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지원 속 ‘지배구조 개편’ 역할 주목…‘로봇주 프리미엄’ 국내 상장 가능성도
현대차그룹은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2025년 6월까지 기업공개(IPO·상장)를 약속했다. 소프트뱅크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현대차그룹에 매각했고, 현재 20%를 보유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내년 성공적인 IPO를 위해서라도 올해 유의미한 성적을 내야 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사재 2400억 원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지분 승계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정의선 회장의 승계도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손실폭 더 커진 보스턴다이내믹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매출은 2022년 782억 원에서 2023년 910억 원으로 16.33% 증가했다. 하지만 순손실은 2022년 2551억 원에서 2023년 3348억 원으로 31.26% 급증했다. 수익성이 악화된 셈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의 장부가를 2021년 1420억 원에서 2022년 1720억 원, 2023년 1974억 원으로 조정했다.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에 24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한 싱황이다.
마이클 패트릭 페리 보스턴다이내믹스 사업개발담당 부사장은 2020년 인터뷰에서 “우리는 상업적인 조직으로 전환했으며, 매출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현재까지 매출 1000억 원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것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다. 아틀라스는 복잡한 지형에서도 보행이 가능하고, 넘어져도 직접 일어나는 데다 두 팔로 주변 환경 조작이 가능한 완성도 높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하지만 아틀라스는 유압식이다보니 소음이 심해 군사 목적으로는 활용되지 못했고, 10분 이상 조작이 불가능한 배터리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다만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최근 공개한 로봇들은 상업화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물류로봇 스트레치는 2022년 1월 DHL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로봇개 스팟은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시스템 관리 용도로 쓰이고 있다. 또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전동식 아틀라스를 발표했다. 전동식 아틀라스는 유압식보다 힘은 부족하지만 정밀한 작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등에 따르면 기아와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공동으로 자동차 공정에 투입할 로봇을 개발 중이다. 물류와 조립, 검사, 유지 보수 등 자동차 생산 환경을 자동화한다는 목표다. 현 분위기로 미뤄보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해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현대차그룹의 지원 덕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현대차그룹 외의 글로벌 기업을 파트너로 잡는 것이다. 이 경우 업계 평판이 좋아지고 이는 자연스레 뉴욕증시 상장에도 힘이 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외에는 대규모 공급 계약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척할 만한 공급처는 이미 대부분 자체적으로 로봇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보단 국내에서 상장?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 회장직에 오른 지 3년 6개월이 됐지만 아직 지배구조를 완성하지 못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사다. 하지만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은 0.23%뿐이다. 물론 정의선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20%를 활용하면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지배구조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도 갖고 있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은 비상장사인 관계로 가치 측정이 쉽지 않다.
결국 정의선 회장에게 남은 것은 보스턴다이내믹스다. 증권가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증시 상장에 실패하면 국내 증시에 상장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미국 증시 전문가들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수동 조작 기반이기 때문에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면 오히려 국내 증시에서보다 저평가받을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구글, 테슬라의 인공지능(AI) 성능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미국 언론 등에서 혹평을 받곤 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엔비디아와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기술혁신) 생태계를 구축한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가시화된 것은 없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국내 증시를 택해도 나쁠 것은 없다. 국내 증시에서도 로봇주는 미국 나스닥만큼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규모 투자한 영향이 컸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의 현재 시가총액은 3조~4조 원대다. 두산로보틱스의 매출은 1000억 원 이하지만 향후 성장 기대감 덕에 4조 원대 시총을 지키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면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만큼 두산로보틱스에 준하는 수준의 시가총액은 기록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끊이지 않고 제기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 IPO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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