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첫 영업적자 딛고 오프라인 매장 확대 주력…C-커머스 공세 방어 여부도 관전 포인트
#오프라인 매장에 진심인 무신사
무신사 창업주인 조만호 의장이 3월 29일 무신사 총괄대표로 복귀했다. 3년 만의 복귀다. 기존 한문일 대표는 ‘글로벌&브랜드’ 사업 대표로 이동했으며 29CM을 이끌던 박준모 대표는 플랫폼사업 부문을 책임지게 됐다.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는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패션 플랫폼 유일한 흑자 기업이었던 무신사는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무신사의 외형 성장 추세는 뚜렷하다. 2018년 1081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첫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했던 무신사는 연 평균 52.2%씩 성장하며 지난해에는 993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매출 1조 원 이상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2021년 542억 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2022년 31억 원으로 크게 감소하더니 지난해에는 8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본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40%가량 감소했다. 실적 악화는 자회사 실적 부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무신사가 신사업 진출을 위해 2010년대 후반부터 집중적으로 인수하고 설립한 자회사들이 지난해 42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한정판 스니커즈 플랫폼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에스엘디티(SLDT)가 2023년 288억 원의 적자를 냈다. SLDT는 3월부터 복지·인력감축 등 비상경영을 선언한 상태다.
이와 관련, 무신사 관계자는 “2022년부터 이익이 줄어든 것은 사업 확장을 위한 오프라인 투자 등을 많이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2023년에는 올해 초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에 따른 비용계상 효과로 일회성 주식보상비용(413억 원)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고 인건비와 지급 수수료가 늘어났기 때문에 적자가 났다. 올해부터는 일회성 지출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도 무신사는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무신사PB) 매장을 늘리고 있는데 올해 롯데몰 수원점, 현대백화점 중동점, 스타필드 수원점에 숍인숍 형태로 매장을 열었다. 5월 3일에 AK플라자 분당점 입점에 이어 롯데아울렛 동부산점, 롯데백화점 센텀점까지 입점할 계획으로 기존 단독 매장까지 합치면 오프라인 매장 수가 10개를 넘어선다. 무신사는 올해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30개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의 확대가 수익성 제고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조사 브랜드(NB)와 달리 자체 브랜드(PB) 제품의 가격이 저렴해 고물가 환경에서도 소비자 선택을 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NB 상품의 경우 입점 수수료나 광고비용까지 최종 소비자 가격에 포함되지만 PB 상품의 경우 해당 회사의 유통 채널에서만 판매하기 때문에 수수료나 광고비용 없이 최저가 운용이 가능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무신사에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지만 지금 무신사가 추구하는 방향은 유니클로나 무인양품처럼 수익성이 좋은 PB 상품을 늘리는 쪽인 것 같다. 성장세에 한계가 있다 보니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는데 잘 안 됐기 때문”이라며 “무신사 스탠다드의 기본 티셔츠나 바지 등의 품질이 좋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 증설이 고객 접점을 늘리고 록인(Lock-in)효과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무신사 "해외 시장 확장에도 공 들여"
온라인 시장 수성도 수익성과 관련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올해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의 공세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무신사의 점유율 이탈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온다. 알리 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가 에이블리에 1000억 원가량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고 패션 플랫폼으로 유명한 쉬인도 올해 들어 국내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틱톡샵의 국내 진출 여부가 최대 변수로 거론된다.
틱톡샵은 짧은 길이의 동영상을 볼 수 있는 틱톡 서비스에 커머스가 추가된 형식으로 틱톡 크리에이터들이 영상 속에서 사용하거나 착장하고 있는 제품을 인공지능(AI)으로 식별해 자동으로 셀러와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틱톡샵 매출만 5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는 20조 원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틱톡의 글로벌 이용자 수는 20억 명 이상이고 틱톡샵에도 20만 명 이상의 셀러가 입점해 있다. 10~20대의 충성도가 높아 베트남의 경우 진출 1년 만에 전체 이커머스 쇼핑몰 중 2위로 올랐고, 인도네시아에서는 1·2위 업체들이 부도 직전까지 몰리자 총리가 틱톡샵 영업을 종료시키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가 흔히 아는 알리·테무·쉬인과 달리 저렴해서 사는 게 아니고 재밌고 예쁘니까 구매 욕구가 샘솟아서 사는 방식”이라며 “패션은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상품이다. 꼭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서치 자체가 재밌고 시간 보내기가 좋아 계속 탐색하는 경우가 많은데 틱톡샵의 접근 방식이 이에 부합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늘어나기 쉽다”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쉬인이 본격적으로 들어올 경우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건 확실하다. 옷의 경우 품질 차이도 그리 크지 않은데 뒤에 ‘0’ 하나가 없으면 당연히 젊은이들이 이탈하게 된다”며 “무신사는 지금 정점에 오른 시점인 것 같다. 옴니 채널도 하고 여러모로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과 여력이 있을 때 부지런히 해외 시장을 발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패션업계 다른 관계자는 “C-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옷들은 브랜드 상품이 없고 흔히 말하는 보세 상품들 중심이라서 무신사보다는 오히려 에이블리나 지그재그 같은 업체들이 더 경쟁상대라고 볼 수 있다”며 “그걸 잘 알아서 무신사도 무신사 스탠다드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인 걸로 보인다. 무신사의 PB는 다른 어느 채널에서도 팔지 않고 또 옷은 직접 입어보는 것과 눈으로만 보는 게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무신사와 C-커머스 간의 차별화가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무신사 관계자는 “올해는 오프라인과 글로벌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준비 중이며 해외 시장에서 K-패션을 소개하고 확장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며 “기업공개(IPO·상장)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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