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순위 상위권 국내 선수 점령…세징야·에르난데스 등 부활 기대
국내 리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K리그 각 구단의 공격진은 다수가 외국인 선수들로 채워지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하는 연봉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리그 전체 연봉 1위에 오른 이들은 모두 외국인 공격수였다.
높은 기대치를 받는 외국인 선수들이 이번 시즌 K리그1에서 활약이 저조하다. 외국인 공격수 비중이 높은 구단들의 성적도 신통치 않다. 득점, 도움 등 공격포인트 순위 상위권에는 국내 공격 자원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올 시즌 유독 외국인 공격수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각 구단이나 팬들의 실망감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용한 외인들
2024시즌 K리그1이 11라운드를 진행, 한 라운드 로빈을 돈 상황에서 도드라지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외국인 선수는 많지 않다. K리그에서 7시즌째 활약 중인 무고사(몬테네그로)가 6골(득점 4위)로 제 몫을 할 뿐, 눈에 띄는 외인 공격수가 드물다. 일류첸코(독일)는 무고사에 1골이 모자란 5골을 기록 중이지만 경기력은 부정적 평가를 받는다. 소속팀 FC 서울도 좀처럼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로선 ‘야심작’이 낙제점을 받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시즌 전 리그 전체를 들썩이게 했던 신입생 제시 린가드(잉글랜드)가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린가드는 개막 이후 선발로 1경기, 교체로 2경기에 출전한 이후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다. 출전한 3경기에서 옐로카드만 두 차례 받았을 뿐이다.
지난 시즌 4위에 머물러 절치부심한 전북 현대는 과감하게 외국인 공격진을 교체했다. 대전에서 티아고(브라질), 인천에서 에르난데스(브라질)를 영입했다. 각기 전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이기에 기대감이 높았다.
기대감은 실망으로 돌아오고 있다. 에르난데스는 자신의 전북 데뷔전이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골맛을 봤으나 K리그 개막 이전 부상을 당해 올 시즌 2경기만 소화했다. 지난 시즌 17골로 득점왕 경쟁을 했던 티아고는 리그 11경기 1골에 그치고 있다.
대전 하나시티즌 상황도 마찬가지다. 구텍(라트비아), 호사(브라질), 음라파(토고) 3인이 만든 득점은 각각 1골씩이 전부다. '구관' 레안드로(브라질)가 그나마 2골을 기록하고 있다.
수년간 가치를 증명해온 '능력자'들이 국내 무대를 떠난 점도 외인 공격수들의 존재감이 약한 이유다. 울산의 공격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던 바코(조지아)는 최강희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중국(산둥 타이산)으로 향했다. 대구, 포항을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은 제카(브라질)는 이적시장이 열리자 바코와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2선 자원들의 약진
외국인 공격수들이 침묵하면서 국내 2선 자원들의 선전이 돋보인다. 가장 빛나는 활약을 보이고 있는 이는 울산 HD의 이동경이다. 8경기에서 7골 5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대로라면 리그 MVP 수상도 유력해 보인다. 득점과 도움, 양 부문에서 모두 리그 선두다. 다만 이동경은 군복무를 위해 김천 상무로 떠났고 현재 군사훈련을 진행 중이다.
포항 정재희, 강원 이상헌도 7골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들 모두 이번 시즌 자신의 커리어 하이 기록 작성이 유력하다. 정재희는 프로 무대에서 첫 해트트릭을 맛보기도 했다.
7골을 나란히 기록한 이들 세 선수는 팀의 고공 행진도 함께 이끌고 있다. 이동경이 이끌던 울산, 정재희의 포항은 리그 선두 경쟁을 하고 있다. 이상헌의 활약에 힘입은 강원은 강등 위험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던 지난 시즌과 달리 상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반전은 일어난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국내 2선 자원들이 활약하고 외인 공격수가 침묵하는 판도에 대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상을 입었거나 운이 따르지 않던 선수들이 곧 골을 터뜨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상윤 위원은 "대구 에이스 세징야(브라질)는 날씨가 더워지면 3~4경기 동안 골을 몰아넣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부상으로 빠진 경기가 많았는데 회복을 잘 한다면 팀을 끌어올리는 활약을 보여줄 수 있다. 대구 날씨가 특히 더워서 많이 힘들어 하는데 세징야는 오랫동안 대구에서 뛰었기 때문에 적응을 잘 한 것 같다"며 웃었다. 부상으로 5경기에 결장한 세징야는 현재까지 1도움만 기록하고 있다. 지난 11라운드 경기에서 부상을 털고 후반 교체 투입으로 감각을 조율했다. 박창현 신임 감독은 "일주일 잘 준비하면 회복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상윤 해설위원이 시즌 전부터 기대감을 내려놓지 않았던 선수는 전북 신입생 에르난데스다. 이 위원은 에르난데스를 "적은 기회, 어려운 상황에서도 골을 만들어낼 줄 아는 선수"라고 평가한다. 4월 말 부상에서 복귀했으나 다시 한 번 전력에서 이탈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이 위원은 "그럼에도 가진 능력이 있기에 전북으로선 에르난데스 복귀가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1경기에 모두 출전했으나 아직 골을 기록하지 못한 수원 FC 안데르손(브라질)도 향후 활약이 기대되는 자원이다. 득점은 없지만 경기력에서 호평이 이어진다. 팀의 공격 활로를 뚫는 역할을 맡아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현재까지 도움 3개를 기록 중이다.
부활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큰 선수는 역시 린가드다. 서울은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3만 5000명의 관중몰이를 하고 있다. 팀 훈련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린가드가 복귀해 활약한다면 기록적인 흥행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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