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규 “그림은 전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 내면 성숙을 위해 시작해”…조선 사군자 비유해
이번 전시는 장윤규 건축가가 건축과 예술의 통합된 구조를 탐구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인간의 삶과 관계에 초점을 맞춘 예술 작품들로 구성됐다.
전시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건축산수’라는 시리즈로, 건축적 요소와 3D 작업이 결합된 작품들을 선보이며, 세 번째 전시실에서는 ‘인간산수’로, 인간의 모습을 담은 붓 작업을 통해 인간적 구축과 건축적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전시한다.
장윤규 건축가는 다음과 같이 이번 전시를 설명했다. 장윤규는 “인간은 혼자 생존할 수 없다. 지연, 공통된 생활 관념, 전통, 공동체 의식을 통하여 공동으로 인식하고 만들어가는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구조를 만들어내고 이를 유지하려 한다. 무작위의 인맥과 피상적인 대화가 현대인의 관계인 현상이 만연하다. 이제는 마을에서 형성되었던 지역적이며 물리적인 관계는 파괴되고 열린 구조가 됐다. 그런데 현대 사회가 더욱 열리면 열릴수록 인간은 반대로 고립된다. 이러한 양면적 아이러니의 인간관계를 산수와 같은 그림으로 그려내려 했다”고 설명한다.
장윤규 건축가는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장윤규는 “그림은 전시를 하기 위해 그렸던 것이 아니고 내면의 의지를 스스로 다잡고 성숙하기 위해서 시작했다. 조선 사군자가 꽃이나 식물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보다는 그들이 지닌 상징, 즉 지조와 절개, 고아함, 품격을 담은 것을 떠올렸다. 어떠한 고난과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이 꽃을 피우는 사군자가,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 지조와 절개를 덕목으로 여겼던 선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정신적, 영적인 일임과 동시에 그림은 노동의 기록이다”라면서 “한 땀, 한 땀 수도하는 마음으로 시간과 체력과 싸움하며 인내한다. 막막하게 펼쳐진 캔버스를 긴 시간의 노동으로 채운다. 그동안만큼은 어떠한 방해에도 집중과 고요의 시간을 만든다. 한 치의 흐트러짐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고뇌하고 침묵한다. 주어진 시간을 통해 마음속 생각을 지우고 오로지 붓의 터치만을 기억한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어진 획만이 내 공간과 시간에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장윤규가 인간의 관계와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려는 시도의 하나로, 인간이 만들어내는 풍경과 삶의 정신세계를 탐구하며, 이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교류하는 계기를 마련하려 한다. 전시 기간에는 오프닝 리셉션, 건축 특강 및 작가와의 대화, 그리고 작은 음악회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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