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 말을 듣고 있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사진=박은숙 기자](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03/1714713524726927.jpg)
원내 제3당으로 거듭난 조국혁신당은 제22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 마쳐야 할 사전 조율이 몇 가지 있다. 국회 원내 교섭단체 기준 하향 조정, ‘한동훈 특별법’ 발의 관련 민주당 협력 여부 등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조국혁신당 입장에선 앞으로 민주당과 관계설정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존재감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기간만 하더라도 조국혁신당과 민주당 관계엔 ‘협력’이라는 키워드가 따라 다녔다. 우군 관계를 형성하며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함께 외쳤다. 하지만 총선 성적표가 나온 뒤엔 손익계산이 복잡해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과반의 거대 야당이 됐지만 비례대표 선거에서 더불어민주연합과 비슷한 성적을 낸 조국혁신당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민주당으로선 확실한 관계설정이 필요해졌다. 조국혁신당 입장에선 민주당에 꿇리지 않는 관계설정을 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완성됐다”고 했다.
![제22대 총선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 사진=최준필 기자](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03/1714713654590115.jpg)
윤석열 정부 심판을 원했던 야권 지지층은 민주당 외에 다른 정당에도 ‘분산 투표’를 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대선과 달리 총선에서는 유권자 한 명이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각각 한 표씩을 행사할 수 있지 않느냐”면서 “이번 총선 결과를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야권 압승이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야권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의 민심이 얼마나 복합적이고 입체적인지를 유추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 관계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 외에 다른 세력이 민주당을 견제하는 상태에서 야권이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민심이 투표 결과로 표출됐다”면서 “조국혁신당이 12석을 확보하면서 유의미한 견제세력으로 부상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거시적인 노선은 비슷할 수 있어도 구체적인 행동 방향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야권 표심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표를 효과적으로 분산했다. 민주당,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 의석수를 모두 합하면 187석이다. 여기에 범진보성향으로 꼽히는 새로운미래와 진보당이 확보한 1석씩을 더하면 진보 성향 국회의원이 189석이다. 거대야당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균형추를 맞추는 데 실패하면서 제22대 국회는 범진보진영 교통정리 이슈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로 거듭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국회법상 교섭단체 기준은 20석이다. 단독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한 민주당만 동의한다면 교섭단체 기준을 완화할 수 있다.
조국 대표는 4월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원내 교섭단체가 맨 처음 만들어졌을 때 시점은 (교섭단체 요건이) 10석이었다”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을 선포하고 난 뒤에 1973년 20석으로 열렸다”고 했다. 조 대표는 “사실 이 20석이라는 기준은 유신 잔재”라면서 교섭단체 요건 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사진=박은숙 기자](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03/1714713711915933.jpg)
교섭단체 요건 완화와 관련해 민주당은 총선 이후 발을 빼는 분위기다. 민주당 내부에선 교섭단체 요건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기류가 감지된다. 조 대표가 총선에서 ‘히트’를 치며 대권 잠룡군으로 진화했고, 조 대표가 잠재적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 경쟁자로 떠올랐기 때문에 ‘전폭적 협력’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동훈 특검법’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이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다. 조국혁신당은 총선 때 1호 발의 법안은 ‘한동훈 특별법’이 될 것이라고 공약했다. 민주당에선 ‘한동훈 특별법’과 관련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민생 법안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조된 까닭이다. 여기다 가만히 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체급만 올려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5월 3일 ‘친명’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단독 입후보해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박 원내대표는 5월 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동훈 특검법 관련 발언을 했다. 박 원내대표는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우리 야당 의원들 생각은 거의 일치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면서도 “조국혁신당이 1호 법안이라고 하는 데에는 우선순위 등 부분에 대해선 서로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특검법을 놓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이 갈등 불씨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사진=박은숙 기자](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03/1714713737535520.jpg)
두 대표가 만난 것은 최근 정가 일각에서 불거진 갈등설을 진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읽힌다. 이 대표와 조 대표가 만난 뒤에도 ‘미묘한 힘겨루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조국혁신당은 대정부 투쟁의 선명성을 전면에 내걸었다. 하지만 과반 의석의 민주당은 강경 노선 일변도의 행보는 정치적 리스크가 크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설정과 관련해 “처음엔 부분 협력 부분 경쟁을 하다가 나중에는 전면적인 경쟁관계로 돌입할 것”이라면서 “대권 경쟁을 앞두고 헤게모니 쟁탈전이 벌어지면 혈투가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채 교수는 “조국 대표가 만만치 않은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고 최후의 승리자가 될 가능성도 빼놓고 볼 수 없다”면서 “조국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