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허위자백·메모리카드 제거 “증거인멸 우려”…사법방해 행위 양형 가중요소 ‘실형’ 가능성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법원의 발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은 물론이고 검찰도 사법방해 행위 엄단을 강조하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구속까지 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시선도 공존했다. 그렇지만 법원의 결정은 영장 발부였다. 이제는 법원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음주운전을 감추려 시작된 거짓말은 사태를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만들어 구속영장 발부에 실형 선고 가능성까지 확대되고 있다.
#도주치상, 위험운전치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방조…
과연 어떤 혐의로 김호중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을까. 서울 강남경찰서가 서울중앙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김호중에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형법상 범인도피방조 등이다. 경찰은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등 정확한 음주량을 확인할 수 없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제외한 대신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 2항에 따르면 도주치상은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위험운전치상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위험운전 등 치사상) 1항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률은 ‘위험운전’을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54조는 ‘사고발생 시의 조치’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하지 아니한 사람은 도로교통법 제148조에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형법상 범인도피방조 역시 ‘5년 이하의 법정구속형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규정돼 있다.
경찰 수사 과정이나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추가될 여지도 있다. 채널A는 김호중이 사고 직후 한 골목으로 들어가 차를 세우고 내렸다가 다시 차에 타 10초 정도 머물다 내렸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이 10초 동안 김호중이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직접 뺐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는 소속사 전 본부장이 본인 결정으로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역시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다. 다만 구속 수사 과정에서 김호중이나 이 대표, 전 본부장 등의 진술이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이들이 서로 상의할 수 없게 돼 진술이 서로 엇갈리기 시작할 수도 있다. 수사 기관이 구속수사를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이원석 검찰총장까지 나서 엄단 강조
물론 경찰 수사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뒤 검찰이 기소 과정에서 적용하는 혐의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뒤 수사 범위가 축소되거나 적용 혐의가 줄어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검찰은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한 법률적 검토를 통해 기소 혐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호중은 검찰 단계에서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호중 사건이 불거지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수사 단계부터 경찰과 협력해 사법방해에 대한 관련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하고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며 “공판단계에서는 양형의 가중요소를 구형에 반영하고 판결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상소 등으로 적극 대응하라”며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대검은 사법방해 행위를 △사고 후 고의 음주 △운전자 바꿔치기 △적극적·조직적·계획적 허위진술 △증거조작·인멸·폐기 등으로 설명했는데 대부분 김호중 사건에서 등장한 논란들이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 판단에 반영하라”는 이 총장의 지시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인권보호부(부장검사 임일수)는 서울 강남경찰서의 구속영장 신청을 받아들여 법원에서 발부받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사건 담당 검사가 직접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여했다. 통상 담당 검사는 주요 사건의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하지만 음주운전 등 경미한 사건에는 직접 출석하지 않는다. 검찰이 김호중 사건을 주요 사건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찰 수사가 끝난 뒤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 더 어려운 고비가 여럿 김호중에게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비번 제출 거부 등 수사 비협조
애초 김호중의 소속사는 김호중의 음주운전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5월 19일 밤 김호중이 직접 음주 사실을 시인했다. 또한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구속영장까지 신청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데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결정적인 배경은 오히려 김호중 측의 ‘수사 비협조’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내용과 김호중의 진술 사이에 큰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경찰은 사고가 있었던 지난 9일 김호중이 여러 병의 술을 마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김호중은 단 몇 잔만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통해 드러난 김호중의 9일 오후 동선은 오후 4시 10분 즈음 스크린골프장을 방문한 뒤 6시께 음식점으로 이동했으며 7시 40분에 유흥업소를 방문했다. 경찰은 각각의 이동 장소마다 술자리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SBS는 김호중이 5월 21일 경찰 소환 조사 당시 9일에 마신 술의 종류와 양에 대해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김호중은 음식점과 유흥업소에서 술자리가 있었고 소주 위주로 10잔 이내의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술자리가 계속 이어졌지만 공연을 위해 성대를 보호해야 해 술을 많이 마실 수 없었고, 양주는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는 게 알려진 대략적인 진술 내용이다. 사고 이유 역시 음주보다는 휴대전화 블루투스 페어링 조작을 하다 순간의 실수로 벌어졌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반면 경찰은 수병의 소주를 마신 것으로 보고 있다. MBN에 따르면 경찰이 유흥업소 직원들 소환 과정에서 김호중이 혼자 소주 3병 정도를 마신 것으로 기억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김호중의 진술처럼 양주는 마시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유흥주점은 소주를 판매하지 않는데 김호중의 부탁으로 소주를 제공했고 소주는 김호중이 홀로 마신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김호중 일행이 소주 3병 정도를 주문한 CCTV 영상과 매출 내역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앞서 방문한 음식점에서도 김호중 일행은 소주 7병과 맥주 3병을 주문했다.
게다가 경찰은 9일 밤 김호중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나와 비틀대며 걸어가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올라타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벌어지기 10분여 전 모습이다.
또한 김호중은 경찰의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했으며 이후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호중 소유의 아이폰 3대를 확보했지만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았다.
#치열한 법정 다툼 예상
결론은 향후 법원에서 나게 된다. 이미 김호중이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을 인정한 상황에서 법조계에선 형법상 범인도피방조 혐의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호중이 사고 직후 소속사 막내급 매니저 직원에게 수차례 전화해 대신 허위로 자수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모두 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을 위해 힘없는 사회 초년생 막내 매니저는 처벌을 받아도 되는 것이냐”며 김호중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초동의 변호사는 “범인도피 교사까지는 몰라도 방조는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관측했다.
반면 특정법상의 ‘도주치상’과 ‘위험운전치상’을 두고는 치열한 법정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중처벌이 이뤄지는 혐의들로 최대 15년의 징역형까지 나올 수도 있다. 자칫 김호중이 실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이와 같은 사법방해 행위의 경우 ‘양형의 가중요소로 구형에 반영’하게 돼 구형량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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