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오송 침수사고 원인자에게 “유가족 슬픔에도 합당한 형 선고 못해…입법부가 관심 가져야”
31일 청주지방법원 형사5단독은 업무상과실치사, 증거위조교사,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시 공사 현장소장 A 씨에게 이 같은 형을 선고했다. 현장 감리단장 B 씨는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 씨 등은 도로(미호천교) 확장공사 편의를 위해 기존에 있던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한 뒤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조성하거나 공사 현장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인명 피해를 초래한 혐의를 받는다.
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시제방을 축조했다는 책임을 숨기기 위해 사전에 없던 시공계획서와 도면 등을 위조하도록 교사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과정에서 A 씨는 허가받지 않고 제방을 절개한 것은 행정상 착오였으며 철거 역시 설계도상 불가피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반면 B 씨는 시공사의 부실 공사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며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설계상 제방 절개가 불가피했더라도 절개 시기와 대체 제방 축조 계획 등 수해 방지 계획을 수립해 하천 점용허가를 다시 받고 공사를 진행했어야 했다며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임시제방을 기존 제방과 동일한 규격대로 축조하거나 사고 발생 하루 전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해 부실한 임시제방에 대한 보수작업을 진행했으면 강물이 월류해 제방이 유실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임시제방 인근에 피고인의 가족이 있었으면 그때도 제방을 튼튼하게 축조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가 사망한 것과 한 명이 사망한 것이 아무리 하나의 사고라도 같다고 볼 수 있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솔직하게 피고인 죄책에 상응하는 형은 최소 징역 15년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족의 슬픔과 안타까움을 함께하면서도 피고인에게 그에 합당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현실 앞에 법관으로서 무기력함을 느낀다”며 “입법부에서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상상적 경합’ 조항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이를 적용하면 피해자가 많더라도 한 건의 범죄로 간주하고 처벌한다.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 40분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고 총 14명이 숨졌다.
검찰은 이날 선고를 받은 현장소장, 감리단장 등 2명을 비롯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 경찰·소방관 등 부실 대응으로 사고를 키운 책임자 28명을 기소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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