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상병 수사외압 관여 의혹,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신범철·이종섭 등 윗선 수사 확대 관심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5월 4일 김계환 사령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사령관은 이날 오전 9시 42분쯤 출석해 오후 10시 30분쯤까지 조사받고, 조서를 열람한 뒤 14시간 43분만인 이튿날 오전 0시 25분쯤 청사에서 나왔다.
김 사령관은 청사를 나와서도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앞서 그는 공수처에 출석할 때도 ‘박정훈 대령에게 VIP(윤석열 대통령)가 격노했다는 말을 전한 적 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청사에 들어갔다.
해병대 최고 지휘관인 김 사령관은 지난 2023년 7월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윗선 외압이 가해지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박 전 단장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려 했는데, 이를 보류시키고 혐의자를 2명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등 윗선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박 전 단장은 당초 지난해 7월 31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언론 브리핑을 하고 이틀 뒤 관련 자료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려 했다. 하지만 김 사령관이 이첩 시기를 해외출장 중인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귀국한 이후로 보류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단장은 이 전 장관 지시로 브리핑이 취소된 후 김 사령관이 “국방부에서 경찰 인계 서류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고 한다”며 “오전 대통령실 VIP 주재 회의에서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대화가 이뤄진 날 김 사령관은 박진희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과 임기훈 국가안보실 비서관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사령관은 군검찰 조사 당시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박 전 단장이 항명 사건을 벗어나기 위해 혼자 지어내고 있는 얘기로 보인다”며 “VIP 언급 자체를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인계 서류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고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누군가에게 지침을 받거나 들은 사실이 없다는 게 김 사령관 입장이다.
김계환 사령관은 이종섭 전 장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함께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꼽힌다.
지난해 8월 박 전 단장과 더불어민주당이 이 전 장관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고, 공수처는 올해 1월 김 사령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이후 공수처는 확보한 자료 포렌식 작업을 거쳐 지난달 말부터 유 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등을 차례로 부르며 피의자 조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김 사령관에 대한 조사에 이어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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