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아버지’ 에두아르 마네의 최후 걸작으로 꼽히는 ‘폴리베르제르의 술집’이라는 작품이 있다. 현대화된 도시 파리에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떠오른 카페의 인상을 담은 그림이다. 와병 중, 세상 떠나기 1년 전에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마네의 마지막 대표작 반열에 오르는 이유는 회화의 의미를 환기하는 구성을 실험하고 있어서다. 거울을 이용한 공간의 설정이 그것이다.
그림의 주인공인 여자 종업원이 지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배경은 거울인데, 카페 안 여러 가지 상황으로 채워져 있다. 그림 주인공이 바라보는 카페 안의 광경이 배경의 거울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이 여인과 대화를 나누는 손님이 여인의 뒷모습과 함께 거울에 비친다. 결국 우리는 손님의 위치에서 이 그림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종업원이 바라보는 것과 같은 광경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여인이 보는 광경은 실제 카페 안의 모습인 반면,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거울 속 허상이다. 거울을 이용한 이미지를 통해 그림이 실제가 아닌 거울 허상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런 구성은 마네가 처음 시도한 것은 아니다. 기원을 따지자면 플랑드르 사실주의 화가 얀 반 에이크가 1434년에 그린 ‘아르놀피니의 결혼’이다. 에이크는 가운데에 조그마한 오목 거울을 배치하고 그림에는 나타나지 않는 공간을 그려 넣어 회화와 공간의 의미를 처음으로 제기했다.
스페인 바로크 회화를 대표하는 벨라스케스도 대표작 ‘시녀들’(1656년)에서 거울을 이용한 공간의 의미를 보여준 바 있다.
이처럼 거울은 현실을 반영하는 허상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점 때문에 많은 화가들이 매력을 느낀다. 20세기 화가들은 실제 거울을 그림 속에 넣거나 거울 자체를 이용해 새로운 공간 개념을 제시하거나 자신을 바라보는 표현 도구로 이용하기도 했다.
젊은 작가 강희영도 거울을 응용해 새로운 공간 개념에 도전한다. 그런데 그가 거울에서 보여주는 의미는 무겁지 않다. 신세대 작가답게 경쾌하다. 그렇다고 가볍지만도 않다. 심각한 의미가 없을 뿐 예사롭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아크릴 거울 위에 숲을 그린다. 실재하는 숲은 아니고 작가가 연출한 숲이다. 거울은 현실을 비춰 허상이지만 완벽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깨지고 나면 한순간에 이미지가 사라진다. 번성하는 숲도 시간에 따라 쇠락하고 끝내는 사라지게 된다. 허망한 이미지의 세계를 거울에 그리는 숲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가 그린 거울 숲에는 신세대다운 재치도 보인다. 숲 사이사이로 보이는 거울은 그림이 배치되는 장소를 보여준다. 대부분이 실내 공간이나 그림을 보게 되는 관람객의 모습이다. 그래서 의외의 이미지가 충돌하게 된다. 이 또한 그림 보는 재미다.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