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행복의 나라’ 천만감독이 각각 제작·연출…극장가 성수기 흥행 대결 주목
영화계에 따르면 이선균의 유작으로 남은 두 편의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행복의 나라’가 7월과 8월 차례로 개봉할 예정이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날짜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전통적인 극장가 성수기인 여름 시기를 겨냥해 공개를 준비 중인 사실만큼은 눈길을 끈다. 같은 배우가 주연을 맡은 대작이 일정한 시간 차이를 두지 않고 연이어 개봉하는 상황도 이례적이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공항대교에 갇힌 사람들의 사투
이선균의 미개봉 유작 영화는 두 편이다. 블록버스터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PROJECT SILENCE)와 시대극 ‘행복의 나라’. 최근까지 후반 작업을 진행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공개를 준비 중이다.
먼저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한치 앞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낀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연쇄 추돌 사고를 겪으면서 맞는 재난을 그리고 있다. 이선균과 함께 주지훈, 김희원 등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총제작비가 약 200억 원대로 알려진 대작이다.
영화는 2023년 5월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됐다. 영화제 공식 부문이자 장르적인 색깔이 뚜렷한 상업영화 등을 소개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선보였고, 이후 1년간의 후반 작업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 오는 7월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이선균은 극 중 공항대교에서 일어난 긴박한 재난에 맞서 싸우는 청와대 비서관 차정원 역을 맡았다. 유학길에 오른 딸을 배웅하는 과정에서 재난의 한복판에 놓인 그는 갑자기 풀려난 의문의 존재에 맞서 고립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영화 ‘굿바이 싱글’의 김태곤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신과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이 제작자로 나섰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시각 특수효과를 내세워 긴박한 재난과 사람들을 위협하는 의문의 존재를 완성한다. 그동안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영화로 도전을 거듭한 이선균이지만, 시각효과로 영화의 대부분 장면을 완성하는 작품을 이끌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선균은 2023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을 처음 공개한 직후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영화가 현실감 있게 잘 나온 것 같다”며 “중·고등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그 세대에도 통할 장점이 분명히 있는 영화 같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영화의 제작을 김용화 감독이 맡았다는 사실도 주목받는다. ‘신과함께’ 시리즈로 연이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감독은 지난해 여름 공개한 ‘더 문’ 등을 통해 뛰어난 시각효과기술을 선보였다. 이번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역시 컴퓨터그래픽 등 시각효과가 중요한 작품인 만큼 김용화 감독이 그동안 쌓은 기술력의 강점이 반영됐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행복의 나라’ 10‧26 사건에 얽힌 군인과 변호사
아직 7월 개봉을 확실하게 공표하지 않은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달리 이선균이 주연한 또 다른 영화 ‘행복의 나라’는 8월 개봉을 확정했다. 그동안 영화 공개 시기를 저울질해왔던 투자배급사 NEW는 “‘행복의 나라’를 8월 개봉한다”고 밝혔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상상에 기반한 재난과 위기를 몰고 온 의문의 존재를 다룬다면, ‘행복의 나라’는 1970년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꼽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다.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린 강직한 군인과 그를 구하려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사건의 이면을 바라본다.
‘행복의 나라’가 다루는 사건은 1979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암살당한 10·26 사건과 그 이후 벌어진 일들이다. 대통령 암살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진 이후, 재판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군인 박태주와 그의 변호인 정인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화와 실존인물을 극화했다.
이선균은 강직한 군인 박태주 역을 맡았다. 현대사 소재의 실화 바탕 시대극에 출연하기는 영화 ‘킹메이커’ 이후 두 번째이지만, 이번 ‘행복의 나라’는 좀 더 직접적으로 현대사의 핵심 사건을 다루고 있어 차이가 확실하다. 영화에서 어떻게든 박태주를 구하려는 변호사 정인후는 배우 조정석이 연기했다. 이들 사이에서 갈등을 촉발한 인물 전상두 역은 배우 유재명이 맡았다.
연출을 맡은 추창민 감독은 2012년 이병헌과 류승룡이 주연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1200만 관객 흥행을 이끈 주역으로, 실제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이면을 보여주면서 그들 사이에서 형성된 진한 휴머니즘에 주목하는 연출로 인정받아왔다.
감독의 장기는 이번 ‘행복의 나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선균과 조정석이 맡은 역할은 엄연한 실존 인물이지만, 10‧26 사건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직접 휘말린 인물들에 비해 덜 알려진 존재들이다. 이들이 과연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에도 궁금증이 집중된다.
소재와 장르, 무엇보다 제작 규모 면에서 이선균의 마지막 영화 두 편은 주목받는다.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세상을 떠난 직후부터 고인이 남긴 영화들의 공개를 둘러싸고 여러 전망에 나왔지만 7월과 8월에 연이어 개봉하는 일정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기대와 함께 우려도 교차한다. 보통 극장가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 시즌에는 같은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들의 ‘겹치기 개봉’을 최대한 피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름과 겨울 등 극장 성수기를 구분하는 의미가 모호해졌다고 해도, 이들 두 영화의 연이은 개봉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세상을 떠난 이선균이 이들 두 영화로 관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그의 마지막 인사에 관심이 향하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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