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리그·컵대회 2회씩 우승…해외 생활은 한국이 유일
지난 16일 'MK스포츠' 단독 보도에 따르면 세뇰 귀네슈 감독이 현재 유력한 대표팀 감독 후보로 떠올랐다. 대한축구협회가 귀네슈 감독을 우선 순위로 올리고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표팀은 수차례 고배를 마셨다. 에르베 르나르 현 프랑스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한민국에 관심을 보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끌고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인물이다. 협회에서도 영입 의사가 있었으나 깊은 협의까지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종 후보는 4인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이들 4인과의 협상도 여의치 못했다. 1순위 후보라던 제시 마쉬는 협상 끝에 캐나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넉넉치 못한 협회의 예산이 발목을 잡았다.
현재 이라크 지휘봉을 잡고 있는 헤수스 카사스 감독도 또 한명의 유력 후보였다. 스페인 매체에서는 그가 협회와 면접을 봤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중동 현지 매체에서 카사스 감독이 최종적으로 제안을 거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재 이끌고 있는 이라크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도 전해졌다.
연이은 상대방의 거절에 결국은 귀네슈 감독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이를 두고 대한축구협회의 협상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해성 위원장이 이끄는 전력강화위원회에 권한이 적은 협회 규정도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결국 현재 대표팀 감독직에 가장 가까운 인물은 귀네슈 감독이 됐다. 공식 선임 발표를 눈앞에 뒀다는 전언도 나온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협회가 '5월에는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자신들이 말한 그 기한을 지키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출신 귀네슈 감독은 장기간 지도자 커리어를 이어 온 고령(1952년생)의 감독이다. 감독으로서 흔치 않은 선수시절 골키퍼 출신인 그는 자신이 활약하던 트라브존스포르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리그 하위팀에서 감독직을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했다.
볼루스포르, 이스탄불스포르를 거친 그는 1993년 친정팀인 트라브존스포르로 복귀했다. 4시즌간 팀을 이끌며 컵대회 우승 1회, 리그 준우승 등의 성적을 남겼다. 튀르기예 리그가 페네르바체와 갈락타사라이가 양분하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이후 튀르키예 내 구단을 오가던 그는 2000년 여름부터 터키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됐다. 2004년까지 대표팀을 맡으며 국내에도 잘 알려진 2002 한일 월드컵 3위의 성과를 냈다. 다만 이후 열린 메이저 대회인 유로 2004에는 예선 탈락으로 나서지 못했고 팀에서 경질됐다.
친정팀 트라브존스에 짧게 다시 몸을 담은 이후에는 FC 서울 감독으로 부임했다. 2007시즌부터 3시즌간 팀을 이끌었다. 5위, 2위, 3위에 차례로 오르며 리그 우승은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망주를 육성하고 공격적인 경기 내용을 선보이며 팬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서울과 계약기간을 마치고선 튀르키예 무대로 돌아갔다. 다시 트라브존스포르 지휘봉을 잡고 컵대회 우승을 일궈냈다. 약 3년간의 친정팀 생활 이후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던 한국 대표팀과 연결이 되기도 했으나 인연이 맺어지진 못했다.
부르사스포르 감독을 거쳐 또 다른 터키 명문 베식타스에서는 빛나는 성과를 거뒀다. 2016년과 2017년 리그 2연패를 기록,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자신의 커리어 첫 리그 우승이기도 했다.
2019년 2월에는 다시 자국 대표팀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기대완 달리 유로 2020 본선에서 조별리그 3패에 그치며 지휘봉을 내려놨다. 대표팀을 떠난 그는 베식타스에 복귀 한 시즌간 팀을 이끌다 다시 야인이 돼 현 상황에 놓여있다.
그는 커리어 대부분을 튀르키예에서 보낸 인물이다. 해외 생활은 FC 서울 감독 시절이 유일하다. 많지는 않지만 그 경험이 한국이라는 점에서 대한축구협회로 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리그 및 컵대회 우승 경험, 월드컵에서의 선전 등 성과는 확실한 강점이다.
반면 고령이라는 점은 그의 약점이 될 수 있다. 건강에 대한 우려가 뒤따르기도 하고, 대표팀 감독 후보군에 있던 마쉬, 카사스 등과 20세 이상의 나이차이가 대조를 이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떠난 한국 대표팀은 감독 없이 3개월 이상을 보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긴 어렵다. 황선홍 감독이 올림픽 예선에서 실패한 가운데 임시 감독 카드도 선뜻 꺼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6월 6일 월드컵 예선전을 앞두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협회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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