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비게임 모두 어두운 전망, 암호화폐거래소 주타깃 가능성…NXC “아직까지 정해진 것 없어”
#부진한 암호화폐 거래소
올해 초 NXC의 코빗 매각설이 나돌았다. 코빗은 NXC가 2017년 913억 원에 인수한 암호화폐 거래소다. 매각설이 나온 배경은 코빗의 부진한 실적 때문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은 업비트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빗썸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코빗의 국내 점유율은 1% 이하로 알려졌다. 다만 NXC가 코빗 매각설을 부정하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코빗은 NXC에 피인수된 2017년 754억 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지난해 매출은 17억 원에 불과했다. 6년 새 매출이 97% 이상 하락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코빗은 수년째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빗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358억 원, 296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코빗이 단기간 내 실적을 반등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암호화폐 특성상 불확실성이 높고, 업황도 예전 같지 않다. 실제 코빗뿐 아니라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도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암호화폐 수수료 매출은 2022년 1조 2145억 원에서 2023년 9861억 원으로 18.81% 줄었다. 같은 기간 빗썸코리아의 암호화폐 수수료 매출 역시 3200억 원에서 1358억 원으로 57.58% 감소했다. 빗썸코리아는 “가상자산 시장 업황 악화로 인한 거래대금 감소 때문에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한때 암호화폐 열풍이 불었지만 아직은 부정적인 시각이 상당하고, 루나 사태 등을 거치며 조정이 이뤄지는 분위기”라며 “조정 과정이 끝나면 경쟁력 없는 기업이나 서비스는 도태되고 알짜 기업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NXC가 2018년 인수한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의 상황도 좋지 않다. 비트스탬프는 2011년 설립된 유럽 최초의 암호화폐 거래소로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다. NXC는 비트스탬프 인수가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IT업계에서는 NXC가 비트스탬프 인수에 약 45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비트스탬프의 매출은 2021년 1억 905만 유로(약 1613억 원)에서 2022년 2915만 유로(약 431억 원)로 73.27% 감소했다. 비트스탬프는 2021년 3704만 유로(약 548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2022년 703만 유로(약 10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비트스탬프의 2023년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게임도 비게임도 불안
NXC의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 진출은 고 김정주 NXC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NXC가 코빗과 비트스탬프를 인수할 당시 NXC 대표를 맡고 있었다. 김 회장은 당시 넥슨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NXC를 통한 투자 활동에 집중했다.
김정주 회장은 생전 암호화폐 외에도 각종 신사업에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를 모색했다. 유아용품 사업이 그 대표적 사례다. NXC는 2013년 노르웨이 유아용품 전문업체 ‘스토케’를 인수했다. 스토케는 1932년 설립된 고급 유모차 제조업체다. NXC는 이후 유아용품 업체인 노르웨이 젯키즈, 프랑스 베이비젠, 독일 라이마스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NXC는 또 2021년 미국 화이트브릿지 등 다수의 애완동물 용품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주 회장이 2022년 작고한 후 NXC의 신사업 투자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 NXC는 오히려 지난해 애완동물 관련 사업을 하는 미국 ‘카디널 레보레토리’, 미국 ‘아서 독스웰’, 이탈리아 ‘피에몬테 펫 프로덕트’ 등을 청산하거나 매각했다. 해당 계열사들은 NXC 전체 사업 규모에 비하면 큰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IT업계 일각에서는 계열사 정리를 시작으로 사업 재편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NXC의 신사업은 실적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NXC 비게임 부문 매출은 2022년 9419억 원에서 2023년 9187억 원으로 2.46% 줄었다. 또 NXC 비게임 부문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985억 원, 58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NXC의 핵심 계열사인 넥슨도 올해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넥슨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1241억 엔(약 1조 847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084억 엔(약 9477억 원)으로 12.63%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63억 엔(약 4919억 원)에서 291억 엔(약 2548억 원)으로 48.21% 감소했다. 한국 법인인 넥슨게임즈의 영업이익 역시 127억 원에서 25억 원으로 80.58% 줄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넥슨게임즈의) 2024년 영업이익은 게임 ‘베일드 엑스퍼트’ 조기 종료와 지속적인 개발 인력 채용으로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예상치) 481억 원에 못 미치는 226억 원에 그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IT업계 불황으로 경쟁사인 넷마블과 엔씨소프트(NC)도 최근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유영빈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게임사들은 2023년 하반기부터 비게임 사업부 정리, 수익성 낮은 게임의 서비스 종료 및 전담 인원 감원 등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통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암호화폐를 사용한 P2E(Play to Earn) 게임 시장도 재차 주목받고 있지만 암호화폐 가치에 의해 게임의 수명이 결정되는 P2E 게임이 주류로 부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NXC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나 여러 포트폴리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사업 재편에 대해 정해진 내용은 없다”라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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