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부담, 정부는 규제 완화만…효과·파장 두고 시장 우려, 2금융권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
정부가 지난 5월 13일 공개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은 △본PF뿐 아니라 브릿지론까지 사업성 평가 대상을 확대해서 △사업성평가 등급 분류를 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하고 △이 중 구조조정(유의)이나 정리 대상(부실) 사업장을 골라내고 △재구조화와 경·공매 과정에서 은행과 보험사 등이 소유 자금을 대출해주는 구조다. 해당 대출에 대해서는 금융회사들에 건전성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준다. 그런데 이번 대책의 효과와 파장에 대한 시장의 예상은 정부 기대와는 다르다.
정부는 전체 230조 원 규모의 부동산 PF 사업장 가운데 최대 10%가량이 구조조정 대상(유의 이하)이 되고, 이 중 2~3%가량(4조 6000억 원~6조 9000억 원)이 정리 대상(부실우려)에 해당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의 추정과는 차이가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부동산 PF 예상손실액을 증권 3조 1000억~4조 원, 캐피탈 2조 4000억~5조 원, 저축은행 2조 6000억~4조 8000억 원 등 최소 8조 원에서 최대 13조 8000억 원 규모로 추정했다.
사업성 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객관적인 기준은 만기 연장 횟수다. 2회 이상 만기 연장 시 외부전문기관의 사업성 평가를 의무화했다. 이미 만기 연장을 한 사업장이 많아 평가대상이 될 사업장만 5000여 곳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릿지론은 △최초 대출 만기 도래 후 장기간(6개월)이 경과했고 토지매입이 미완료된 경우 △최초 대출 만기 도래 후 장기간(12개월)이 경과했고 인허가가 미완료된 경우 △인허가가 완료된 이후 장기간(18개월)이 경과했는데 본PF로 전환하지 못한 경우 등은 ‘부실우려’ 사업장이 된다. 브릿지론과 본PF 공통적으로 만기를 4회 이상 연장했거나, 연체이자를 납부하지 않고 만기 연장했거나, 경·공매에서 3회 이상 유찰되면 정리 대상이 되는 ‘부실우려’ 사업장이 된다.
정부는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사업장의 재구조화 또는 정리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과 보험사에서 공급하도록 했다. 사업장을 인수하거나 해당 토지를 매입할 때 금리가 낮은 은행과 보험에서 돈을 빌리라는 뜻이다. 일단 1조 원 정도를 만들고 최대 5조 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은행과 보험사가 얼마나 이 대출에 적극적일지는 미지수다.
당장 대출 재원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조조정 대상이 전체의 10%면 23조 원이다. 구조조정 대상 가운데 그나마 사업성이 높은 곳에만 해당 대출이 집중되면 상대적으로 그보다 못한 사업장은 정리 대상으로 추락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출까지 부족하면 사업장 매각이 더 어려워지게 된다.
부실 사업장 수가 예상을 웃돌고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않는 사업장도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금융당국 관리 밖에 있었던 새마을금고 관련 사업장도 이번 정리작업에 포함됐다. 채권단의 만기 연장 동의 기준도 3분의 2 이상에서 4분의 3 이상으로 높였다. 특히 브릿지론 사업장에서 무더기로 부실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소 시행사나 건설사들의 지방 사업들에 부실이 집중될 것이란 관측도 많다. 부실자산이 계속 매물로 쌓이면 경·공매를 해도 유찰이 늘고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결국 기존에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나 보증을 선 건설사가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건설회사가 부실해지면 건설회사에 돈을 빌려줬던 금융회사들까지 부담이 전가된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이 쌓아 놓은 충당금이 100조 원에 달한다고 소개했지만 이는 부동산 PF 관련 대출이 적은 은행권을 포함한 수치다. 부동산 PF 관련 대출이 많은 2금융권의 충당금은 부족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부동산 PF 대출관련 기적립된 대손충당금을 제외한 2금융권의 추가 적립 필요 충당금 규모로 증권 1조 1000억~1조 9000억 원, 캐피탈 9000억~3조 5000억 원, 저축은행 1조~3조 3000억 원 규모로 추산했다. 충당금이 부족하면 대주주가 추가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대주주가 여력이 부족하면 매각 등 외부자본 조달이 필요하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도 은행과 대형 증권사들이 나서 부실회사들을 인수했다.
동영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일부 회사의 경우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이 높아 손실 인식 규모가 손실대응능력 대비 크거나, 계열로부터의 지원 가능성이 낮아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우량 금융기업과의 M&A를 통해 일부의 부실이 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고, 원활한 연착륙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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