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설정 캐릭터 이용한 ‘인쇄된’ 음란물, 아청법 피하고 음화반포죄 적용
5월 15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일산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5월 4~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일러스트 페스티벌 전시장 현장에서 미성년자를 연상케 하는 캐릭터의 나체 등이 그려진 홍보 패널과 만화책, 굿즈 등을 전시 및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입건된 피의자는 10명 안팎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제작한 물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국내 모 모바일 게임의 캐릭터로 대다수가 미성년자이며, 가장 나이가 어린 캐릭터는 11살로 알려졌다. 당시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개된 해당 행사에는 미성년자 캐릭터들이 나체로 특정 신체부위를 강조하는 패널과 굿즈 등이 전시됐다. 일부 캐릭터는 노출된 신체 부위에 고객들이 직접 터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도 알려졌으며 특정 음란물은 '어린이 런치세트'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아동음란물 신고가 빗발치자 경찰은 5월 5일 현장을 찾아 상황을 확인한 뒤 행사 관계자와 작가들을 순차적으로 조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 측은 문제의 전시가 성인들만 입장할 수 있는 특별 구역에서 엄격한 성인 인증을 거쳐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경찰은 "공개된 장소에서 음란물로 판단된 게시물을 전시했다면 성인 인증은 위법 여부를 가리는 데 결정적 요소가 아니며 음화반포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화반포는 음란한 문서, 그림 등을 반포·매매·임대하거나 공연전시, 상영하는 행위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아동음란물로 여겨지는 만큼 아청법이 적용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문제가 된 해당 물품이 온라인에서 유포가 가능한 디지털 데이터가 아니라 인쇄된 출판물 또는 실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현행 아청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아청법 2조 5항에 따르면 성착취물은 필름, 비디오물, 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 영상 등으로 규정되는 탓이다.
음화반포죄가 적용되는 '음란물'의 정의를 놓고 해당 행사와 작가들을 옹호하는 네티즌들은 "남자들이 즐기는 작품에 대해서만 엄격한 음란물 규제를 적용한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특히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처럼 가상의 인물을 이용한 음란물의 경우 실제 피해자가 없으므로 실존 인물이 등장하는 성착취물과 달리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경찰 관계자는 "음화반포죄에서 말하는 음란성은 단순히 성적 요소가 부각되거나 직접적인 성적 행위를 표현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해당 내용으로 인해 성욕을 흥분 및 자극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성인의 정상적인 성적 도덕 관념이나 윤리 의식을 현저히 방해할 가능성 등을 종합한다"라며 "일반적이지 않은 성행위만을 자극적으로 묘사한 만화나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하는 나체의 캐릭터 상품의 경우는 다른 목적 없이 성적인 흥분만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어 음화반포죄에 따른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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