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적대상화 전시, 아청법 처벌 어려워…‘아기’ 강조한 동성애물 홍보 논란 빚기도
논란이 된 건 어린이날 연휴인 5월 4일부터 5일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종합 서브컬처 행사인 ‘제4회 일러스타 페스’에서 벌어졌다. 해당 행사 중 ‘어른의 특별존’이라는 이름의 부스에서는 ‘어린이사랑꾼’ ‘어린이런치세트’ 등 어린이를 내세우며 미성년자 캐릭터를 성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 패널을 전시했다. 해당 패널은 유명 게임에 등장하는 미성년자 캐릭터를 성적으로 묘사해 논란을 빚었다.
일산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킨텍스 내 서브컬처 전시장 성인용품 가게에서 아동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의 나체 패널 등이 전시됐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문제 전시물은 성인만 들어갈 수 있는 별도 공간에 마련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장에서 별도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고 전해진다.
출동한 경찰은 사건을 접수해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수사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해진다. 다만 해당 사건을 두고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으로 처벌까지는 어렵다는 법조계 반응이 나온다. 홍진현 법무법인 청림 변호사는 해당 음란물이 단순히 오프라인에서만 전시된 것이라면 현행 아청법으로는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홍 변호사는 “현행 아청법은 ‘필름, 비디오물, 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 영상 등의 형태로 된 음란물’만을 처벌하고 있으므로, 해당 음란물이 단순히 오프라인에서만 전시된 경우라면 현행 아청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고, 일반 형법상의 음화 등 제조, 공연전시죄 등으로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 변호사는 “형법상의 음화 등 제조, 공연전시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아청법상 수위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으로 처벌된다. 형법상 음화 등 제조, 공연전시죄는 사회 통념상 보통 사람을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면 처벌될 수 있는 규정이어서 규율 범위는 더 넓다는 특징이 있다”고 봤다.
일각에서는 관람객들이 성인 인증을 통하여 입장하였으므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전시가 아니어서 처벌받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만 홍 변호사는 “음화 공연전시죄는 음화를 ‘공연히 전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불특정인이 아니어도 다수인에게 전시된 것이라면 처벌 받을 수 있다. 위와 같이 다수인에게 전시하기 위해 음화를 제조하는 행위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 누리꾼들은 “미성년자 캐릭터 음란물을 전시하는 건 문제가 있다” “어린이날에 ‘어린이 런치세트’는 너무하지 않나” “이해를 떠나서 혐오스럽다. 실제든 만화든 어떻게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좋아할 수가 있나”라면서 분노했다.
반면 루리웹 등 서브컬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표현의 자유’ ‘성인 인증을 받고 들어가는 곳’ 등의 반박도 나왔다. “유저들 감성과 인식은 일본 시장에 맞춰져 있는데, 한국에서 하려니 잡음이 생기는 것 같다” “성인만 들어갈 수 있는 사이트나 장소에서 그러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설정 상으로는 인간도 아니다” 등의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몇몇 콘텐츠 회사들의 어린이날 이벤트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대한민국 웹툰, 웹소설 콘텐츠 회사인 리디북스와 미스터블루가 ‘어린이날 기념 BL 기획전’을 이벤트로 내놔 뭇매를 맞기도 했다. 리디북스는 어린이날 기념 ‘어린이날 연휴 전 연령 BL 특집’ 이벤트를 내놨다. BL은 보이즈 러브(Boys Love)의 약자로 창작물에서 남성 등장인물 간의 동성애를 다루는 장르를 말한다.
리디북스는 이벤트를 “무럭무럭 자라나는 BL 어린이들”이라고 설명하면서 첫 번째 이벤트로 “어린이날 전 연령 BL 할인 및 무료. 무럭무럭 자라나는 BL 새싹”이라고 이벤트를 설명했다. 두 번째 이벤트는 댓글 포인트 이벤트로 리디북스는 “이벤트 기간 댓글을 통해 추천하는 전 연령 BL 만화, BL 웹툰을 남겨달라. 추첨을 통해 50명에게 1000 리디 포인트를 드린다”고 공지했다.
논란이 됐기 때문인지 이벤트 내용 중 일부 문구는 수정됐다. 해당 이벤트 내용 중 ‘무럭무럭 자라나는 BL 어린이들’이란 문구가 빠지고 ‘연휴에는 힐링물 전연령 BL과 함께!’라는 문구로 대체됐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BL 새싹’이란 문구도 빠졌다. 현재는 ‘BL 새싹’ 이벤트를 이벤트 목록 중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해당 이벤트 글 하단 이벤트 참여 댓글에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이건 선을 넘었다. 그 정도 분별도 없나” “무럭무럭 자라나는 BL 새싹? 사 놓은 책이 있어 탈퇴는 못 하지만 너무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일요신문은 리디북스 측에 해당 이벤트 관련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콘텐츠 회사 미스터블루도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아기들이 등장하는 BL물 기획전을 내놨다. 해당 이벤트는 BL웹툰 총 21화 무료, 기다리면 무료, 소장 또는 대여 시 최대 30% 할인, 보너스 머니 증정 댓글 이벤트 등으로 구성됐다. 이에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아기들이 나오는 BL이라니 기괴하다’ ‘만약 성별을 반대로 놓고 생각해 보면 얼마나 큰 문제가 될지 알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반면 ‘해당 작품은 BL물이긴 하지만 주인공들이 사랑을 할 뿐, 남자들이 애 키우는 내용이다’ ‘아동 캐릭터만 나오면 당연히 성적으로 소비할 것으로 생각하는 게 멍청하다. 애를 보면 당연히 키운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이런 의견처럼 아기는 소재일 뿐 주요 주제는 아닌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미스터블루 이벤트에도 포함된 ‘페로몬 베이비’라는 작품은 동인 세계관 가운데 남녀 상관없이 임신할 수 있다는 설정인 ‘오메가버스’ 세계관 작품으로, 남자끼리도 출산이 가능한 세계관이 배경이다. 이 작품은 어릴 때부터 친한 옆집 동생인 윤서와 얼떨결에 관계를 맺고 지한이 임신을 했다는 설정이다. 해당 작품은 아기는 후반부에 나올 뿐 남자 간 사랑이 중점이라고 알려져 있다. 다만 어린이날 굳이 ‘아기’에 포커스를 맞춰 이런 광고를 올리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웹소설 작가는 “BL물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소위 주류 문화라는 메인스트림이 약해지고, 서브컬처가 커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BL물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런 배경에서 BL물 마케팅이 늘면서 자연스레 대중도 접하게 되고, 거부감도 표출되는 것 같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어린이날이라는 걸 빼면 BL 마케팅이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이번 사안은 BL물 자체보다 ‘어린이날’이라는 특수성이 중요한 것 같다. 미스터블루는 성인 지향 웹 콘텐츠 회사로 알고 있는데 이곳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고 알려진 리디북스는 조금 과했던 것 같다. 논란이 예상될 수밖에 없는데 어린이날 굳이 이런 이벤트를 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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