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형제대결 성사…동생 행보와 비교됐던 허웅 우승·MVP로 설움 씻어
#형제 대결에 쏠린 눈길
이번 챔프전에 특히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이유는 사상 최초로 벌어진 '형제대결' 덕분이다. '농구대통령'으로 불리는 허재 전 감독의 두 아들인 허웅(KCC)과 허훈(KT)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이들 형제가 KBL의 간판 스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이들은 지난 아홉 번의 올스타 투표에서 1위를 7회나 주고 받았다(허웅 5회, 허훈 2회). 특히 허웅은 시즌 종료 이후 진행된 시상식에서 5회 연속 인기상을 독식해왔다.
이들은 3, 4차전이 열린 장소인 부산과 기묘한 인연이 있다. 아버지 허재 전 감독이 프로 원년(1997), 선수로서 초대 챔프전 우승을 일궈낸 곳이다. 이듬해 허 전 감독은 준우승팀 소속으로 챔프전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준우승팀의 선수가 MVP를 수상한 것은 현재까지도 유일한 기록이다.
또 부산은 허씨 형제의 과거와 현재 연고지이기도 하다. KCC는 전 연고지 전북 전주와 불화로 올 시즌부터 부산에 둥지를 틀었다. 이전에 부산에 자리를 잡고 있던 KT는 2021년 여름부터 경기 수원으로 옮겨갔다.
허웅과 허훈 중 누가 승리하든 개인 커리어 최초 우승이라는 점도 승부를 뜨겁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둘 다 국내 농구 정상급 자원으로 평가받지만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동생 허훈은 챔프전 출전 자체가 처음이었다.
#승리한 허웅의 눈물
시리즈가 마무리된 5차전, 눈물을 터뜨린 쪽은 형 허웅이었다. 자신의 첫 우승 달성, 챔프전 MVP 수상에 따른 감격의 눈물이었다. 인기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농구 자체와 관련해선 '1인자 이미지'가 희미했던 허웅이다.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는 아무도 부정하지 못했지만 그간 '실적'이 부족했다.
우승 여부가 선수 평가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농구 종목에서 이전까지 허웅의 우승 횟수는 '0'이었다. 인기상 외 이렇다 할 개인 수상도 없었다. 2021-2022시즌 베스트5 선정이 전부였다.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던 동생의 행보와 비교됐다. 이에 더해 허웅은 국가대표로서도 꾸준히 중용되지는 못했다.
이번 챔프전에서 허웅은 이 같은 설움을 딛고 정상에 올랐다. 5차전까지 진행된 시리즈 내내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평균 18.8득점, 2.4리바운드 5.4 어시스트 3점슛 2.6개를 기록했다.
허웅은 이전에 드러내지 않았던 팀의 리더로서 면모도 선보였다. KCC는 허웅을 비롯해 이승현, 최준용, 송교창 등 국내 정상급 자원이 즐비해 시즌 전 우승 1순위로 꼽혔지만 기대치를 밑돌았다. 선수단 내 부상이 연쇄적으로 발생했고 에이스급 선수 간 호흡이 원활치 못했다. 허웅은 시즌 중 전창진 감독과 미팅을 통해 팀의 방향에 대한 변화를 요청했고 이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꼽힌다.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십도 눈길을 끌었다. KCC 구단이 공개한 5차전 라커룸 내부 영상에서는 동생 허훈에 대한 대처법을 설명하는 장면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즌 내내 팀에서 겉돌다 플레이오프부터 맹활약을 펼친 반전의 주인공 에피스톨라를 잘 다독인 사람도 허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소환시킨 허훈의 활약
준우승팀 소속 MVP라는 유일한 기록처럼 허재 전 감독은 챔프전에서 우승에 실패했음에도 가장 강렬한 활약을 펼친 선수로 남아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 1승 4패로 준우승에 그친 허훈은 자신의 아버지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박수를 받았다.
허훈은 점수차가 벌어진 1차전에만 짧은 출전 시간(22분 59초)을 소화했을 뿐 나머지 4경기에서 풀타임 출전을 기록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그러면서 남긴 5경기 평균 26.6점은 역대 챔프전 최고 기록이다. 상대 수비가 허훈에 대한 견제에 쏠려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대단한 수치였다.
온전한 몸 상태도 아니었다. 허훈은 이번 시즌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왔다. 챔프전 시리즈에서는 심한 감기에 걸려 일부 훈련을 건너 뛸 정도였다. 적장 전창진 감독이 "허훈에게 어느 정도 점수를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단 1승에 그쳤음에도 허훈의 활약을 인정받았다. 시리즈 MVP를 가리는 투표에서 허웅, 라건아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리즈가 7차전까지 이어졌다면, 비슷한 수준의 활약이 지속됐다면 허훈의 수상 가능성이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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