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챔스 15회 우승 기록…페레스 회장·안첼로티 감독 리더십 호평
#클럽 위의 클럽
레알 마드리드는 자타공인 유럽 최고 구단으로 통한다. 세계적인 경제지에서 구단 가치를 평가해 순위를 매길 때면 항상 최상단에 위치한다. 축구 선수라면 대부분 입단을 바라는 '꿈의 클럽'으로 통한다. 홈 경기장도 최근 리모델링을 해 개폐식 지붕을 갖추는 등 최고의 경기장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레알 마드리드가 '최고'로 불리는 이유는 이들의 끊임없는 성공 덕분이다. 이번 시즌 역시 챔피언스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수페르코파(슈퍼컵)에서 우승하며 3관왕을 달성했다. 이들은 이번 시즌 치른 55경기에서 단 2패만 기록하는 등 놀라운 시즌을 보냈다.
이들의 역사를 돌아봤을 때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 성과는 경쟁자가 없는 수준이다. 대회 전신 유러피언컵 시절을 포함해 15회 우승을 달성했다. 그다음이 AC 밀란의 7회 우승이다. 자국 내 라이벌인 바르셀로나는 5회에 그치고 있다. 대회 역사가 곧 레알 구단의 역사라는 평이 따를 정도다.
유러피언컵으로 시작된 대회는 창설 이후 5년간 레알이 독식했다. 대회가 챔피언스리그로 개편(1992년)되기 전까지 레알은 결승에 4회 진출해 우승 1회를 기록했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대회에 참가해 왔다. 그 기간 동안 조별리그 탈락 경험 없이 모든 대회에서 16강 이상 무대에 오른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유럽 전체를 통틀어 유일한 기록이다.
이외에도 레알은 챔피언스리그 관련 갖가지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업적은 최다우승(15회) 기록이다. 기록을 세우는 과정도 놀랍다. 챔피언스리그로 개편 이후 이들은 9회 결승에 진출에 모두 우승에 성공했다. 결승전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챔피언스리그 체제에서 2년 이상의 연속 우승을 차지한 팀도 이들이 유일하다. 레알은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대회 우승컵을 독차지했다.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남자
승자의 역사를 걸어 온 레알 마드리드를 현재까지도 독보적인 팀으로 이끌어 온 데는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있다. 그는 2000~2006년 구단 회장을 역임한 이후 2009년 재집권해 현재까지 자리를 이어오고 있다.
첫 회장 부임 시기에는 축구 외적으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고의 이름값을 가진 스타들을 수집하는 '갈락티코(은하수)' 정책을 펼친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대 라이벌 바르셀로나의 핵심선수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영입을 시작으로 지네딘 지단(프랑스), 호나우두(브라질),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등이 연이어 레알의 흰 유니폼을 입었다. 스타 군단에 쏠린 관심만큼이나 우려가 이어졌다. 개성이 강한 스타들이 모여 좋은 팀을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전술적으로도 피구와 베컴은 같은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선수였다. 실제 페레스 회장의 첫 재임기간 6년간 팀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하지만 이는 축구의 판도를 바꾼 선택으로 불린다. 갈락티코 정책을 펼치던 시기, 공수 불균형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으나 상업적으로는 막대한 성공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페레스 회장은 "가장 비싼 선수가 사실은 가장 싼 선수"라는 말을 남겼다. 당대 최고 스타를 수집하며 엘리트 구단으로서 이미지를 구축했고 다양한 사업으로 수익을 올렸다. 이 같은 페레스 회장의 경영 전략은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과의 연구 소재가 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돌아온 2009년에도 페레스 회장의 스타 영입은 이어졌다. 카카(브라질), 크리스티아노 호날두(포르투갈), 카림 벤제마(프랑스), 사비 알론소(스페인) 등이 연이어 레알로 향했다. 2000년대 초반 갈락티코 정책과 달랐던 점은 공수 밸런스에도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탄탄한 전략을 구축한 레알은 장기간 염원하던 챔피언스리그 10회째 우승에 이어 5개의 트로피를 추가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페레스 회장은 '미래'도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특급 유망주들 영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브라질), 안드리 루닌(우크라이나), 페데리코 발베르데(우루과이) 등을 10대 시절 영입해 세계 정상급 자원으로 성장시켰다. 이들은 자연스레 기존 스타들을 대체하고 있고 레알은 리빌딩 과정에서 진통을 겪지 않고 있다. 이에 과도한 지출을 자제하며 대다수 구단들이 자금난을 호소한 코로나19 시기도 어려움 없이 버텨냈다. 구장 리모델링에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도 이뤄낸 성과다. 그러면서도 현 시대 최고의 스타 킬리앙 음바페(프랑스)를 품으며 필요할 때는 확실하게 투자하는 면모도 보인다.
#덕장의 리더십
레알의 15번째 트로피 시상식 이후 선수들은 우승을 자축하는 시간을 가졌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젊은 선수들과 춤을 추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대다수 감독과 같이 포옹 등으로 기쁨을 나누는 것을 넘어 늦둥이 아들뻘 선수들과 함께 몸을 흔든 것이다. 안첼로티 감독 특유의 선수들과 융화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안첼로티 감독은 유럽 축구계 대표적인 '덕장'으로 꼽힌다. 40대 젊은 감독이던 이탈리아 생활 당시에도 선수들과 서슴없이 스킨십하는 장면이 관심을 모았다. 경기 전후 기자회견 등 공식 석상에서도 농담을 즐겨 한다. 그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 다수가 그를 '재미있는 사람'이라 평가한다.
선수들이 그를 부르는 호칭에서 안첼로티 감독의 성향을 알 수 있다. 대부분 구단에서 선수들이 자신의 사령탑을 '코치', '보스' 등으로 부르는 것과 달리 그는 팀 내에서 '카를로'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첼로티 감독은 이번 시즌 왼쪽에서 좋은 기량을 펼치는 측면 공격수 2명(비니시우스, 호드리구)을 억지로 양쪽으로 나눠 배치하지 않고 2명 모두 왼쪽에서 활약할 수 있게 하는 아이디어로 3관왕이라는 결과를 이뤄냈다.
안첼로티 감독은 좋은 자원이 즐비한 레알에 최적화된 전술, 전략을 고안해내는 능력을 가졌다. 이는 감독 초기 시절부터 좋은 평가를 받던 부분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다음 시즌 또 다른 특급 공격수 음바페의 합류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안첼로티 감독이 있기에 우려는 별로 제기되지 않는다. 그와 레알의 계약기간은 오는 2026년 여름까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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