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부장 A 씨 “상사 지시로 임원 법인카드 내역 전달”…바디프랜드 “중대한 형사 사건…행정소송 제기”
중노위는 지난 4월 26일 ‘바디프랜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바디프랜드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는 A 씨가 부당해고 당했음을 인정한 바 있다. 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A 씨 손을 들어줬다.
중노위는 “바디프랜드가 2023년 9월 1일 A 씨에게 행한 해고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며 “바디프랜드는 이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A 씨를 원직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6월 5일 기준으로 A 씨는 복직 되지 않았고 임금도 지급 받지 못했다.
2020년 6월 바디프랜드에 입사해 IT연구소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전사적자원관리) 개발팀에서 부장으로 근무한 A 씨는 ERP 개발과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했다. 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A 씨에겐 회계자료 등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됐다.
2023년 3~4월 A 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IT연구소의 B 전무이사로부터 “우리 회사 사내이사 C 씨의 퇴직 처리 여부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A 씨는 ERP 인사정보에 접속해 “C 씨가 퇴직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그 다음 달인 4월엔 B 전무가 A 씨에게 “개인적으로 궁금하다”며 “C 씨를 포함한 회사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USB에 저장하라”고 지시했다. A 씨는 이 또한 지시에 따랐다.
그런데 C 씨를 포함한 바디프랜드 경영진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2023년 7월 인터넷 매체 퍼블릭뉴스는 “바디프랜드는 코로나 방역 시국인 2021년 4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19개월 동안 서울 강남 소재 일반 한식 식당에서 법인카드로 총 1억 8700만 원의 접대비를 사용했다”며 “특히 한번에 3000만 원을 결제하거나 토요일에도 고액을 결제하는 등 수상한 사용 내역이 확인됐다”면서 “세무당국에서 법인카드 사용내역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바디프랜드는 법인카드 사용내역 언론 유출자 색출 작업에 나섰다. 그리고 2023년 8월 A 씨를 비롯해 B 전무, 이 회사에서 해임된 2명 등 모두 4명을 서울수서경찰서에 형사 고소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였다.
바디프랜드 측은 “(바디프랜드에서) 해임된 2명은 경영진 흠집 내기와 회사 재입성, 회사와의 협상 카드 등을 목적으로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B 전무로부터 받았다. 그런 다음 2023년 5월 ‘C 씨가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며 횡령‧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또한 해당 사실을 언론에 제공함으로써 각종 매체에서 ‘바디프랜드 경영진 법인카드 유용’ 기사가 다수 보도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바디프랜드 주가가 크게 하락했고 경영진 윤리성 문제가 대두돼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2023년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지난 4월 사내이사로 복귀한 C 씨는 현재 검찰로부터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바디프랜드는 경영권을 놓고 전‧현 주주 간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디프랜드는 A 씨가 전 경영진과 짜고 의도적으로 회사 기밀을 외부로 빼돌려 취업규칙을 위반했다고 강하게 의심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직속상관인 B 전무가 ‘다른 임원들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가 궁금하다’며 ‘나도 그에 맞춰서 법인카드를 사용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면서 자료 전달을 요청해 부당한 지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평행선을 긋는 양측 주장에 대해 중노위는 “A 씨의 비위행위는 취업규칙 ‘업무상 비밀 및 기밀을 누설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또한 C 씨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외부로 유출된 것에 A 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바디프랜드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노위 판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당사자나 대리인이 재심판정서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대전지방법원이나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바디프랜드 측은 “처분(중노위의 부당해고 판정) 즉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바디프랜드 측은 6월 5일 “A 씨는 현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변호사법 위반,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수사 받고 있는 ‘H 회사’에 중대한 업무상 비밀 및 기밀정보를 불법 누설한 범죄 혐의가 강하게 의심돼 회사 기밀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해고된 것”이라며 “단순한 노동 이슈로만 볼 수 없는 중대한 형사 사건이다. 회사는 이 같은 범죄 혐의로 인해 명예훼손을 비롯한 유무형의 손실까지 입고 있는 상황이므로 강력한 법적 절차를 통해 대응해 나갈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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