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이 지난 5월 29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30/1717056079058082.jpg)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월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설명회(IR)에서 “개인적인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해외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IR은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장이 참여한다. 금융당국 대표로는 금융위원장이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복현 원장이 참여하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면 거래소 요청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상장증권의 범위, 매매거래의 유형 및 기한 등을 정해 차입공매도를 제한할 수 있다. 금감원은 권한이 없다. 하지만 이 원장의 발언 직후인 지난 17일 코스피는 1% 이상 급락했다.
시장이 출렁이자 대통령실은 고위관계자를 통해 “불법 공매도 문제를 해소하고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 공매도는 재개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 개발이 최소 10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며 정부 입장에 힘을 실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5월 29일 기자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공매도 재개와 관련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하지만 이복현 원장은 이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개인적인 욕심으로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 일부 재개하는 게 좋겠고, 재개가 어렵다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언제, 어떤 조건하에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는지 적어도 향후 흐름에 대해서는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는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대통령실과는 입장이 다름을 확인한 셈이다.
지난 5월 13일 정부가 부동산 PF 부실 정리 방안을 발표했다. 연초 이후 부동산 PF 관련해서는 이복현 원장이 주로 나섰지만 정작 대책 발표를 금융위가 주도하면서 이를 의아해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부실기업 판단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까지 제시됐다. 대책 내용은 금감원이 아닌 금융위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을 발표한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부동산 PF 연착륙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과 수단을 시장에 명확하고 투명하게 제공하여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금융위는 금감원 등과 함께 시장전문가 간담회, 연착륙 대책점검회의 등을 가지며 대책 실행을 주도하는 듯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7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30/1717056145509984.jpg)
이복현 원장이 건설업계와 간담회를 가진 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부동산 PF 구조조정과 관련해 “아무런 고통이나 충격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문제 있는 사업장은 어떤 식으로든 빨리 정리돼야 한다”며 “부실 PF 사업장을 계속 놔두면 자금이 순환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또다른 논쟁거리인 금융투자세 폐지에 대한 이복현 원장의 입장은 대통령실이나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금투세가 시행돼도 소득액 5000만 원까지는 공제가 되지만 과세 부담이 발생하는 고액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악화되면 일반 개인투자자들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는 논리다. 다만 이 논리라면 금투세 백지화의 직접적인 혜택은 고액투자자들만 누리게 된다. 일반 소액투자자들은 지금과 달라질 게 없다. 22대 국회에서도 과반을 확보한 야권은 금투세 백지화에 반대 입장이다. 정부는 이미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고액투자자들의 세 부담을 크게 낮췄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