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비 3주째 상승, 공컨테이너 부족도 원인 꼽혀…한국, 화주 보호 조치 미흡 “선·화주 간 상생 노력 필요”
#운임비 계속 오르는 이유
한국형 컨테이너운임 지수(KCCI)가 모든 항로에서 3주 연속 상승세다. 5월 7일 기준 KCCI는 2606으로 전주의 2278과 비교해 14.4% 올랐다. KCCI란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국내 컨테이너 운임시장의 정확한 현황 파악을 목표로 개발한 지수로 부산항에서 출발해 북미, 유럽 등 각 권역별 대표 항만으로 향하는 13개 항로별 운임을 종합해 산출된다. 국내 수출입 화주에게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보다 더 정확하게 운임 변동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지수로 평가받는다.
북미 서안·동안 노선 운임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한국발 북미 서안 운임은 전주 3329달러에서 4014달러로 20.6% 올랐고 동안 운임은 4225달러에서 5068달러로 20% 상승했다. 한국발 중남미 동안과 서안행 운임도 전주와 비교해 각각 15.4%, 14% 오른 5039달러와 4062달러를 기록했다. 남미 동안 운임이 5000달러를 돌파한 건 2022년 11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유럽행, 동남아시아행, 지중해행, 중동행 운임도 각각 11.5%, 7.9%, 5.5%, 4.8%씩 올랐다.
운임이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는 가장 큰 이유로 수에즈 운하 통행 제한이 꼽힌다. 선박들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내수시장 침체로 알리·테무·쉬인 등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중국발 물량이 폭증한 점도 전세계 항로 운임 상승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향 투자가 급증하면서 수출 물동량이 늘어나 북미 노선 운임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이유도 거론된다. 바로 ‘공컨테이너’ 부족이다. 화물을 선적할 컨테이너가 부족하기 때문에 운임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항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사들의 임시 결항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실을 컨테이너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2만 5000TEU급 선박을 띄우면서 수익을 내려면 1만 6000개 정도는 실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결항을 한 다음 컨테이너가 더 모였을 때 출발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국내 한 물류회사 임원은 “컨테이너가 있어야 물건을 실어보낼 수 있는데 선사들이 빈 컨테이너가 없어서 부킹(선적 예약)을 못 받아주겠다고 아우성이다. 실제로 컨테이너가 없는 게 맞는지 우리는 근거가 없으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라며 “수출·입 불균형 때문에 나가는 컨테이너에 비해 들어오는 컨테이너가 한참 부족한데 선사들이 ‘엠티 컨테이너 리포지션’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엠티 컨테이너 리포지션이란 수입물량이 적은 지역의 컨테이너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공컨테이너를 조달해오는 일을 뜻한다.
해운업계 다른 관계자는 “선사는 빈 컨테이너를 싣고 다니면 운임을 못 받으니 손해를 본다”며 “문제는 선사들이 컨테이너 수급 불균형 비용(CIC)을 화주들에게 일정 부분 부과하거나 운임을 많이 주는 대화주에게만 컨테이너를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서는 이 문제로 팬데믹 때 글로벌 선사들이 연방해사위원회(FMC)에 제소당해서 과징금을 물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화주 보호를 위해 ‘외항해운개혁법(OSRA) 2022’를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2년 만에 해상운임이 4배 오르면서 최종 소비자가가 급등해 경제 활동에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OSRA 2022를 통해 선사가 미국 항만에서 처리한 수출입 물동량의 중량과 적컨테이너(화물이 적재돼 있는 컨테이너)와 공컨테이너 개수(TEU)를 분기별로 FMC에 보고토록 했다. 또 부당한 선적 제한 조치와 부대비용 부과 조치도 금지했다.
다만 국내는 공컨테이너 현황과 관련한 관리감독 조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각 컨테이너는 선사 소유이기 때문에 해수부에서 따로 재고현황을 파악한다거나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각종 부대비용 목록 끝도 없어…
운임 인상 외에도 컨테이너 선사에 지급해야 하는 부대비용으로 인해 화주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터미널화물처리비(THC), 유류할증료(BAF)·저유황유 사용에 따른 할증료(LSS), 탄소배출권거래제(ETS), 국제선박보안 관련 비용(ISPS), 유럽세관 수출화물 적하목록 신고 경비(ENS) 등 컨테이너 선사 별로 각각 화주에 부과하는 부대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선사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해상 안전이 위협받자 위험지역 통과 시 보험금과 위험부담금을 화주에게 추가적으로 부과시키기도 했다.
유럽연합이 올해 1월부터 선사들을 상대로 시행한 ETS는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 수익 창출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ETS로 선사들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 이상을 화주에게 부과한 탓이다.
체화료와 지체료 부과 역시 기준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화료는 선사와 화주 간 약정된 무료장치 기간을 초과해 컨테이너 화물을 반출하지 않을 경우 화주에게 부과되는 비용이고 지체료는 화주가 반출한 컨테이너가 선사가 지정한 기간 내에 반환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다. 문제는 물동량 폭주를 선복량이 따라가지 못해 수많은 체선·체화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이를 화주들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미국은 OSRA 2022를 통해 초과 보관 할증료 부과 등을 두고 화주와 선사가 소송을 벌일 경우 선사가 합법성을 입증하도록 했으나 국내는 이런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의 물류회사 임원은 “원양항로에 컨테이너 하나를 띄워 보내려면 현재 시가로 평균 2500~3000달러를 지불해야 하고 컨테이너당 부대비용은 100~150달러는 더 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 중량화물 수출하는 중소기업 화주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시기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팬데믹 때나 글로벌 공급망 지연 이벤트가 벌어진 지금은 선사가 우위지만 해운이 항상 호황일 수는 없다. 침체기가 올 경우 화주가 협상의 우위에 서게 될 텐데 그때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선·화주 간 상생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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