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정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 합병·청산…아이에스동서 “건설경기 안 좋아 조직 슬림화 꾀해”
#아이에스지주, 자회사들 정리 나선 까닭
아이에스지주가 4월 30일 자회사인 동서건설 흡수합병을 공시했다. 동서건설은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 계열회사로 아이에스지주가 동서건설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신주 발행 없이 합병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회사합병 결정 공시에 따르면 동서건설은 지난해 4억 20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아이에스지주는 합병목적을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아이에스지주는 지난해 하반기 크린텍 지분을 매각하고 인하우스건설도 청산종결했다. 각각 폐기물 처리업과 건설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동서건설·인하우스건설·크린텍은 모두 공정위가 지정한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이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이란 대기업 집단 내에서 일감 몰아주기 관련 감시와 규제를 받는 기업을 뜻한다. 공정위는 매년 이들 기업의 총수지분율, 내부거래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2021년 6곳이었던 아이에스지주의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 이후 기준이 강화되면서 18곳까지 늘어났다. 아이에스지주는 2022년 7월 곧바로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도원건설, 아크로건설, 이누스건설을 청산종결한 후 지속적으로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 정리에 나섰다. 5월 말 동서건설 합병까지 마무리할 경우 아이에스지주의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은 6곳으로 줄어든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순히 내부거래를 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경쟁사 대비 월등하게 가격을 낮거나 높게 줘서 공정 거래를 해치는 경우에만 처벌을 한다. 그렇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 편취 의심을 받는 것 자체가 리스크기 때문에 아예 정리에 들어간 것 같다”라며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무분별한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요새 건설경기가 너무 안 좋다 보니까 향후에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계열사들을 지속적으로 정리해 조직 슬림화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소기의 목적 달성'…승계 관전 포인트는?
쓸모가 없어진 자회사를 정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서건설·인하우스건설 등은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의 장남인 권민석 대표(70%)와 장녀 권지혜 전무(30%)가 소유한 가족법인 아이에스건설(현 일신홀딩스)의 자회사들이었다. 아이에스건설이 2014년 계열사를 대거 늘리면서 동서건설·아크로건설·도원건설·이누스건설·인하우스건설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게 됐다.
이 중 동서건설의 성장세가 단연 두드러졌다. 동서건설은 2018년 매출액 1771억 원, 영업이익 44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매출액은 83%, 영업이익은 111% 증가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관계사들의 지급보증, 연대보증 등 전폭적인 지원도 받았다.
2018년 10월 아이에스건설은 건설사업부(주택 시행·분양·부동산컨설팅 부문)를 인적분할로 떼어내 그룹 지주회사 아이에스지주와 합병했다. 아이에스건설이 그룹의 개발사업을 전담하다시피 하면서 기업가치가 급등한 덕분에 권민석 대표와 권지혜 전무는 합병을 통해 아이에스지주의 지분을 각각 30.6%와 13.1% 확보했다. 아이에스지주는 핵심 계열사인 아이에스동서 지분 45.53%를 보유하고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일감을 대거 몰아줬고 당시 어느 정도 승계를 위한 밑작업을 끝냈다”라며 “공정거래법을 적용받는 ‘대기업 집단’ 신규 지정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공정위 리스크를 피할 겸 정리에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더 이상은 일감 몰아주기를 못하면서 자회사가 매출을 못 내고 유지비용만 드니까 정리를 하는 것”이라며 “선제적 리스크 관리 측면도 있겠지만 이미 규제 기관이 자기네가 뭘 하는지 알아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은 쓸모가 없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권혁운 회장은 여전히 아이에스지주 지분 49.9%를 보유하고 있다. 권민석 대표가 향후 부친의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승계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박주근 대표는 “천문학적인 상속증여세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후계자가 부친인 회장의 지분을 그대로 증여받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녀들 지분이 높은 기업들의 가치를 높여 나중에 합병 등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하는 구조로 가져갈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자녀들 지분이 높은 일신홀딩스가 새로운 지주사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자녀들이 기존 지주사 지분을 새로 취득하는 것보다 일신홀딩스가 다른 계열사들의 지배력을 높이는 쪽이 편리하기 때문”이라며 “회사들 지분을 점점 신규 회사로 몰아주고 기존 지주사를 무력화해 승계하는 방식인데, 많이들 쓰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승계 이슈는 오너가의 일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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