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의혹 수사’ 서울지검 1차장에 박승환 단장 유력 거론…김 여사 소환조사 여부도 촉각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취임 일성으로 “성역 없는 엄정 대응”을 강조했지만, 검찰총장 임기를 4개월 남긴 시점에 이뤄진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하나같이 입을 모아 “행간에 메시지가 가득한 인사”라는 평이 나온다. 자연스레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전·현직 대통령의 부인 관련 수사를 지휘하게 될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형사1부장검사, 반부패2부장검사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평검사 인사 전까지 개점휴업?
지난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이후 검찰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고검장과 검사장급은 새로 취임해 업무를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고, 이를 보고해야 할 기존 차장검사들은 승진을 했거나 인사를 앞두고 있다. 당장 서울중앙지검만 해도 1, 2, 3, 4차장이 모두 검사장으로 승진해 현재 공석이다. 주요 수사들이 멈춰선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거꾸로 법무부 등에서 인사에 속도를 내려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13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 후 오는 24일 검찰인사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빠르면 24일 오후, 늦으면 27~28일 인사가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통상 검찰인사위원회가 검찰 인사 직전에 진행됐던 만큼 인사회 개최 1~2일 안에 인사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 폭이 크게 진행된 만큼 부장급 검사들의 인사폭도 대규모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당초 더 빠르게 인사를 해 수사 공백 등을 최소화하자는 얘기들도 있었지만 인사 검증 등 여러 가지 확인해야 할 것들이 더 많다 보니까 조금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새롭게 인사를 하고 나면 지검장이나 고검장 등 새롭게 임명된 이들이 ‘손발을 맞추고 싶은 사람’을 제안한다”며 “이런 일련의 과정을 조율하는 게 차·부장검사 모두에게 해당되다 보니 밑으로 인사가 내려갈수록 시간이 더 걸리곤 한다”고 귀띔했다.
#김건희 여사 사건 담당 검사는?
법조계에서는 이번 중간 간부 인사가 김건희 여사 수사의 ‘핵심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김 여사를 뺀 사건 관계인과 고발인 조사가 모두 끝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합을 이룰 1차장검사와 4차장검사 후보군에 관심이 쏠린다. 사법연수원 32기 검사들이 주로 거명되고 있다. 기존 1~4차장검사가 31기였던 만큼, 32기들 중 낙점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여느 때보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자리에 관심이 집중된다. 과거 서울중앙지검장이 고검장 직급이었을 때 검사장이었던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자리는 형사1부를 비롯한 형사부 수사를 지휘하는 자리로, 현재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다.
김 여사 사건 외에도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들이 산적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출장 의혹 사건도 현재 형사1부에 배당돼 있다. 이 사건은 2023년 12월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사실상 여행 목적으로 예비비 4억 원을 사용했다”며 김 여사를 국고손실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인데, 아직 수사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2024년 2월엔 김 여사가 국가공무원인 청와대 여성 경호관으로부터 1년 이상 수영강습을 받았다는 의혹도 같은 부서에 배당됐다.
현재 1차장검사에는 박승환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평검사 시절 법무부 형사기획과에서 근무했고, 2022~2023년 서울중앙지검 공보담당관을 맡았던 대표적인 기획통이다. 형사부 근무 경력이 풍부한 박주성 인천지검 2차장검사도 후보군으로 거론되는데, 박 차장검사는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수사에 참여한 경력이 있어 ‘친윤’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검찰의 ‘특수수사’를 사실상 대표하는 4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뿐 아니라, 검찰의 메인 화력 부서다. 현재 4차장검사 산하 반부패수사2부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민주당 돈봉투 사건을, 반부패수사1부가 대선개입 여론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이다.
4차장검사에는 단성한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윤병준 의정부지검 차장검사 등이 거론된다. 단 차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현 합동수사부)이 부활할 당시 초대 단장을 지냈는데, 최근 금융감독원과 합을 맞춰 금융 관련 수사를 잘 진행했다는 평을 받는다. 윤병준 차장검사는 대검 반부패강력부 수사지원과장, 대검 반부패강력부 수사지휘·지원과장, 대검 반부패1과장 등을 거친 정통 특수통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김 여사 사건을 지휘 중인 김승호 형사1부장(33기)과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34기) 등도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팀이 ‘김건희 여사 소환방침을 세웠다’는 검찰 핵심 관계자 발 언론 보도를 놓고 반부패수사2부에서 말이 새나갔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여당 참패로 대통령 가족에 대한 수사 압박이 커졌지 않느냐”는 핵심 관계자 발언을 놓고 윗선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 출신 로펌 변호사는 “한동훈 전 장관의 추천을 받았던 이들은 인사에서 중용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이 잘 아는 이들이 중용되는 ‘윤가근 한가원’이 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이뤄진다면 이번 인사의 메시지는 명확해지는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 사건 처리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건희 소환 고차 방정식 어떻게 풀까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를 제외한 사건 직접 관계인 및 고발인 조사를 모두 끝마친 상태다.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결정해 수사를 마무리할 수순에 임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사팀은 내부적으로 5월 안에 수사 결론을 내겠다는 목표로 소환 일정 등을 조율해 왔지만 김 여사 소환 시점과 방식은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수사를 이끄는 부장검사까지 모두 교체한다면 ‘수사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시그널이라는 것이다.
중간 간부 인사가 수사 진행에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소환 조사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서면조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 배우자 소환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서면조사로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는 추론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인사는 만사인데, 한창 진행 중인 주요 사건 관련 수사팀 인사를 낸다는 것은 ‘불편하다’는 시그널”이라며 “현재 김건희 여사 수사팀들이 어느 자리에 가고, 누가 오는지를 보면 정확하게 인사의 의미가 드러날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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