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 두 배 넘는 ‘호주 워홀’ 인기…노동력 유출 역대 최고 수준, 경직된 조직문화도 한몫
#일본보다 급여가 2~3배
요시하라 도모키 씨(25)는 호주 시드니 남쪽 골번 근처에 살고 있다. 식육가공업체에서 근무 중으로 아침 5시부터 교대해 일주일에 50시간 정도 일한다. 한 달 실수령액은 3300달러(약 450만 원)다. 요시하라 씨는 “일본에서 자위대원으로 일할 때보다 월급이 2배가량 높다”며 “급여만 놓고 보면 호주가 훨씬 좋다”라고 말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의하면 “2023년 호주가 일본인을 대상으로 발급한 워킹홀리데이 비자 수는 1만 4398명으로 역대 최다였다”고 한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란 18세 이상 30세 이하의 외국 젊은이들에게 입국을 허락하고, 체류 경비를 보충할 정도의 노동을 허가하는 제도다. 호주의 경우 체류 기간을 3년까지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 젊은이들이 호주에 끌리는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임금이다. 최저 시급이 일본의 두 배가 넘는다. 최근에는 엔화 약세로 더욱 매력적인 나라가 됐다. 호주 외에도 캐나다와 뉴질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은 일본인이 1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일본은 젊은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감에 따라 인력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슈퍼 엔저 때문에 해외에서 바라보는 임금 수준이 더욱 열악하다”며 “고급 인력은 물론이고 인력 부족 현장을 지원하는 기능 실습생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이지야스다종합연구소의 요시카와 유야 이코노미스트는 “젊은이들이 일본의 경제 전망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18~29세 일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외 이주를 희망한다, 혹은 그럴 예정이 있다”라고 답한 사람은 무려 40.8%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약 절반이 “해외에 영주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일본을 떠나고 싶은 이유로는 “임금이 낮아서”가 1위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2위는 “일본 경제 상황이 불안해서”가 차지했다. 엔화 약세와 의료·연금 같은 사회보장제도의 개혁 등으로 불만을 느끼는 젊은이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장기간 경기침체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임금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촉진되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가령 올 3월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끝냈고, 같은 달 일본 노동조합은 대기업으로부터 30년 만에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을 약속받았다. 다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의 하락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분석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의 평균 연봉은 4만 1509달러(약 5666만 원)로, 호주(5만 9408달러)와 미국(7만 7463달러)에 비해 크게 뒤졌다. 이토추종합연구소의 다케다 아쓰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나라들이 임금을 인상하는 동안 일본의 임금은 20년 동안 전혀 오르지 않았다”며 “엔화 약세로 그 격차가 더욱 커졌다”라고 지적했다.
#멈추지 않는 노동력 유출
앞서 언급한 대로 일본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는 호주다. 높은 임금에 더해 안전한 나라라는 평판, 일본과 시차가 거의 없다는 점, 그리고 관련 제도 개정으로 취업 기간이 늘어나 이주하기 쉬워졌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일본 워킹홀리데이협회의 사나다 고타로 씨는 “호주뿐만 아니라 각국의 비자 규칙이 완화되면 점점 많은 젊은이들이 해외로 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예를 들어 올해 영국은 워킹홀리데이 참가 연령을 35세로 상향하고, 일본인 정원을 기존 1500명에서 6000명으로 크게 확대했다. 이에 사나다 씨는 “영국이 호주 다음으로 인기 있는 나라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젊은층의 탈일본 러시는 ‘임금 격차’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시대와 동떨어진 일본의 직장 문화에 반감을 가진 젊은 층도 적지 않다. 도쿄에 살고 있다는 28세 남성은 “일본에선 휴가를 내기도 어렵고 업무 중심으로 생활해야 한다”며 “해외에서 일하는 게 더 즐겁고 매력적일 거 같아 워킹홀리데이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4월 바로 호주로 향한 20대 일본 여성은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2년간 머무른 후 영주권을 취득해 동성과 결혼하려 한다”고 밝혔다. 일본과 달리 호주에서는 동성결혼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그는 “호주가 일본보다 수평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고 일과 생활의 균형, 이른바 워라밸 실현이 가능해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일본 노동력의 해외 유출은 비단 워킹홀리데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외무성에 의하면, 2023년 해외 영주권을 취득한 일본인의 수는 57만 4727명으로 1989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의 다구치 하루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일본에서 젊은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코쿠데이터뱅크’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중소기업의 3분의 2 이상이 “노동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라고 응답했다. 또한, 2023년 노동력 부족으로 파산한 일본 회사 수가 사상 최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본 정부는 적극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유치해 인력 부족을 메우려 노력 중이다. 그 결과 지난해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수는 2022년보다 12.4% 증가한 204만 명을 넘어섰다.
이토추종합연구소의 다케다 아쓰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력의 해외 유출은 경제 전망에 의해 좌우된다”고 강조한다. 요컨대 “일본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지 않으면 젊은이들이 일본으로 돌아올 이유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라는 경고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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