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형 부사장 재직, 금속광물 도매업·폐기물 처리업 등 14개…금호석유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려는 내용”
#박주형, 범금호가 첫 여성 임원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금호개발상사는 지난 2월 14개의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금호개발상사가 추가한 사업목적은 △금속광물 도매업 △1차 금속제품 도매업 △목재포장용 상자, 드럼 및 유사용기 제조업 △기타 기초 무기화학 물질 제조업 △치약, 비누 및 기타 세제 제조업 △바이오 연료 및 혼합물 제조업 △금속캔 및 기타 포장용기 제조업 △태양력 발전업 △지정 외 폐기물 수집, 운반업 △지정 외 폐기물 처리업 △건설 폐기물 처리업 △비금속류 해체 및 선별업 △비금속류 원료 재생업 △재생용 재료 수집 및 판매업 등이다.
금호개발상사는 2000년 설립된 무역업체다. 금호개발상사는 보험 대리점 사업도 영위하고 있지만 무역부문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금호개발상사의 지난해 매출 802억 원 중 92.13%인 738억 원이 무역부문에서 발생했다. 금호개발상사는 금호석유그룹의 몇 안 되는 비석유화학 업체지만 주로 석유화학 원부재료를 거래하는 관계로 석유화학 업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호개발상사는 오너 일가가 경영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아왔다.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금호석유 사장과 조카 박철완 전 금호석유 상무는 2010년 금호개발상사 사내이사에 취임했다. 박철완 전 상무는 2021년 4월 금호석유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해임됐고, 박준경 사장은 지난해 5월 사임했다.
박찬구 회장의 장녀 박주형 금호석유 부사장은 지난해 5월 박준경 사장의 뒤를 이어 금호개발상사 사내이사에 취임했다. 박주형 부사장은 현재 금호피앤비화학과 금호폴리켐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으며 금호석유 기획 및 관리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2015년 금호석유 상무에 취임하며 범금호가 첫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박주형 부사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박 부사장은 2016년 금호피앤비화학 사내이사에 취임해 실적과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시켰다는 평가다. 금호피앤비화학의 매출은 2016년 9235억 원에서 2017년 1조 2574억 원으로 36.15% 늘었다. 금호피앤비화학은 지난해에도 매출 1조 5135억 원을 거뒀다.
박주형 부사장이 금호석유그룹을 승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박찬구 회장과 박준경 사장은 각각 금호석유 지분 7.37%, 7.89%를 갖고 있지만 박주형 부사장의 지분은 1.08%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박준경 사장이 그룹을 승계하고, 박주형 부사장이 계열사 경영을 맡는 체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호개발상사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금호개발상사는 금호석유그룹에서 차지하는 자본이나 매출 비중이 크지 않다. 금호석유의 자본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5조 8340억 원에 달하지만 금호개발상사의 자본총액은 323억 원에 불과하다. 금호개발상사의 지난해 매출은 802억 원이었는데 이 중 59.17%인 479억 원이 계열사로부터 발생했다. 금호개발상사가 금호석유그룹 실적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신사업을 추진하기에는 기본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셈이다.
금호개발상사가 금호석유그룹 계열사의 지원을 받는 것도 현재로는 녹록지 않다. 금호석유그룹의 최근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해 계열사를 지원할 여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금호석유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2년 7조 9756억 원에서 2023년 6조 3225억 원으로 20.73%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 1473억 원에서 3590억 원으로 68.71% 줄었다.
더구나 금호개발상사가 추가한 사업목적은 금호석유그룹 차원에서 주력하는 신사업도 아니다. 백종훈 금호석유 대표는 올해 3월 주주총회 현장에서 “전기차 솔루션, 친환경 바이오, 고부가 스페셜티 등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 사업을 발굴하겠다”고 발언했다. 금호개발상사가 추가한 사업목적 중 ‘바이오 연료 및 혼합물 제조업’이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 다른 사업목적은 백 대표가 밝힌 신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이 때문에 박주형 부사장도 당장 금호개발상사의 신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호석유그룹 관계자도 “금호개발상사의 사업목적 추가는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려는 내용”이라면서도 “현재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라고 밝혔다.
#그룹 차원에서도 신사업 관심
사실 금호석유그룹은 지난 몇 년간 신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금호석유는 올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의 확장 또는 새로운 기회의 모색을 위해 재무적 유동성 관리가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한다”며 “재무 안정화에 집중하면서도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는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금호석유가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석유의 주요 사업은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제조다. 금호석유그룹 주요 계열사인 금호폴리켐과 금호피앤비화학, 금호미쓰이화학 등도 모두 화학제품 또는 합성고무 제조업체다. 석유화학업계가 불황에 빠지면 금호석유그룹 전반적으로 실적이 악화될 수 있는 구조다.
석유화학업계는 지난 수십 년간 호황기와 불황기가 반복돼 왔다. 당장의 매출 유지를 위해서라도 신사업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이 단기간 내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서연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석유화학업계는) 2019년 이후 증설에 따라 누적된 초과공급 규모가 매우 크며 일부 제품은 그 정도가 2026년까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 상황이 지속되며 비우호적인 업황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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