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형’ 김경수, ‘현재진행형’ 조국…‘미래형’ 이재명 재판 결과와 맞물린 역학관계 벌써부터 주목
5월 23일 경남 봉하마을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이날 스포트라이트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에게 집중됐다. 김 전 지사는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잘 알려져 있고, 문재인 정부에선 ‘친문 황태자’로 통했다. 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2022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2023년 5월 김 전 지사는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김 전 지사 사법리스크는 ‘과거형’이다. 이미 유죄 판결을 받았고 정치권 컴백 가능 시기도 명확하다.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돼 있는 상황이다. 차기 대선은 2027년 3월이다. 대선에 출마하기엔 피선거권 회복 기간이 9개월 모자란 상황이다. 최근 야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복권론’과 가장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인물로 김 전 지사가 꼽힌다.
김 전 지사는 5월 22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하루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지사는 “올 연말에 완전히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가에선 ‘친명 천하’로 개편된 민주당 지형도에 김 전 지사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전 지사가 친문계를 비롯한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경우다.
야권 한 관계자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야권 내부에서 가지고 있는 정치적 상징성이 작지 않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 출신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엔 핵심 후계자군으로 꼽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야권 험지인 경상남도에서 도지사 선거를 승리로 이끌면서 정치적 중량감도 늘렸다”면서 “이미 국회의원과 도지사 직을 거치며 정치 경험이 있는 만큼, 조국 대표와는 또 다른 캐릭터를 갖춘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다”고 했다.
2022년 12월 특별사면을 받은 김 전 지사 컴백에 필요한 요소는 ‘복권’이다. 김 전 지사 특별사면은 ‘복권 없는 특별사면’이었다. 김 전 지사가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기 위해선 복권이라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 매듭을 풀 권한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사법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다. 2019년 시작된 조 대표 사법리스크는 2024년 5월 기준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법정구속은 피했다.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조 대표 측 상고를 기각할 경우, 조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함과 동시에 형 집행종료 시점부터 5년 동안 피선거권을 상실하게 된다. 조 대표에 대한 유죄가 확정될 경우에도 사면 및 복권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조 대표 사면에 대한 키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쥐게 된다.
5월 20일 조 대표는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나의 사면, 복권을 구걸할 생각이 없다”면서 “그분(윤 대통령)이 해주실 것 같지도 않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대법원이 자신의 혐의와 관련해 실형을 확정할 경우를 가정하면서 “그런 최악의 경우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나는 당당하게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이후의 정치적 활동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대선 전 윤 대통령이 사면, 복권으로 조 대표 길을 열어주는 여건이 된다면 대선 출마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조 대표는 “가정에 가정, 또 가정을 몇 가지 더해야 답을 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식견이나 경험이 대선을 운운하기엔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만만치 않게 경쟁을 해서 최후의 승리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관건은 사면 여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 교수는 “이 대표와 조 대표 모두 지지층이 두텁다”면서 “조국을 사면하라는 요구가 나오면 윤석열 정부가 사면 문제에 대해 검토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 경쟁 구도가 표면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면서 ‘미래형’에 가깝다. 각종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1심 재판도 끝나지 않은 까닭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 백현동 개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성남 FC 후원 관련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과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 사건이 사건 관련 핵심 주변인물 재판 진행 중이며, 이 대표 본인에 대한 재판은 심리 중인 상황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는 제20대 대선 이전부터 제기된 의혹 등에 대한 건들”이라면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1심 재판 결과도 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항소심, 상고심 등을 거친다고 가정했을 때 다음 대선 전까지 이런 사건들에 대한 시시비비가 가려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 대표가 당권을 계속 쥔 상태로 사법리스크 시계가 계속 흘러갈 경우 정치와 사법 사이 외줄타기가 성공적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경우엔 아직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기 때문에 사면과 복권을 언급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가에선 이 대표 재판 결과가 향후 ‘이재명 대항마’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는 김경수 전 지사와 조국 대표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은 5월 23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조국 대표도 그렇고 김경수 전 지사도 그렇고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에 묶여 있다고 본다”면서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극복한다면 조국, 김경수도 사면 복권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최 전 의원은 “이 대표가 무죄가 나오게 되면 강력한 대선주자가 되는 것”이라면서 “이 대표가 살아 있는 대선주자로 입지를 굳히게 되면 조국, 김경수에 대한 사면 복권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두 사람의 사면 복권이) 공교롭게 이재명 대표 명운과 묶여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유죄가 나오면 조국, 김경수에 대한 복권도 없을지 여부에 대해 최 전 의원은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조국 대표, 김경수 전 지사와 관련한 사면 복권 이슈는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 입장에서도 상당히 복잡한 정치적 함수를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 될 것”이라면서 “야권 대권 구도에 경쟁이 일어난다는 점은 다르게 말하면 야권 대선 레이스가 흥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측면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엔 여권에서도 대권 레이스가 펼쳐질 것인데, 이 레이스에서도 ‘반윤 주자’가 득세하게 되면 대통령이 여야를 동시에 견제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면서 “야권의 ‘이재명 대세론’, 여권의 ‘반윤 대세론’이 동시에 발동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조국과 김경수 사면 복권 시나리오가 핵심 의제로 부상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사면 복권은 유죄 판결 확정 이후에 거론할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조국 대표는 해당 이슈에서 아직까진 언급하기 어렵다”면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에 대한 복권은 민주당 ‘이재명 일극체제’ 견제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신 교수는 “김 전 지사가 복권되면 소위 말하는 친문계나 비명계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이재명의 민주당’을 흔들 수 있을지 여부엔 물음표가 붙는다”고 했다.
그는 “김경수 전 지사 복권 이슈는 선거하고 관계없이 야권 당내 역학관계를 흔든다는 의미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민주당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장악력이 공고화됐기 때문에 그 역학관계가 쉽게 흔들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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