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순항중이지만 낮은 주가 부담, 자사주 소각도 어려워…최대주주 현대차 행보 변수
KT의 실적은 순항하고 있다. KT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6조 4437억 원에서 올해 1분기 6조 6546억 원으로 3.3%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861억 원에서 5065억 원으로 4.2% 늘었다. KT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증권가 평균 예상치(5039억 원)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KT는 통신부문과 비통신부문 모두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우선 KT의 5G 가입자 비중이 74%로 통신 3사 중 가장 높다. KT는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사용자 당 평균 매출(ARPU)이 증가세를 기록했다. 또 클라우드 업체 KT클라우드와 부동산임대 업체 KT에스테이트의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8%, 20.3% 증가했다.
이처럼 KT의 실적은 좋지만 주주환원책이 기대를 밑돌면서 주가도 하락세에 있다. KT의 주가는 지난 2월 한때 4만 2000원대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3만 원 중반대에 머물러 있다. 세 달 사이 15%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주가도 하락하긴 했지만 그 폭이 3~4% 선으로 KT보다는 양호하다.
#KT "여러 주주환원정책 진행"
KT가 올해 주식 소각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KT는 지난 5월 9일 자사주 514만 3300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총 발행주식 수의 약 2%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1789억 원이다. 하지만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KT는 5월 9일 장 마감 후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다음날 KT 주가는 0.4%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자사주 소각 규모가 기대보다 작았고, 추가 자사주 매입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T는 현재 자사주 1144만 7338주(지분율 4.41%)를 보유하고 있다. 즉, 이미 가지고 있는 주식의 절반도 안 되는 분량만 소각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KT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KT는 통신주로 외국인투자제한 적용을 받는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하면 외국인 지분율이 상승하기 때문에 소각 규모를 최소한으로 맞춘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KT 상황을 보면 2% 자사주 소각도 진짜 큰마음 먹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오는 5월 24일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이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정기 변경을 감안한 일정으로 해석된다. MSCI는 지난 5월 15일 한국지수 종목 편입·편출을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KT의 MSCI 편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다행히 살아남았다. MSCI는 다른 조건을 다 맞춰도 외국인이 더 이상 매수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종목을 퇴출시키기도 한다. 실제 KT는 2019년 5월 외국인투자제한 규정으로 인해 MSCI 한국지수에서 편출된 바 있다.
KT는 이번에 생존하기는 했지만 자사주 소각으로 외국인 보유 지분 한도가 감소하면서 자금 이탈이 발생할 전망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패시브펀드 투자 자금이 약 790억 원 이탈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패시브 펀드란 특정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을 펀드에 담아 그 지수 상승률만큼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를 뜻한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면서 자사주 소각과 배당 정책을 발표했다”며 “자사주 소각 여력이 안 된다면 배당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자사주 소각에만 집중하기보다 여러 주주환원정책을 진행하는 것으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주주환원 적극적인 경쟁사들
김영섭 KT 대표는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지난해 초 구현모 전 대표가 연임을 시도할 당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구 전 대표는 사실 주가만 보면 KT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 받는다. 구 전 대표의 전략은 ‘ABC’였다. 그는 디지털 혁신의 중요한 열쇠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에 집중하는 전략을 폈다. 여기에 KT스튜디오지니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의외의 대박도 터졌다. KT의 주가는 2022년 8월 한때 3만 8000원대까지 치솟았다. 구 전 대표가 2020년 3월 취임할 당시 KT 1만 7000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를 봤을 때 구 전 대표는 성공한 최고경영자(CEO)인 셈이다.
KT는 지난 2월 한때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덕에 주가가 4만 2000원선까지 오른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구현모 전 대표 시절보다 낮다. KT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모든 CEO가 그렇지만 KT와 같이 ‘주인 없는 기업’은 당연히 CEO가 주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밸류업을 강조하는 현 정부 아래에서는 김영섭 대표도 내심 기대에 부응하고 싶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영섭 대표 입장에서 안타까운 점은 경쟁사들이 적극적으로 주주 환원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매년 연결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주주환원 재원 범위를 정하는 가이드라인의 상한선을 폐지하고, 별도 실적이 아닌 연결 실적을 기준으로 삼아 자회사 성과도 주주와 공유하도록 개선했다. LG유플러스는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현대차 "향후 계획 결정된 것 없어"
KT의 또 다른 변수는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2년 9월 KT와 7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당시 양측은 MECA(모빌리티 서비스, 전기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분야에서 차량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중점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KT와 현대자동차의 지분 맞교환 당시 일각에서는 “양측이 서로 의결권 도움을 받기 위해 자사주를 주고받은 것”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그런데 현대차가 지난 4월 KT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자사주를 맞교환했을 뿐이지만 국민연금이 KT 지분 1.02%를 매각하면서 현대차가 KT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이제는 현대차가 KT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는 공식적으로 경영 참여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통신사 최대주주로 법적 인정을 받기 위해 공익성 심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현대차는 언제든 KT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통신사 경영에 개입한다는 삐딱한 시선이 제기되면 언제든 지분율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KT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최대주주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분 일부를 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외국인 지분율 한도가 거의 찼다는 점과 함께 시기적으로 수급 악재가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KT 최대주주가 되면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최대주주 공익성 심사에 들어간다”며 “향후 계획은 결정된 것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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