 발언들을 쏟아냈다.새누리당 내 친박 2선 후퇴론이 제기된 것은 역으로 박근혜 후보의 위기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쇄신론이 터져 나온 것은 지난 4일 의원총회 자리에서였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고 급기야 문재인·안철수 후보와의 양자대결 구도에서도 위태로워지자, ‘박근혜 위기론’은 한순간에 새누리당을 휘감았다. 당내에서는 “당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유승민 의원).” “그거(지도부 사퇴) 갖고는 안 된다. 개헌 등 국가 체제 개편으로 새판을 짜야 한다(김용태 의원).” “박근혜 후보도 머리 풀고 몸빼라도 입고 나올 정도로 변화해야 한다(윤상현 의원).” 등 성토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내홍이 커지자 지난 8일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이 자진사퇴했지만, 여전히 지도부 물갈이에 대한 요구는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유승민 의원과 함께 친박 2선 후퇴론을 가장 먼저 제기했던 남경필 의원의 생각은 어떨까.
―친박 2선 후퇴론의 고비는 넘겼지만 쇄신론에 대한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나.
▲새누리당에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먼저 선거조직, 운영이 전혀 안됐다. 코디네이터 혹은 사령탑의 부재 속에 새누리호가 방향을 잃고 한 쪽 방향으로 못가고 있었다. 그건 김무성이라는 선장이 오면서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반쪽의 문제가 있다. 새로운 인물과 정책, 메시지가 안 보인다는 거다. 내 생각은 명망가 위주의 인물 쇄신보다는 각 분야에서 어렵게 고군분투하며 극복해왔거나 그 좌절 속에서 아픔을 치유하고 있는 분들을 우리 당에 영입해 그분들의 경험과 소리를 공감하고, 이것이 새로운 정책 방향으로 갈 때 국민들이 새누리당이 바뀌었구나 하고 생각하실 것으로 본다. 총선 때는 우리가 굉장히 급했기 때문에 사람, 당명, 정강정책 다 바꿨고 그래서 국민들에게 선택을 받았다. 그때의 절박함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 11일 선대위 워크숍에서 대화를 나누는 김무성 본부장과 박근혜 후보. 박은숙 기자 |
―조 전 의원에게 직·간접적으로 영입 제안을 건넨 적이 있나.
▲당에다가는 제안을 했다. 이런 문제는 후보의 뜻을 확인해서 이뤄져야 할 텐데, 당에서 이야기를 건넸는지는 모르겠다.
―‘박근혜 후보 주변에 권력의 진공상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은 어떤 의미가 담긴 것이었나.
▲사람들이 오려면 의자가 비어있어야 하지 않나. 최경환 비서실장 하나 물러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나 역시 부위원장 안 해도 된다. 위원장직에 앉아 계시는, 기존에 계시던 분들 모두 그 자리를 꿰차고 있을 필요가 있나. 다 빠져줘야지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진공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김무성 전 의원이 총괄선대본부장에 온 뒤로 ‘폭탄주 금지령’을 내렸다던데, 실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나.
▲아무래도 술도 좀 자제하게 되고 몸가짐도 조심하게 되고 조직이 좀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전보다 원활하게 돌아가는 측면도 있을 거다. 하지만 여전히 큰 선거 전략이나 새로운 정책 변화, 이런 부분은 크게 체감되지는 않는다.
―김무성 전 의원 발탁은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다.
▲쇄신은 별개로 봐야 한다. 김무성 본부장이 조직 운영과 쇄신 두 가지를 다 할 수는 없다. 시스템적인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되었다고 본다. 김무성 본부장이 마이크를 잡지 않겠다고도 했는데, 본인도 조직 운영 외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말 아니겠나. 폭탄주 금지령을 내린 것도 말실수나 이런 잡음이 안 나오게 하기 위한 각오인 것 같다.
―남 의원 역시 선거대책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되며 공식적으로 캠프 활동을 하게 됐는데, 현재 박근혜 후보 캠프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 느꼈나.
▲‘소통과 참여’ 두 가지다. 현재 박 후보 캠프는 전력의 100%를 쏟지 못하고 있다. 내가 무슨 말을 했을 때 그에 대한 피드백이 있어야 사람들은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그것이 전혀 안 되고 있다. 한때 ‘친이’가 적극적이지 않아 참여시켜야 한다는 말이 많았는데, 친박조차도 몇 분 빼고는 나서지 않고 있다.
최근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위태로운 상황에 이른 것에 대해 남경필 의원은 “최경환이 나가고 김무성이 온다고 국민들이 ‘와’하고 금방 다르게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런 작업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남 의원이 생각하는 ‘충분조건’들도 적지 않은 듯했다. 인터뷰가 이어지면서 남 의원은 박 후보가 그동안 지적받아온 문제점들과 경제정책 등 대선과제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갔다.
―박근혜 후보 주변 일부 측근들이 필요 이상의 전횡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계속된다.
▲경선 기간에는 후보 캠프와 당이 별도였다. 그때는 그것이 용납이 된다. 하지만 이제 당의 공식후보가 되었으니 당과 캠프가 일체화돼야 하고 당이 우위에 서서 결정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 그런 구조가 아니다. 황우여 대표나 이한구 원내대표 모두 관리형 역할에만 머무를 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계신다. 그러다보니 당이 해야 할 역할을 측근 보좌관들이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다른 쪽에서 결정하다보니 당이 무력감에 빠지고 의원들의 참여가 저조해지는 것이다. 당이 중심이 되는 체제로 바뀌어야 하고 김무성 본부장이 들어와 그런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후보께서 잘 정리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편한 사석에서도 의원들과 박근혜 후보 사이에 소통이 잘 안되나. 불통 이미지 때문인지 공개석상에서도 개그를 자주 시도하곤 하는데.
▲썰렁 개그에는 일가견이 있다. 노래방에서 꼭 노래를 잘해 야 인기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박 후보의 개그 역시 썰렁한데도 웃긴다(웃음).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입당도 화제가 됐다.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본다. 영호남 화합이라는 것이 역사인식에 대한 진정어린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또 현실 정치에서는 권력을 공유해야 진정한 화합이 가능하다. 집권 이후 조각에서 영호남 비율을 균형적으로 하고, 대선 진영에서 활동했던 분들과 실제 권력을 나누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민심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지 한두 명 캠프에 옮겨왔다고 해서 그것이 근본적으로 국민의 마음을 바꾸게 하진 못할 것이다.
▲ 17일 김대중기념사업회가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박근혜, 안철수 후보. 박은숙 기자 |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과거사 문제에 관해 너무 뜸을 들인다는 비판도 있다.
▲진작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 나는 박 후보가 당대표이고 내가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던 2005년부터 그 이야기를 했다. 그때도 별 답이 없었다. 정치는 타이밍인데 기왕 할 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놓친 거다.
―남북정상회담 비공개 대화록의 존재 여부를 두고 여야 공방이 치열한데.
▲정문헌 의원이야 자기가 본 것을 주장하는 것이니 그럴 수 있는데, 국정감사 정국의 최대 이슈가 되게 하는 것이 전략상 맞느냐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실패라고 본다. 하나하나의 이슈를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이유들이 있지만, 결국 NLL과 정수장학회 이것만 남고 국감 파행에 여야 충돌만 보인다. 또다시 정책은 사라지고 정쟁만 남은 것이다. 그러면 국민들은 ‘정치인들 또 저러네, 바꿔봐’ 그럴 수 있다. 이런 흐름을 만들어낼까 걱정이다.
남경필 의원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모임에서 내놓은 8호까지의 법안은 현재 박근혜 후보의 경제공약으로 만들어지는 논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상태. 경제민주화에 대해선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 간 갈등과 김종인 위원장의 보이콧 등 적잖은 마찰을 빚어왔다. 결국 이한구 원내대표가 선대위에 불참하기로 하고 박근혜 위원장이 김종인 위원장의 손을 들어주며 봉합됐다. 이 과정을 지켜봐온 남 의원의 생각도 복잡할 듯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둔 주도권 다툼에서 일단 김종인 위원장의 승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측면이 있지만…, 마지막까지 통과가 되어야 마무리가 되는 것 아니겠나”라며 말을 아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며 고비는 넘겼지만, 입법 과정에서 이 원내대표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당이 한 약속인데 개인이, 개인의 생각으로 막는 일은 하시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자기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당의 약속을 막을 수 있겠는가.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데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대선 이전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모두 입법화하는 것에 대해 뜻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가능하다고 보는지.
▲우리 모임(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모두 8호 법안까지 만들었다.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불공정거래, 일감 몰아주기, 재벌들의 일방적인 반칙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본다. 여야 대선후보들 간에 공감대만 형성되면 나머지 작은 부분들은 얼마든지 해결될 것으로 본다. 다만 지배구조에 관해서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 중 금산분리 관련 5호 법안은 발의까지 쉽지 않았다. 박근혜 후보가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었는데.
▲경제민주화는 수단이 아니라 비전, 가치다. 크게 두 단계로 진행하고 있는데 재벌개혁에 초점을 둔 경제민주화를 ‘시즌 원(1)’으로 끝냈고, ‘시즌 투(2)’는 사회적 약자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여줄 것인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금산분리까지 완성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대선 전에 안 되면 대선 이후라도 하면 된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만든 법안들이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그대로 이어지게 되나.
▲그제부터 경제민주화 추진단에서 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낸 8개 법안을 쪼개 그 법안을 중심으로 토의중이다. 조만간 당론화될 것이다.
―대선구도, 야권의 후보단일화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나.
▲나는 안철수 후보 쪽으로 될 거라 본다.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 구도에서 지지율이 더 높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들도 마지막에 가서 박근혜 후보는 절대 안 된다고 판단하면 안 후보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후보가 통합과 권력을 나누려고 하는 진정성을 보여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박 후보가 당선돼도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 호남 표심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에 대한 평은?
▲문재인 후보는 따뜻해 보이지만 권력의지가 약해 보이고 대리인 이미지가 강하다.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안철수 후보는 참 새롭다는 느낌이 있는데, 그 새로움이 혼란으로 가는 새로움인지,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는 긍정적인 새로움인지는 모르겠다. 혹시 모르니까 한번 가보자, 하기에는 우리 대한민국이 너무 커지고 국민들의 삶이 중요하지 않나.
끝으로, ‘박근혜 후보가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세 후보 중 가장 안정감 있고 믿을 수 있는 후보”라며 이런 답을 내놓았다.
“나는 젊은이들을 만나면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대통령을 이렇게 뽑겠다고. 내가 어느 날 외국에 5년 동안 나가 있어야 하는데 내 집사람, 부모님, 아이들, 재산도 모두 남겨두고 가야 한다면 세 사람 중 누구에게 맡기고 갈 수 있을지 생각해봐라, 나 같으면 박근혜 후보에게 맡기고 가겠다고 말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