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체제로는 레미콘노조는 개인사업자 단체다. 따라서 노동단체가 아닌 사업자협의회를 구성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은 노동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음에도 사업자단체보다 많은 이익을 위해 노조를 결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국내 양대 노동단체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나눠져 가입돼 있다.
경남레미콘협회는 최근 레미콘노조와 운송비 인상 협상을 통해 통상 3200원을 인상했다. 이는 사실상 사업자 간의 담합행위로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 레미콘노조가 운송을 거부할 경우 발생하는 레미콘협회의 경영상 타격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그 여파는 사회 전반으로 미친다.
레미콘노조로 피해가 발생한 곳은 경남개발공사가 시행하고 남양건설이 시공하는 공공주택사업 현장으로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일을 맡았다. 해당 현장은 공사기간 연장으로 도민의 혈세 86억 원가량이 추가로 투입될 판이다.
경남개발공사 공공주택사업지에 암석이 나와 이를 제거하는 공정으로 인해 공사기간이 연장됐다고 하지만, 실상과는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레미콘노조가 운송비 인상을 목적으로 2022년 4월부터 3개월가량 레미콘 운송을 거부한 결과가 준공 지연으로 연결된 것이다.
건설현장은 공정이 멈출 경우 그 타격은 6개월 이상 공사지연으로 나타난다. 멈춰버린 공사장이 재개할 경우 준비기간 등 여타 부수적인 문제 등으로 중단된 기간보다 3배의 공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지역의 한 건설 관계자는 “이번 노동부지노위의 결정으로 레미콘노조는 어용노조가 확실한 만큼 정부의 초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레미콘노조와 운송비 담합한 레미콘생산회사까지 담합한 근거를 찾아 엄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미콘노조가 주장하는 바가 틀리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레미콘생산회사와 레미콘노조는 건설기계임대차 계약을 한 것일 뿐 운전자 고용계약은 한 바가 없다. 이 계약서는 건설기계만 임대하는 것이며 운전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건설기계는 임대했으나 운전자는 임대 대상이 아니라 고용 대상임에 따라 레미콘노조의 주장도 근거가 충분하다는 게 바로 그런 일각의 시각을 뒷받침한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 진인의 오주석 변호사는 이와 관련 “임대계약이 이처럼 논란의 대상이 된다면 용역계약, 다시 말해 상법상으로 운송계약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특정한 일거리를 사업자 간의 용역계약으로 수행하면 된다”며 “사업자 간의 거래이기에 고용문제와 노조 설립 등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2006년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차량의 명의와 소유권을 가지고 있고,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없이 운송 실적에 기초한 운반비를 지급 받는다”며 “사업자등록을 한 뒤 사업소득세 및 부가가치세를 납부한다는 점을 비춰 볼 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보기 힘들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