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증가하며 올 들어 ‘평균 0.7주’ 역대 최저…“기관과 배정 비율 형평성 맞춰가야” 지적
공모주 균등배정은 공모주 청약에서 최소 청약증거금만 내면 각자 청약한 액수와 무관하게 똑같은 수의 공모주를 받는 것을 말한다. 신청자들이 넣은 증거금 규모에 비례해 공모주를 지급하는 비례배정 방식만으로는 청약증거금 부담 능력이 낮은 사람들의 참여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문제점 때문에 2021년 1월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부터 균등‧비례 방식을 동시에 적용해 공모주를 배정하고 있다.
'일요신문i'가 2021~2024년 4월 공모주 청약을 마친 기업들의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균등배정 도입 이후 일반 투자자들의 공모주 참여 건수는 증가했다. 올해 청약을 마친 20개 기업의 평균 일반 투자자 청약 건수는 46만 6290건으로, IPO 시장 호황기로 불렸던 2021년 37만 2684건보다 높다. IPO 시장 침체기였던 2022년(19만 9394건), 2023년(20만 8782건)보다 2배 이상 높다.
반면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대어급 IPO의 부재로 기업들의 공모주 수는 줄었다. 1000만 주 이상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는 기업이 2021년 13곳에서 2022년, 2023년 각각 3곳으로 줄었다. 올해는 아직까지 총 공모주 수가 1000만 주를 넘는 기업은 없다. 이에 따라 일반 투자자들에게 균등배정된 전체 주식 수도 감소세다. 2021년 66만 9393건에서 2022년 38만 5402건, 2023년 32만 4504건으로 줄었다. 올해는 현재 32만 8261건으로 집계됐다.
균등배정 도입 후 처음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균등배정된 주식 수보다 청약 건수가 높아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2021년 1.79주, 2022년 1.93주, 2023년 1.55주로 기록됐으나 올해는 0.70주다. 일반 투자자들이 균등배정으로 1주를 받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청약을 마친 20개 기업 중 3개 기업만 일반 투자자에게 균등배정으로 1주 이상 줬다.
일반 투자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1주라도 받기 위해 애쓰고 있다. 최근 아이를 낳은 한 일반 투자자는 자녀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다. 아이의 계좌로도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면서 1주라도 받을 확률이 높아졌다. 최근 디앤디파마텍 공모주 청약에서 이 투자자는 균등배정으로 1주도 받지 못했지만, 아이 계좌로 1주를 받았다. 가족 계좌를 활용해 공모주 투자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균등배정으로 1주를 받기 어려워지면서 비례배정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공모주 받기가 힘들어지면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배정하는 주식 비율을 더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2020년 발표한 ‘IPO 공모주 일반청약자 참여기회 확대방안’에 따라 일반 투자자들에게 배정할 수 있는 공모주 비율은 25%다. 우리사주조합 청약에서 미달 물량이 나왔을 때 최대 5%까지 일반 투자자들에게 추가 배정할 수 있다. 일반 투자자들의 최대 배정 비율은 30%까지다. 공모주 대부분 기관투자자들이 가져간다. 올해 기관투자자들이 배정받은 공모주 비율은 평균 68.26%에 달했다. 반면 일반 투자자들은 25.14%를 배정받았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1400만 명을 넘는 시대인데 지난 수십 년 동안 주식 시장, 특히 IPO 시장은 외국인과 기관들이 돈을 더 불리는 수단으로 이용됐다”며 “개인 투자자들을 기관투자자보다 우대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형평성을 맞춰갈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균등배정이라는 제도 자체가 일반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배정받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제도”라며 “우선은 현재 IPO 시장 열기가 높아져 있기에 일시적인 상황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 일반 투자자들의 공모주 배정 비율을 높이는 것으로 인한 부작용과 기관 투자자들의 반대 의견도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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