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자치구 합동 단속 전 관할 보건소 홈페이지에 기간·대상 등 예고…일부 업소 적발 불구 실효성 의문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자치구와 지난 4월 8~23일 외국 식료품 판매 업소 62곳을 합동 단속했다. 수입 신고를 하지 않고 스티커 등에 한글 표시 사항이 적히지 않은 식품을 판매한 8곳, 제품을 개봉한 뒤 다시 포장해 판매한 3곳, 소비 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한 1곳이 적발됐다. 이 중 11곳에 대해선 형사입건, 1곳에 대해선 관할관청에 과태료 처분을 의뢰할 방침이라고 서울시는 밝혔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그동안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내려질 과태료 처분 등의 조치는 불경기에 부담이 될 것을 고려해 행정 계도 기간을 주며 자치구가 관리를 해왔다”며 “이번 단속은 2023년 불법 수입 식품 단속 이후 지금까지 계도 기간을 준 62개 업소에 대한 특별단속이었다”고 말했다.
무(無)신고·한글 무표시 불법 수입 식품을 진열하거나 판매하면 '식품위생법' 제4조 위반에 해당돼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엄연히 관련 법이 있고 단속을 하고 있음에도 외국 식료품이 버젓이 유통·판매되고 있는 까닭은 판매업자들이 '걸리지만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 욕구도 한몫을 한다.
단속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이번 합동단속을 나가기 전에 미리 관할 보건소 홈페이지에 이를 예고한 뒤 진행했다. 각 자치구 보건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예고 공문에는 단속기간과 단속대상, 단속방법과 주요 단속내용이 명시돼 있다. 불시에 단속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에 업소들에 단속을 피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단속 전 이를 예고하는 이유에 대해 서울시는 "몇 해 전부터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 안전 관리 지침 가이드에서 단속을 나가기 전에 예보를 하라는 지침이 있었다"며 "다만 법적인 규정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서울시는 이들의 불법 유통 판매 행위 근절을 위해서 각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에서 외국 식료품 판매업소를 대상으로 상시점검을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달 적발을 마친 뒤 올해 단속은 아직 예정돼 있지 않다"며 "소비자 신고가 들어오면 언제든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수입 식품 단속 대상이 영세 소상공인인 점도 단속에 어려움을 준다. 일명 '보따리상'의 한 칸 남짓한 공간에서 하는 수입 식료품 장사는 생계와 직결된 것인 만큼 과도한 단속은 이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인들도 단속에 둔감한 모습을 보일 뿐만 아니라 물건에 대해 캐물으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거나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서울시 한 지역 시장에서 외국 식료품을 판매하는 한 소상공인은 영양성분이나 원산지가 모두 외국어로만 적혀 있고 한글 표기가 없는 것에 대해 “원래부터 이랬는데, 왜 그러느냐”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다른 지역 시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의 한 대형시장의 일부 식료품 상점에 진열한 수입 가공식품에는 유통기한은커녕 영양성분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써 있지 않다. 상인에게 식품 정보에 대해 묻자 "알 수 없다. (눈으로) 보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국민 건강 안전을 위해 불법 유통·판매를 방치할 수도 없다. 무신고 수입 식품의 불법 유통 판매 행위를 차단하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2019년 불법 수입 식료품을 특별단속해 당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국내 확산을 막은 사례가 있다. 당시 무신고 수입축산물 유통·판매 업소에서 압류한 돈육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검출돼 바이러스 생존 여부를 조사할 수 있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법 외국 식품의 수입 과정에 한글 표기의 스티커 등을 붙이지 않고 유통하는 행태는 안전 책임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공공연히 예고를 한 뒤에 단속을 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적발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식품위생법에 따른 절차와 정보를 명시하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며 “모든 업자의 단속이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국민 식품 위생과 관련한 만큼 적어도 수입 상품에 대한 제재의 보완은 필요하며 소비자 신고를 활성화해줄 창구를 홍보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보연 기자 bye@ilyo.co.kr
-
‘독도’ 노래한 엔믹스에 일본서 역대급 반발…일본서 반대 청원 4만건 돌파
온라인 기사 ( 2024.11.18 09:45 )
-
동덕여대 공학 전환 사태에 동문들 “훼손 용납 안 돼” vs “근간 흔든다”
온라인 기사 ( 2024.11.17 16:06 )
-
한국 조선은 미국 해군 ‘구원병’ 될 수 있을까
온라인 기사 ( 2024.11.19 16: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