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 검찰개혁 강경 드라이브 맞서 ‘민심’ 얻기 나서…이 총장, 김 여사 수사 방향 따라 ‘사퇴’ 가능성도
검찰 역시 이런 여론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 이원석 검찰총장을 포함한 전·현직 검찰 간부들은 검찰개혁을 외치는 야당의 공세 대응을 두고 고심이 깊다. 최근 검찰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거나, 김호중 음주운전 사건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민심’을 얻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야권, 22대 국회 개원 앞두고 검찰개혁 공세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민주당 검찰개혁TF’를 꾸리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월 21일 열린 1차 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21대 국회는 검찰개혁을 실질적으로 완수하지 못했는데 그 결과 지난 2년간 대한민국은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검찰 독재 국가로 변했다”며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22대 국회에서 검찰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여야가 2022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재안에 합의한 일부 조항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여야는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한다고 합의했는데, 이를 토대로 검찰을 기소만 전담토록 하고 수사권은 뺏겠다는 계획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연일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개혁이 야권 연대의 틀 안에서 속도감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김용민 민주당 검찰개혁TF 단장은 조국혁신당 등 야권과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용민 단장은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이 각자 법안을 발의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함께 논의를 통해 통합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민생 사건 관련 발 빠른 대응
최근 일련의 논란들에 대해 검찰이 빠른 내부단속에 나선 것을 놓고 ‘검찰개혁 대응용’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5월 17일 대검찰청은 일선 검찰청에 업무 연락을 보내 ‘체포 후 구속영장이 신청된 사건 중 죄질이 불량한 민생침해사건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 그보다 4일 앞선 13일, 술에 취해 외제차를 몰다가 70대 노인을 치어 숨지게 한 뒤 도주한 20대 운전자의 구속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기각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제기되자 나온 대응이다.
5월 16일 인천지검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최근 경찰이 신청한 가해자 A 씨(29)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는데, 검찰은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A 씨는 도로 옆 골목길로 1km가량 도주했고, 사고 발생 50분 만에 경찰에 긴급 체포됐던 상황이었다. 적발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보다 훨씬 높은 0.199%였다.
비판이 제기되자 대검찰청은 곧바로 일선 청에 ‘경고’를 보낸 셈이다. 대검찰청은 업무연락에서 ‘음주운전 사망사고, 성폭력이나 스토킹 등 중대 민생침해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사건은 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인신구속 결정은 부장검사와 협의해야 한다’며 ‘휴일이나 야간 당직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총장 나서 김호중 사건 엄중대응 지시
이원석 검찰총장은 국민적 지탄이 쏟아진 김호중 음주 뺑소니 및 운전자 바꿔치기 사건에 직접 나섰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이원석 검찰총장까지 나서서 사법방해에 엄정대응할 것을 전국 일선 검찰청에 지시한 것(관련기사 ‘사법방해’ 제대로 찍혔다…‘음주 뺑소니’ 김호중 구속 결정적 장면).
이에 대검찰청은 20일 기획조정부장 명의의 업무연락을 일선청에 공유하며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김호중 사건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피의자, 피고인과 사건 관계인이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음주운전 운전자 바꿔치기, 의도적 추가음주, 진술거부를 넘어선 적극적 허위진술 등으로 사법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구속사유 판단과 양형인자 가중요소로 적극·필수 반영하라고 강조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사건이지만, 담당 검사가 직접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해 구속 필요성까지 설명하기도 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근 총선 결과가 ‘검찰개혁’을 외치는 야권의 승리로 끝났다는 것은 검찰이 그만큼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것 아니겠냐”며 “결국 검찰의 존재 이유는 이런 민생 관련 사건들에서 엄중한 대응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알기에 검찰총장도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총장 지시도 있고 중요사건이다 보니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담당 검사가 심사에 직접 출석했을 것”이라며 “김호중을 비롯한 세 사람이 향후 어떻게 입을 맞출지 모르고 죄질도 나빠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더라도 재청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건희 여사 사건 처리가 핵심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결국 핵심은 김건희 여사 사건 처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건 처리를 위해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이원석 검찰총장-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현 부산고검장) 라인의 수사 처리 방향이 수사팀 교체라는 검찰 인사로 이어진 것을 놓고 이원석 총장의 사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원석 총장은 당장은 사퇴할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총장과 다른 방향으로 수사를 이끌고 가거나, 국민적 비판의 여지가 있는 조치를 하려고 할 때 검찰조직을 위하는 결정으로 ‘사퇴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임기가 3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총장 임기(2년)를 채우는 것보다 검찰 조직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의 사퇴는 종종 정부와의 갈등 과정에서 벌어진 바 있다. 노무현 정부 때 김종빈 총장은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발동해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자 이를 수용하고 사표를 냈고, 이명박 정부 때 김준규 총장은 임기 만료를 한 달여 앞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사퇴한 바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검찰 조직’을 위해 사퇴를 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 총장을 잘 아는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아직은 사표의 의미가 큰 울림을 주지 못할 때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조금 더 기다리다가 수사 관련해 더 큰 항의를 할 때 써야 한다고 생각할 텐데 그런 시간이 다가왔을 때 검찰 조직의 안녕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할 사람이 이원석 총장”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남은 임기에 연연할 사람은 절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사퇴 카드를 썼을 때 야권의 검찰개혁 등으로부터 조직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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