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연기 불구 더딘 전개가 발목…영화 ‘1승’ ‘거미집’ 이어 신연식 감독과 세 번째 호흡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하고 있는 ‘삼식이 삼촌’은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하는 16부작 드라마다. 글로벌 OTT 플랫폼이 제작하는 대부분의 한국 콘텐츠가 범죄, 액션, 판타지 등 장르물에 집중된 것과 달리 ‘삼식이 삼촌’은 전쟁 직후부터 4‧19 혁명을 거쳐 박정희 정권의 태동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를 두루 다룬 작품이다.
보통 8부작에서 10부작 사이로 제작하는 OTT 시리즈와 비교해도 ‘삼식이 삼촌’은 호흡이 꽤 길다. 요즘은 지상파 채널의 미니시리즈도 좀처럼 엄두를 내지 않는 16부작으로 구성해 묵직한 이야기를 펼친다.
5월 15일부터 공개를 시작한 ‘삼식이 삼촌’을 향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더딘 이야기 전개가 요즘 드라마 호흡과 맞지 않는다는 반응 속에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들의 정체성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삼식이 삼촌’은 송강호가 출연을 결정하면서 제작이 이뤄진 작품이다. 시대극인 만큼 제작 규모도 만만치 않지만, 디즈니+라는 글로벌 플랫폼 공개로 직행할 수 있던 데는 송강호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송강호는 왜 ‘삼식이 삼촌’을 첫 드라마로 택했을까
송강호가 드라마 출연을 결심하도록 이끈 ‘삼식이 삼촌’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먹고 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전쟁 후 경제 발전을 향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시작되고, 정치와 사회의 소용돌이 안에서 특유의 기질로 세력을 확장하는 ‘문제적 인물’ 박두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박두칠은 전쟁 중에도 자신의 가족에게는 하루 세끼 밥을 꼭 챙겨 먹인 사람으로 설정된 인물. 드라마에서는 박두칠이라는 이름보다 ‘삼식이 삼촌’으로 불린다. 바로 송강호가 맡은 역할이다.
‘삼식이 삼촌’은 송강호가 맡은 박두칠과 1950년대 후반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엘리트 청년 김산을 두 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배우 변요한이 맡은 김산은 모두가 가난했던 1950년대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 국가 재건국에서 일하면서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고군분투한다. 그런 김산의 연설을 우연히 접한 박두칠은 자신이 품은 야망을 실행해줄 사람으로 김산을 지목하고 손을 잡는다.
드라마는 이들 주인공이 ‘부강한 나라’를 위해 마음을 모은 뒤 험난한 길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 4‧19 혁명, 5‧16 군사정변 등 현대사의 주요 변곡점을 짚는다. 역사적인 사건을 직접 다루지 않고, 그 시기를 관통한 박두칠이라는 인물을 통해 시대상을 보이는 방식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2편씩 새로운 이야기를 공개하는 ‘삼식이 삼촌’은 5월 29일까지 16부작 가운데 9부까지 공개했다. 작품이 처음 베일을 벗는 순간에는 ‘송강호의 첫 드라마 출연’이라는 사실로 크게 주목받았지만, 회를 거듭하며 중반부에 다다른 지금은 작품 전체를 둘러싼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녹여 넣은 드라마의 구성이 무겁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중‧장년 시청층, 특히 남성 시청자를 타깃으로 삼았지만 정작 디즈니+의 주요 구독층과는 거리가 멀다는 한계도 작용한다.
더욱이 극 초반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아야 할 박두칠이라는 인물의 개성이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드라마의 인지도 상승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있다. 대다수의 인물들이 이구동성 삼식이 삼촌을 치켜세우지만 정작 어떤 점이 대단한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몰입을 방해한다는 반응이다.
그렇다고 송강호의 첫 드라마라는 화제성이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삼식이 삼촌’은 첫 공개 다음 날인 5월 17일 OTT 플랫폼 콘텐츠 순위 차트인 플릭스패트롤 집계에서 디즈니+의 한국 TV쇼 부문 1위에 올랐고, 이는 5월 28일까지 유지되고 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을 표현하는 송강호의 연기에 관해서는 이견 없는 호평이 따른다. 특히 박찬욱 감독은 드라마 속 송강호에 대해 “송강호 연기의 절정이자 종합”이라며 “영화 ‘대부’에서 말런 브랜도, 알 파치노, 로버트 듀발이 변신 합체해서 한 인물을 연기했다면 이랬을까”라는 평가를 내놨다. 박 감독과 송강호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시작으로 ‘복수는 나의 것’ ‘박쥐’ 등 작품을 함께 작업한 관계다.
송강호는 드라마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며 “그런 걸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라서 아주 자연스럽게 이번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식이 삼촌’이 기존 OTT 플랫폼 시리즈들과 비교해 차이가 뚜렷한 작품이란 점도 송강호를 움직이게 했다. 그는 “트렌드를 따르면서 엄청난 물량을 쏟는 OTT 드라마들과 좀 다르다”며 “드라마 제목부터 아주 한국적인데, 먹는 일이 절박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한국적인 고유한 정서가 가장 잘 담긴 작품”이라고도 말했다.
#송강호의 드라마 출연 이끈 신연식 감독
송강호가 드라마에 도전하기까지 그 결심을 이끈 인물이 있다. 신연식 감독이다. 영화 ‘동주’의 각본을 쓰고 ‘프랑스 영화처럼’ ‘카시오페아’ 등 작품을 연출한 신 감독은 ‘삼식이 삼촌’ 전체 16부작의 극본을 쓰고 연출까지 혼자 맡았다. 송강호와는 벌써 3편의 작품을 함께하면서 돈독한 신뢰를 나누고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송강호는 지난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 4관왕의 영예를 안은 직후 신연식 감독으로부터 영화 ‘1승’ 출연 제안을 받았다. ‘1승’은 배구 선수 출신의 감독이 해체 직전의 여자 배구팀을 맡으면서 불가능한 1승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송강호는 배구감독 역을 맡아 배우 박정민, 장윤주 등과 호흡을 맞췄다.
사실 송강호의 캐스팅은 신연식 감독도 반신반의했던 상황. 그간 송강호가 주연한 영화들과 비교해 규모가 작고, 소재 역시 소소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송강호의 마음은 달랐다. 여자 배구팀 이야기인 ‘1승’의 시나리오를 읽은 송강호는 감독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에 대해 감독은 “시나리오를 전달한 뒤 송강호 배우로부터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때는(‘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직후) 엄청 많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텐데 왜 고맙다고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예상과 다른 송강호의 반응을 접하면서 감독은 그의 성향을 다시 알게 됐고, 그 과정에서 이번 ‘삼식이 삼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승’으로 시작해 지난해 송강호가 주연한 영화 ‘거미집’으로도 이어졌다. ‘거미집’은 김지운 감독이 연출과 각색을 맡은 작품으로, 신연식 감독은 영화의 처음 시나리오를 집필한 각본가다. 그렇게 이어진 인연이 세 번째 합작인 ‘삼식이 삼촌’으로도 계속됐다. 신 감독은 “송강호 배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삼식이 삼촌’의 캐릭터와 서사를 많이 구축했다”며 “이번 작품으로 송강호의 최대치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영화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베테랑이지만, 송강호에게 드라마는 낯선 도전이었다. 때문에 함께 연기하는 후배 배우들을 ‘선배’로 칭하면서 조언을 청했다. 그럴 때마다 후배들은 부담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상대역인 변요한은 “(송강호와) 연기할 때 숨을 잘못 쉬면 과호흡이 올 것만 같아서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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