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민원 해결 편한 국토위 선호, 법사위·과방위는 ‘저격수’ 수두룩…비교섭단체는 국회의장과 협의
#최고 인기 상임위 ‘국토위’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시작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월 20일 첫 회동을 했다. 민주당은 5월 10일까지 전반기 상임위 신청을 받았고, 국민의힘은 20일까지 의견을 수렴했다. 양당 지도부는 의원의 전문성에 대한 고려와 전략적인 판단을 종합해 상임위를 배분할 계획이다. 상임위원장은 교섭단체 정당이 먼저 합의한 다음 본회의 표결을 거쳐 임명된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가장 인기 있는 상임위는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44명)다. 그 다음으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25명) △정무위원회(정무위·24명)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19명)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17명)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15명)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13명) △보건복지위원회(보건복지위·13명)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10명)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8명)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8명) △교육위원회(교육위·6명) △국방위원회(국방위·6명)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5명) 순이다.
국회운영위원회·정보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는 겸임 상임위다. 겸임 상임위 위원들은 다른 상임회 위원을 겸직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각 당은 세 상임위에 대해서는 희망자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위는 국토교통부와 산하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EX),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을 소관한다. 국토위 소속 의원은 도시 개발, 도로 등 인프라 구축 등 굵직한 토목사업 예산 배정에 관여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업은 지역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들이다. 국토위 경쟁률이 치열한 이유다.
국토위에 지원한 의원들은 지역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국토위에 지원했다고 입을 모았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대구 동구·군위군을)은 “지금 대구 시내에 있는 군부대 이전 문제가 있다. 21대 하반기에 국토위 관련 토의를 했다. 이 또한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총선에서 승리한 부산 지역 한 현역 의원도 “우리 구에 있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경기지역 재선 의원은 “우리 지역구에 국토위와 관련된 현안들이 많다”며 “고속도로 이슈나 LH 관련된 현안이 있어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국토위를 지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상임위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역구 문제 해결이 가장 우선순위였다. 산자위에 지원한 김종양 국민의힘 당선인(경남 창원시 의창구)은 “우리 지역이 원전 산단 후보지다. 경남 지역에서는 유일하다. 원전 방산 특화산단이 우리 지역구에 있기 때문에 이것을 차질 없이 진행시키는 게 창원과 경남과 대한민국의 미래하고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농해수위에 지원한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들은 보통 지역구에 농지가 많다. 농민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인 셈이다. 이 의원들은 농업 관련 법안을 내고, 관련 민원들을 해결하기 위해 농해수위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전문성을 1순위로 고려한 의원도 있었다. 산자위에 지원한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기후위기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해 정치를 하고 있다”며 “기후 위기에 대한 사안은 대부분 산업부가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산업위에 6년간 있었고, 아직 못다 한 일이 많아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국방위에 지원했다고 밝힌 유용원 당선인(국민의미래·비례대표)도 이런 케이스다. 유 당선인은 조선일보에서 군사전문기자로 활약했다. 1993년부터 2024년까지 국방부 취재를 담당했다. 유 당선인은 “(국방위) 확정은 아직 모르겠다. 당에서 배려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안 통과를 동기로 내건 의원도 있었다. 법사위에 지원한 민주당 한 의원은 “출생 관련해서 미혼 혼외 자녀일 경우 미혼부는 출생 신고를 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할 법안을 만들고 싶다”며 “법안을 내면 법사위에서 많이 막히는 것 같다. 법 통과를 잘 시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도부급은 어디로
지도부급 의원들은 희망 상임위를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는 공식적으로 희망 상임위를 정하지 않은 상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마찬가지다.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도 제외된다. 국회법상 국회의장은 상임위원이 될 수 없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도부에 있는 의원이 먼저 희망 상임위를 내면 다른 의원들에게 부담을 준다. 또 상임위 배분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5선 고지에 오른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은 환노위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윤상현 안철수 의원은 국방위에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이 과학기술이 패권화된 상황이고 군사안보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다선 의원이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친명좌장 정성호 의원은 기재위, 조정식 의원은 외통위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는 유일한 당선자인 전재수 의원은 정무위를 1지망으로 냈다. 전 의원은 정무위원장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운 감도는 법사위·과방위
각 당의 지원 현황을 보면 국민의힘에서는 국토위가 14명으로 가장 인기가 많았다. △산자위(13명) △정무위와 농해수위(각각 6명) △국방위와 기재위(각각 5명) △외통위(4명) △환노위·법사위·행안위·교육위(3명) △보건복지위·과방위·문체위(2명) 순이다.
민주당도 국토위 지원자가 28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 △정무위(17명) △행안위(14명) △농해수위(13명) △산자위·법사위(각 12명) △보건복지위(10명) △과방위(8명) △기재위·문체위(6명) △외통위(4명) △교육위(3명) △환노위(2명) △국방위(1명)가 뒤를 이었다.
상임위 가운데 법사위와 과방위는 민주당 공격수로 분류되는 당선인들이 대거 지원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법사위는 법안의 길목인 만큼 가장 중요한 상임위로 꼽힌다.
민주당에서는 전현희 박균택 이언주 이성윤 박지원 이건태 당선인, 김승원 김용민 박주민 정청래 서영교 송기헌 의원 등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당선인이 법사위에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이 중 전현희 이언주 추미애 당선인과 박주민 정청래 의원은 법사위원장 하마평에 올랐다. 모두 친명계 강경파로 분류된다.
국민의힘에서는 주진우 당선인과 유상범 의원 등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미래에서는 조배숙 당선인이 법사위를 지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 사람 모두 검사 출신이다. 주 당선인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을 역임했다.
과방위엔 김현 최민희 이정헌 김우영 이훈기 노종면 황정아 당선인과 고민정 의원 등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가운데 김현 최민희 노종면 당선인 등은 윤 대통령의 언론탄압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윤 정부에서 발탁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비교섭단체는 서러워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들은 국회의장과 협의하게 된다. 교섭단체는 20인 이상의 의원들로 구성된 정당을 말한다. 22대 국회 비교섭단체에 해당하는 정당은 진보당,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이다.
비교섭단체 정당의 지원 현황을 보면 이준석 개혁신당 당선인은 국토위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천하람 당선인은 기재위를, 이주영 당선인은 보건복지위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오 진보당 당선인은 국토위, 전종덕 진보당 당선인은 보건복지위에 지원했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은 정무위를 선택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기재위를, 한창민 사회민주당 당선인은 보건복지위를 지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혁신당은 일요신문에 조율 중이라고만 밝혔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의장한테 1·2·3순위를 써낸다. 그런데 의장이 민주당 출신이다. 민주당 의사가 간접적으로 반영된다”며 “어떤 상임위를 가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큰 집(민주당) 눈치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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