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특검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련 의혹, 양평 고속도로 관련 의혹 그리고 명품백 수수 의혹 등 모두를 특검 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에 더해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와 황운하 원내대표 관련 사건에 대한 특검도 검토하겠다는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한 정치인은 김건희 여사뿐만 아니라 김정숙 여사, 그리고 이재명 대표의 부인인 김혜경 씨 의혹을 동시 특검하자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가히 ‘특검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특검의 사전적 정의는 “고위층 권력형 비리나 위법 혐의, 수사기관이 연루된 사건 등 검찰의 자체 수사가 어려운 사건에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돼 있다. 민주당이 언급한 사건들은 이론적으로 이런 특검의 범주에는 속한다.
그럼에도 문제는 있다. 첫 번째 문제점은, 수사 중인 사건은 일단 수사 결과를 지켜본 이후에 특검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한데 상당수의 사건은 수사 중임에도 특검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논리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해병대원 특검은 예외일 수 있다. 해당 해병이 안타까운 젊은 목숨을 잃은 지 9개월여가 지났건만, 아직도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으니 이 정도 되면 특검을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관련 사안에 대한 특검 주장은 조금 성급한 측면이 없지 않다. 지금 막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으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3개월 정도는 지켜보다가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그때 특검을 주장해도 늦지 않다.
두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은, 지나친 특검 주장은 제도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특검은 문자 그대로 ‘특별한 경우’에 적용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처럼 갖가지 사안에 대해 특검을 주장하면 특검의 ‘특별함’은 퇴색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검법을 남발하면 역설적으로 특검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특검의 남발은 검찰과 사법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아직은 검토 단계라고는 하지만 조국 대표 관련 사건과 황운하 의원 관련 사건에 대한 특검을 추진한다고 ‘가정’하면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민주당은 해당 사건들에 대해 검찰이 ‘조작’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만일 이런 식이라면 1심 혹은 2심까지 실형을 선고한 사법부는 검찰의 ‘조작’에 속아 넘어간 꼴이 된다. 우리나라 사법 제도가 검찰이 기소한 이후 사법부에 의한 3번의 판단 기회를 부여하는 이유는 ‘진실’을 가려내기 위함이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억울한 사람이 없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억울한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추가로 재심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런 제도를 놔두고 현재 재판 중인 사건을 ‘무죄추정 원칙’을 들며 특검 하자고 하면, 이는 일반 사법 체계를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음과 동시에 자신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많은 피의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미 실형을 살고 나온 정경심 전 교수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남는다. 물론 조국 대표 케이스와 황운하 원내대표 케이스에 대한 특검을 진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치 공학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입장에서 조국 대표는 친문의 상징적 존재이고, 잠재적 경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조국 대표 문제를 특검 하자고 나설 경우 경쟁자를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강성 친명 지지자들이 조국 대표와 황운하 의원 케이스의 특검을 주장하는 이들을 두고 ‘수박’이라고 비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검이 정치적 수단이 돼서는 곤란하다. 특검이 정치적 수단이 되면 다른 사법 체계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검은 문자 그대로 특별한 경우에만 국한돼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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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