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구리 등 재추진 외치지만 정치·여론 동력 잃어…민주당발 ‘경기남·북도 분할론’과 충돌 불가피
경기도 지자체들은 최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등 전국 규모 행정구역 개편 논의에 나선 정부 움직임에 기대를 걸며 특별법 재발의나 주민투표 계획 등 세부 추진계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많이 식은 데다 민주당발 ‘경기남·북도 분할론’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어 서울 편입 재추진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 당초 서울 편입 논의에 발을 들였던 김포·구리·고양·과천·하남, 경기도 5개 지자체 가운데 현재 ‘편입 강행’ 기조를 유지 중인 곳은 김포와 구리, 2곳이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이달 초 자신의 SNS에서 “총선 지나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 김포는 달라진 것이 없어서 하던 대로 계속 간다”며 “서울과의 통합은 총선용이 아니었기에 더욱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포시는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서울 편입 특별법을 재발의하고, 관련 자료를 준비해 행정안전부에 주민투표 실시를 건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서울-김포 공동연구반도 5~6월 중 4차 회의를 열 계획이다.
구리시는 지난 9일 정례브리핑에서 특별법 재발의 의지를 밝히면서 오는 31일 대시민 토론회, 6월 중 주민 여론조사 등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고양시는 서울로 단순 편입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수도권 재편 방안을 연구하겠다며 최근 시 산하 고양시정연구원에 관련 연구를 맡긴 상태다. ‘메가 서울’에 대한 찬성 기조는 유지하되 ‘특례시’ 지위에 있는 대형 지자체답게 어느 정도 주도력을 확보하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하남시는 ‘주민 여론을 따를 것’이란 기본 입장만 유지한 채 특별한 추진 계획 없이 사실상 관망세에 있다. 과천시는 시민 여론조사 결과 찬성·반대가 ‘반반’으로 갈린 구도를 의식해 관련 논의에서 힘을 빼고 있다.
한때 서울 편입 기대에 술렁였던 각 지역 주민단체들의 입장도 갈리고 있다. 이원주 구리발전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통화에서 “서울에 붙은 구리시가 어떻게든 서울로 편입될 수 있도록 주민 여론조사나 서명운동 등에 적극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천기 김포한강신도시총연합회장은 “현재 연합회 임원들 중 70~80%는 서울 편입에 관심이 없고 한두 명만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며 “앞으로 김포시장이 남은 임기 동안 서울 편입 재추진에만 힘을 주다 다른 중요한 사안들이 묻힐 수 있어 서울 편입 추진은 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으로도 활동한 김기윤 하남 위례감일지구 서울편입추진위원장은 “위례·감일지역은 사실상 서울 생활권이어서 서울 편입이 필요하지만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 이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며 “어떻게 다시 추진해야 할지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올라 머리가 많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포와 구리는 여당이 다시 특별법 발의에 나서줄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전국 규모 행정구역 개편 논의에 나선 행정안전부(행안부) 움직임에 기대를 걸고 있다. 행안부는 기존 행정구역 체계와 주민들의 실제 생활권역이 일치하지 않아 불편을 겪는 전국 곳곳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난 13일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른바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에서 지자체 간 통합과 관할구역 변경, 지역별 특수성에 맞는 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이 나오면 정부 검토를 거쳐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농어촌 지역에서 두드러지는 인구 감소나 신도시 조성에 따른 행정구역 왜곡, 생활권 불일치 문제 등을 볼 때 전국적 행정구역 개편론이 장차 여야 모두와 국민 다수의 공감대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선거 표심을 노린 정치적 활용은 도리어 반발을 살 수 있어 민선 지자체장이나 정치권 모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지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앞서 정치권이 제안했던 형태의 수도권 메가시티는 현재 정치적 동력을 잃었지만 정부가 미래위원회를 통해 올 연말까지 전국 단위 행정체제 개편안을 논의하는 것은 주목할 점”이라며 “기존 대전·세종·충남 통합안처럼 기존 지방자치법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여러 통합안을 추진하기 위해 향후 여야가 관련 특별법을 발의할 여지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일본 도쿄도나 중국 베이징시와 비교하면 서울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져도 된다고 본다”며 “다만 정치 지도자들이 표심이나 이해관계 때문에 주민들이 먼저 원하지도 않은 서울 편입론을 꺼내드는 방식은 민주주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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