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지사 “저출생 근원적 극복 위해 국가 구조 개혁·의식 대전환 필요해”
- 피부에 와닿는 경북 대표 저출생 극복 20대 과제 중점 추진
- 이철우 지사 "후손과 우리나라 위해 저출생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
[일요신문] #. 포항 A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B씨는 둘째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한다. 하지만 요즘 둘째 아이가 5시만 되면 집에 가겠다고 보채 걱정이 컸다. 육아기 단축근무 제도가 있으나 회사 눈치도 보이고 사용하면 월 임금 300만 원을 다 받지 못해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경북도에서 육아기 단축근무에 대한 임금을 100% 보전해 주고, 참여하는 기업에는 운전자금 이차보전, 장려금 지급 등을 통해 인식 개선에도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일주일에 총 5시간 단축근무를 하고 아이를 데리고 일찍 집에 간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아이도 일찍 퇴근한 엄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기다려진다며 웃는다.
#. 지난 주말 예천에 거주하는 A씨는 아침에 동네에 같은 또래 육아 맘과 아파트 1층 (가칭) 우리 동네 돌봄 마을에 모여 아이에게 친구도 만들어 주고 또래 엄마들과 육아 정보를 공유하며 친분을 쌓았다. 또한, 친정아버지가 갑자기 아프셔서 아이를 (가칭) 우리 동네 돌봄 마을에 맡겨두고 병문안을 다녀왔다. 요즘 A씨는 (가칭)우리 동네 돌봄 마을 덕분에 육아할 만하다고 이야기한다. 구미에 거주하는 B씨는 아이를 돌보면서도 일을 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원래는 아이를 돌본다고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요즘 일자리 편의점이 동네에 생겨 아이를 돌봄센터에 잠깐 맡기고 2~3시간씩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버는 재미에 푹 빠졌다.
#. 안동시에 거주하는 A씨는 경북도가 주최한 '청춘동아리'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평소 직장 일에 몰두하다 보니 이성을 만날 기회가 부족했던 A씨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더구나 청춘동아리에서 매칭된 커플에게 '국제 크루즈' 여행까지 보내준다고 하니 이번 기회를 통해 평생을 함께할 소중한 사람을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 경북도청 청년정책과에 근무하는 A씨는 방학만 되면 걱정이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일명 학원 뺑뺑이를 시키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올 7월이면 경북도에는 아이 동반 근무사무실과 아이 아이디어 캠프가 구축돼 일하면서 아이까지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기 때문이다. A씨는 아이 걱정을 던 만큼 도민들을 위해 좀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경북도(도지사 이철우)가 도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경북 대표 20대 핵심과제를 포함한 100대 과제를 내놓고 1조 2000억 규모의 저출생 극복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철우 지사가 13일 도청 프레스룸에서 저출생과 전쟁 필승 실행계획 등을 발표하고, 저출생 극복을 위해 경제 환경 개선과 문화 환경 개선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만남, 출산과 양육, 주거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과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빠르게 구축하고 일‧생활 균형 인식 확산 등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가정의 삶의 질 보장이 핵심이다.
이날 이 지사는 저출생 전주기 대응을 목표로 △만남 주선 △행복 출산 △완전 돌봄 △안심 주거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 6개 분야 100대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수립한 20대 핵심과제 추진에 모든 정책역량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만남 주선 분야에서는 △미혼남녀 커플, '국제 크루즈' 여행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청춘동아리' △공식 만남 주선, '솔로 마을' 등 도가 결혼정보회사 역할을 하기로 했다.
행복 출산 분야의 경우 △남성 난임 시술비까지 지원 △임신을 위한 필수 가임력 검진비 지원 △산모 산후 회복과 신생아 건강관리 최대 서비스 △거점형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등 임신, 출산부터 산후조리까지 패키지로 책임진다는 것.
완전 돌봄 분야에서는 △공동체에서 24시까지 함께 돌봄 △돌봄도서관 운영 △돌봄 유토피아, 돌봄 융합 특구 조성 등 온 동네가 함께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국가 돌봄 정책을 대행하고 육아 시설 집적화, 규제 일괄 해소 등 각종 저출생 정책을 실험할 수 있는 국가 저출생 극복 시범도시인 돌봄 융합 특구 시범지구 조성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안심 주거 분야에서는 △3자녀 가정 큰 집 마련 지원 △월세와 전세보증금 이자 지원 △신축약정형 매입임대주택 공급 등 월세, 전세부터 큰 집 마련까지 촘촘히 지원히고, 일‧생활 균형 분야에서는 △육아기 부모 4시 퇴근, 초등 맘 10시 출근 △소상공인 6개월 출산휴가 도입 △아빠 출산휴가 한 달 및 아이 동반 근무사무실 △일자리 편의점 등을 중점 추진한다.
양성평등 분야에서는 △다자녀 가정은 어디서나 우대‧할인 △아동 친화 음식점, 웰컴 키즈존 운영 △다자녀 가정 공무원 특별 우대 등 다자녀 가정을 국가 유공자 수준으로 우대한다.
한편 도는 20대 핵심과제를 포함한 6대 분야 100대 사업들을 제대로 시행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해 도민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여기에 필요한 돈은 추경으로 도비 541억원을 포함해 1100억원을 긴급히 수혈하고, 국비, 지방비, 기금 등을 총동원해 단계적으로 1조 2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
이철우 지사는 "저출생의 근원적인 극복을 위해서는 국가 구조의 개혁과 의식 대전환이 필요하다. 수도권으로 이동을 꿈꾸는 유목민 사회가 아니라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자라고 취직하고 가정을 이루어 공동체와 함께 사는 정주형 사회로 틀을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북은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새로운 길을 먼저 개척하고 위기 극복의 선두에 있었다. 후손과 우리나라를 위해 저출생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 다시 대한민국을 위하여 함께 뛰자"라고 강조하며, 시도민과 출향인, 기업, 언론 등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에는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고 국가 최대 현안인 저출생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경북을 돌봄 융합 특구로 지정하고 돌봄 사업 권한 이양, 예산 대폭 투입 등 적극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저출생 극복 특별법, 육아기 근로자 단축근무 의무화 등 저출생 극복을 위한 법‧제도 등도 마련해 제22대 국회 개원에 맞춰 건의하겠다고 했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cch@ilyo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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