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디 에이트 쇼'에서 배우 천우희(37)는 자극만을 좇는 이 쇼에서 최상위층인 8층을 선택해 부와 권력을 모두 거머쥔 행위예술가 송세라 역을 맡았다. 사진=넷플릭스 제공](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24/1716527017434992.jpg)
‘디 에이트 쇼’는 삶의 벼랑 끝에 몰린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천우희가 연기한 송세라는 현실에선 업계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몰락한 행위 예술가지만, 이 쇼에서는 가장 최상위층인 8층을 손에 넣고 막대한 부와 권력을 동시에 누리게 된다.
물질적인 빈곤에 허덕이며 오직 돈만을 원하는 다른 출연자들과 달리 자극과 인정이라는 정신적인 욕구를 갈망해 온 그에게 있어 ‘디 에이트 쇼’ 속 환경은 그야말로 천국 그 자체다. 시간과 돈을 벌기 위해 인간의 밑바닥까지 드러내는 이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 내 웃고 즐거워하며 “난 이곳에서 영원히 있고 싶다”고 외치는 송세라의 모습은 과장됐기에 더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과장된 연기가 시청자들에게 지나친 반감을 안겨주지 않도록 적절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 천우희에게 있어 첫 번째 숙제였다고 했다.
“사실 부담감이 없진 않았어요. 모두가 불편해야 하는 인물의 결이 있는데 세라라는 캐릭터에 너무 충실하다 보면 어떤 피로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굉장히 튀는 캐릭터다 보니 사람들에게 딱 각인이 될 순 있지만 오래 보면 볼수록 비호감으로도 작용할 수 있었죠. 그 중간을 잘해나가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저 혼자만 나오는 게 아니라 8명이 다 같이 나오는 장면이 많다 보니 제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성을 타협해 만들어진 게 지금의 결과물인 것 같아요.”
![극한으로 치닫는 쇼 참가자들이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내보일 때 천우희의 송세라는 유일하게 이를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진=넷플릭스 제공](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24/1716527087463909.jpg)
“세라는 의도가 없어서 더 무섭게 느껴지죠(웃음). 저희가 한 공간에 8명이 같이 있다 보니 이 쇼에 정말 제가 참여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굉장히 몰입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어요. 저는 세라를 연기하고 있으니까 이 상황을 즐기면서 해야 하지만 사실 제 성향 자체가 누군가 괴로워하는 걸 즐겁게 볼 수 있는 강한 인물은 또 아니거든요(웃음). 그래서 저의 본래 자아와 8층으로서 세라의 자아를 최대한 분리하려고 ‘나는 이 연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라며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면서 연기했죠(웃음).”
행위예술가라는 직업, 그리고 쇼 안에서 가장 많은 부를 획득하는 8층이라는 지위에 걸맞게 세라는 유일하게 다양한 착장을 선보이며 시간이 갈수록 꼬질꼬질해지는 다른 참가자들과 극명히 대비된다. 현실에서도 구하기 힘든 명품 옷들을 자신의 시간을 대가로 벌어들인 돈으로 척척 사들이는 그를 연기하며 촬영장 안에서 천우희 역시 평생 입을 명품 브랜드 제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고 했다.
![천우희는 ‘디 에이트 쇼’에서 평생 입을 명품 브랜드 제품을 한 자리에서 모아볼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고 한다. 사진=넷플릭스 '디 에이트 쇼' 스틸컷](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24/1716527221534308.jpg)
‘디 에이트 쇼’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천우희는 같은 시기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는 판타지가 가미된 달달한 로맨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중이다. 넷플릭스 한국 시청 순위에 두 작품 모두 상위권으로 올려놓은 장본인인 만큼 이렇게 ‘천우희가 천우희를 상대하는’ 기분 좋은 경쟁에 어깨가 으쓱해질 법도 해 보인다. 햇수로 따진다면 올해로 딱 20년을 맞이한 배우 인생에서 단 한 순간도 새롭지 않은 것을 추구한 적이 없다는 천우희는 대중들에게 늘 듣고 싶은 칭찬으로 이번 두 작품을 통해서도 그랬듯, “얘가 얘였어?”라는 말을 꼽았다.
“예전부터 제게 있어서 가장 좋은 칭찬이 그거거든요(웃음). 제가 배우로서 어떤 만족감이 들 때도 제 모습은 없고 그 인물 자체로 비춰질 때예요. 이번에도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과 ‘디 에이트 쇼’가 넷플릭스 순위에 같이 올라와 있는 걸 보시고 ‘동일인물이 맞냐, 한 사람이 연기했다는 게 놀랍다’는 댓글이 있더라고요. 너무 뿌듯했어요(웃음). 이제까지 연기는 새로움에 도달하기 위해서만 하는 거라고 느꼈는데 요즘은 제가 저를 더 잘 알아가고 싶어서 하는 것이란 생각도 들어요. 타인에게 신선함과 즐거움, 영감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나도 그것들을 다 받을 수 있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늘 새로운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