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찾은 서울 강서구 마곡 마이스(MICE)복합단지 특별계획구역 CP4 구역 부지에는 이미 건물이 크게 들어선 상태였다. 오는 8월 말 준공이 예정된 ‘원웨스트 서울’이다. 지하 7층~지상 11층, 연면적 46만 3098.48㎡(약 14만 평) 규모로 지어진다. 여기에는 업무시설, 판매시설 및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원웨스트 서울은 태영건설이 시공하고 있다. 시행사는 마곡CP4PFV(마곡씨피포피에프브이)로 태영건설, 이지스자산운용, 아이알디브이,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원웨스트 서울의 지하 2층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입점이 예정돼 있다. 앞서 2020년 3월 이마트는 CP4 구역 부지를 8158억 원에 매각하면서 해당 부지에 지어질 복합시설에 트레이더스를 입점하는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마곡점은 서울 시내 두 번째 트레이더스 매장이다. 현재 서울 시내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월계점이 유일하다. 마곡점은 서부권 오피스와 주택 상권을 공략하기 위한 점포다. 원웨스트 서울은 마곡역과 내부 통로로 연결될 예정이라 방문객 유입이 수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웨스트 서울 시행사는 대규모 점포로 승인 받을 당시 지역 상인들과의 상생 방안을 제시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장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인 대규모 점포가 문을 열려면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지방자치단체에 내야 한다. 강서구청 한 관계자는 “신규 점포에 소상공인 안내 팸플릿을 배치해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입점하는 대형마트는 무료 배달을 제한하고 마케팅을 최소화해 소상공인들과 상생 협력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인근 상인단체인 서울남서부슈퍼마켓협동조합과 송화벽화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은 이마트를 상대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사업조정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기업 등의 사업 진출로 해당 지역, 해당 업종 상당수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을 때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양측이 자율 조정에 이르지 못하면 정부는 대기업에게 품목·시설·수량 등을 축소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현재 중기중앙회는 현장실사를 통해 예상 피해 수준 등을 조사하는 사실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남서부슈퍼마켓협동조합에 대한 사실조사는 완료됐다. 송화벽화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에 대한 사실조사는 6월 둘째 주로 예정돼 있다. 이후 이마트와 각 조합이 자율조정 절차를 거친다. 양측이 자율조정에 실패하면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조정을 권고한다. 사업조정 결론이 나오기 전 중기부는 사업 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릴 수도 있다. 사업조정 대부분은 자율 조정으로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기중앙회 한 관계자는 “중앙회에서 사업조정 신청을 접수한 것은 어느 정도 이유가 타당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기부에서 특이사항이 있는 경우 사업조정을 반려하는 경우도 있다”며 “대규모 점포 승인 과정에서 협의 주체는 이마트가 아닌 원웨스트 서울 시행사였다. 조합 측에서는 이마트와는 충분한 대화가 되지 않았다고 보고 추가 논의를 하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은 품목 제한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28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송화벽화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한 관계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들어서는 원웨스트 서울은 방문객들을 많이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인들의 매출액은 5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시장에서 파는 품목들과 중복되는 물품은 제한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송화벽화시장에서 20년 넘게 과일 장사를 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지금보다 하루에 5만 원씩만 손실이 나도 한 달로 치면 손해액이 크다”라며 “시장 운영에 필요한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또 다른 상인은 “품목 일부 제한이 도움이 될 듯하다”라고 말했다. 서울남서부슈퍼마켓협동조합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월 의무 휴업일을 2회 두고 있다. 휴업일을 주말로 지정하거나 휴업일을 늘려 달라고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이마트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9157억 원, 30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매출 8184억 원, 영업이익 74억 원) 대비 각각 11.9%, 31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 할인점(이마트) 매출은 0.6% 오른 3조 338억 원, 영업이익은 3.0% 증가한 510억 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전문점(노브랜드) 매출은 7.2% 감소해 2535억 원, 영업이익은 42.1% 올라 108억 원을 달성했다.
이에 대해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고문은 “이마트 입장에서도 소상공인들의 요구를 아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소상공인이 일부 품목 제한 등을 고수할 경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상권이 발달한 서울 지역에 입점하려다 보니 잡음이 생겼을 것”이라며 “다만 서울에 대형마트를 낼 부지가 없어 최근에는 대형마트들이 상권이 덜 발달한 신도시나 지방 위주로 출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출점 확장 전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이마트 관계자는 “사업조정이 접수된 단계로 아직 조정 절차가 진행되지는 않았다”며 “이마트 트레이더스 마곡점은 2025년 상반기쯤 오픈을 예상한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주변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출점 소식 잠잠한 롯데마트맥스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는 최근 점포를 늘리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말 트레이더스 수원화서점을 새롭게 열었다. 내년에 마곡점이 오픈하면 매장은 총 23개가 된다. 이마트는 트레이더스 매장을 중장기적으로 3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코스트코는 오는 8월 인천 청라점, 2026년엔 익산점을 오픈한다. 코스트코 매장은 현재 18개다.
경쟁사들과 달리 롯데마트맥스의 점포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현재 롯데마트맥스는 서울 지역에 2개, 지방에 4개 총 6개다. 신규 출점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롯데마트맥스는 트레이더스나 코스트코와 다르게 유료 멤버십도 없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고문은 “롯데마트맥스는 점포수가 적으니 특색이 있으면서 값싼 물품을 유치하는 구매력이 약할 것”이라며 “이미 경쟁사들이 대다수의 물건을 파는 상황이다. 롯데마트맥스는 출점을 통한 이익이 작다고 생각해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 롯데마트 관계자는 “롯데마트맥스 6개점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5%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신선 카테고리 품목 매출은 약 10% 증가했다”며 “가성비 장점이 있는 맥스 전용 대용량 PB(자체브랜드) 상품을 지속 출시할 예정이다. 냉동 상품과 같은 직소싱 상품을 확대해 그로서리 중심의 창고형 매장으로 고객에게 다가갈 것이다. 추가 출점은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 유료 멤버십 도입도 현재는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