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배달 적용한 요금제 부담, ‘차등 가격제’ 요구…수수료 상한선 규제 필요 의견도
#배달 앱 판매 가격을 본사가 강제하면 위법
최근 배달 앱에서 판매되는 치킨 가격을 두고 가맹점주의 잇단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푸라닭 가맹점주협의회는 최근 공정위에 본사의 배달 앱 가격통제 행위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다. 푸라닭의 경우 본사가 권장소비자가격 형태로 배달 앱 판매가를 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맹사업법에 따라 배달 앱 판매 가격을 본사가 강제하면 위법이다.
푸라닭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배달 앱 판매가의 상·하한선을 정해두고 가맹점주가 가격을 설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푸라닭 치킨을 운영하는 아이더스코리아 관계자는 “요청사항은 본사에서도 사전 인지하고 있다. 가맹본부·가맹 사업자·소비자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없는지 전방위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점주들 입장에서 판매가를 마음대로 정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배달 앱 판매가를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비자로부터 반발을 사고 다른 매장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어서다. 최근 한 브랜드 가맹점주협의회에서 차등 가격제 도입 요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차등 가격제는 배달 앱에서 판매되는 제품가를 실제 매장가와 다르게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파파이스와 KFC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중에선 차등 가격제를 공식 도입한 곳이 생겼지만 아직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에는 공식적으로 차등 가격제를 도입한 곳은 없다.
점주들의 최근 움직임은 배달 플랫폼의 무료 배달 혜택이 적용되는 새로운 요금제가 점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월 배달의민족(배민)은 요금제 ‘배민1플러스’를 출시했다. 주문 금액의 6.8% 수수료, 점주 부담 배달비 2500~3300원, 최대 3% 결제 수수료, 부가세가 포함된 요금제다. 기존에는 6600원 내에서 점주가 고객 부담 배달료를 정하는 방식이었다. 배민은 지난 4월 여러 집 배달을 함께 가는 ‘알뜰배달(묶음 배달)’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배민1플러스에 가입한 점주만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지난 3월 쿠팡이츠도 기존 4개 요금제를 하나로 통합해 ‘스마트 요금제’를 내놓았다. 주문 금액의 9.8% 중개수수료, 점주 부담 배달비 2900원, 결제수수료 3%, 부가세가 부담되는 요금제다. 기존 요금제와 비교해 중개수수료는 같지만 배민과 마찬가지로 점주들의 배달비 책정 권한이 사라졌다. 쿠팡은 3월부터 서울 등 수도권과 6대 광역시 위주로 자사 유료멤버십인 ‘로켓와우’ 회원에게 쿠팡이츠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스마트 요금제로 전환한 점주만 무료 배달 서비스가 가능하다. 요기요는 중개수수료 12.5%, 결제수수료, 부가세 등이 점주 부담이다.
본사가 배달 앱 요금제 가입을 점주들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점주들은 무료 배달 혜택이 있는 요금제 가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무료 배달로 소비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bhc·BBQ·교촌치킨·굽네치킨·푸라닭 등 국내 치킨 5대 브랜드 중 매출 규모 상위권 브랜드 한 곳은 점주들이 쿠팡이츠 스마트 요금제를 전원 해지하는 안에 대해 본사에 의견을 물어본 상태다.
국내 5대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맹점주협의회 회장들은 “평균 55% 정도 하는 물대(필수품목 공급가격)와 배달 요금제 수수료, 임대료,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역마진인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치킨 브랜드 관계자는 “할인 프로모션을 할 때 본사의 분담금을 높이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다만 본사도 마진을 다 포기하면서 점주들의 수익을 보장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무료 배달 마케팅 경쟁은 심화 전망
배달 플랫폼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구독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강화했다. 5월 26일 쿠팡이츠가 와우 멤버십 회원을 상대로 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전국으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5월 28일 배민은 구독 프로그램 ‘배민클럽’의 체험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민클럽은 구독자들은 배민클럽 표시가 있는 가게에서 알뜰배달은 배달비 무료, 한집배달은 배달비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배민클럽 가게 선정 대상은 배민1플러스 요금제에 가입한 매장 중 적정 최소 금액을 제시하고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매장이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4월 배민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2174만 명으로 시장점유율은 64%다. 쿠팡이츠는 684만 명(20%), 요기요는 551만 명(16%)이다.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독점적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 배민에 대응하기 위해서 후발주자들은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며 “배민 콜이 절대적으로 많으면 라이더(기사) 수급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가뜩이나 배달 시장이 지난해 역성장한 상황”이라고 했다.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는 후발주자들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수수료 인하 움직임도 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점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업주의 매출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배민1플러스에서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건당 2500~3000원이다. 이전에 대부분의 업주가 직접 설정해 부담하는 배달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앞서의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기존 요금제와 달리 고객들이 부담하던 배달비를 플랫폼이 부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점주들의 반응은 다르다. 현행 요금제가 개편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가맹본부도 배달 플랫폼 업체와의 관계에선 ‘을’이기 때문에 수수료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을 제정해 플랫폼 업체들이 부과하는 수수료율에 대한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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