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나의 해방일지’라는 TV드라마가 방영됐다. 서울의 위성 도시에 사는 삼남매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고민을 생생하게 그려내 화제를 모았다. 사회 중심 세력으로 들어서는 세대들의 일상과 사랑, 미래에 대한 불안한 현실을 과장 없이 다루어 공감을 얻었다.
그 또래의 고민은 비단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언제나 그래왔다. 시대의 색깔이나 농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당대의 새로운 세대들은 늘 같은 질문으로 자신들의 삶은 설계해왔다.
그런데 예술에서는 조금 달랐다. 특히 우리 예술계에서는 젊은 세대의 관심사가 무거웠던 시대가 많았다. 이념 과잉 탓이다. 예술은 언제나 심오한 철학적 과제나 사회 문제를 고민의 대상으로 삼아야 가치 있게 평가되었다. 그래서 자신의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은 우리의 삶 자체가 3류 잡지의 내용처럼 통속한데도 이런 것을 예술의 주제로 삼는 것은 천박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 시대를 공유하는 기성세대는 아직도 자신의 예술에다 이런 위선적 태도를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금세기 들어서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날 신세대 작가들은 자신의 문제를 당당하게 예술적 주제로 드러낸다. 하찮은 일상사나 통속적 연애 감정 혹은 미래에 대한 해답 없는 질문을 진지한 태도로 다루어 새로운 세대에게서 공감을 이끌어낸다. 예술이 솔직하게 변했고, 이제는 새로운 흐름으로까지 떠올랐다.
이런 흐름을 만드는 데 예술적 표현 수단으로 쓰인 것이 팝아트다. 대중적 정서를 기반으로 지난 세기 중반에 영국과 미국에서 나타났고, 대중예술을 모범으로 성장해왔다. 미디어의 발달에 힘입어 대중문화의 힘이 막강해지면서 이 시대 가장 강력한 예술이 됐다.
독특한 화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세대 작가 ‘아일랜두’도 이런 흐름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팝아트의 표현어법 중 하나인 ‘만화적 언어’를 택해 자신이 만든 캐릭터와 만화적 구성으로 같은 또래들의 공통적 문제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작가는 ‘이지’와 ‘백’이라는 이름을 가진 코믹하고 순진해 보이는 새들을 캐릭터로 만들었다. 자신의 본명인 ‘이지백’을 나누어 붙인 이름이다. 오리 같기도 하고 딱다구리 혹은 병아리처럼도 보인다. 얼굴은 새지만 몸은 사람이다. 주둥이가 긴 캐릭터가 ‘이지’다. 이름처럼 매사를 쉽게 생각하고 긍정하는 캐릭터다. 병아리 얼굴은 한 캐릭터는 ‘백’인데,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네 컷 만화 구성 속에서 스토리를 연출한다. 소파에서 빈둥대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중얼거리거나, 침대에 누워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긍정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요즘 젊은 세대의 정서를 솔직하게 표현한다. 아일랜두의 회화는 버거운 현실을 재미있게 풀어내 공감을 얻고 있다.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