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 ‘칸’서 손 흔들다 제지당해, ‘제다이’ 꿰찬 이정재 향한 비아냥도…스타워즈 감독 “차별하는 자 팬 아냐”
최근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윤아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5월 19일(현지시각) 프랑스에서 열린 제77회 칸국제영화제의 한 영화 시사회에 초청받아 레드카펫을 밟은 윤아는 취재진은 향해 손을 흔들려다가 한 여성 경호원으로부터 제지당했다. 직접 항의 의사를 밝히지 못했으나 손으로 그를 가로막는 경호원 앞에서 윤아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이 경호원의 만행은 윤아에 그치지 않았다. 걸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 출신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켈리 롤랜드, 도미니카 출신 여배우 마시엘 타베라스도 같은 방식으로 제지해 마찰을 일으켰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유색인종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당 경호원이 의도성을 갖고 이 같은 행동을 보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롤랜드는 언론 인터뷰에서 “레드카펫을 밟은 다른 여성 중 나와 닮지 않은 여성들은 혼이 나지도, 밀려 나가지도, 안으로 들어가라는 재촉을 받지도 았았다”며 “인종차별을 당한 것”이라고 항의했다.
결국 이 여성 경호원은 피소됐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출신 모델이자 패션 TV 진행자인 사와 폰티이스카는 이 경호원 때문에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봤다면서 칸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를 상대로 10만 유로(약 1억 5000만 원)의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경호원은 강력하게 항의하며 버티는 폰티이스카에게 완력을 쓰기도 했다.
이러한 인종차별적 행태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배우 이정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6월 5일 공개된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애콜라이트’에서 마스터 제다이 ‘솔’ 역을 맡았다. ‘애콜라이트’는 가장 미국적인 콘텐츠이자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스타워즈’의 새 시리즈다.
일부 비뚤어진 인식을 가진 네티즌은 이정재가 ‘스타워즈’ 시리즈의 주인공 자리를 꿰찬 것을 마뜩치 않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게다가 제다이라는 캐릭터가 우주의 평화를 수호하는 절대선이기 때문이다. 이정재가 동양인 최초로 제다이 역을 맡은 것에 대해 ‘애콜라이트’ 예고편 영상에는 “누군가가 (마스터) 제다이를 죽이고 있다. 그것은 디즈니”라는 뉘앙스의 댓글이 수차례 올라왔고 이에 동조하는 네티즌도 적잖았다.
‘애콜라이트’에는 이정재 외에도 여러 유색 인종 배우가 등장한다. 아만들라 스텐버그(아프리카계 미국인), 매니 자신토(필리핀계 캐나다인) 등이다. 최근 PC주의(정치적 올바름)을 앞세워 디즈니가 자사의 대표작에 여성, 유색인종,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작품성을 비롯해 캐릭터와 출연 배우의 싱크로율이 아니라, 작품이 공개되기 전 출연 배우의 인종과 국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건 명백한 인종 차별에 해당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대해 ‘애콜라이트’를 연출한 레슬리 헤드랜드 감독은 5월 29일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편견과 인종주의, 혐오와 관련된 발언을 하는 사람은 ‘스타워즈’의 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K팝 스타를 향한 왜곡된 반응도 여전하다. 역대 가장 성공한 K팝 그룹으로 손꼽히는 방탄소년단(BTS)은 과거 “게이 같다”는 등의 혐오적인 발언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K팝 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가 타깃이 됐다. 5월 초 그들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2024 멧갈라(Met Gala)’에 참석했다. 현장에 있던 사진 기자와 일부 파파라치 등은 스트레이키즈를 향해 “로봇 같다” “점프해봐” 등의 무례한 주문과 더불어 그들의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리가또”와 같이 일본어를 쓰며 조롱했다. 이에 영국 데일리메일은 ‘스트레이 키즈가 인종차별 사진작가들에게 조롱당하는 순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 대한 한류 스타들의 의연한 대처도 눈길을 끈다. 스트레이 키즈의 리더 방찬은 무례한 상황 속에서도 박수를 치며 멤버들의 주의를 환기시킨 뒤 자연스럽게 퇴장을 유도했다. 윤아에 대해서도 현지 매체는 “표정은 불편해 보였으나 반응하지 않고 조용히 참으며 안으로 들어갔다”라고 보도했고, 실제 윤아는 미소를 지으며 상황을 잘 수습했다는 평을 받았다.
반면 한류 스타들도 이런 인종 차별적 처사에 보다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인종 차별적 행태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갖지 못한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잘못을 바로잡지 않으면 ‘이렇게 해도 괜찮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다. 한류 스타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런 부적절한 행태에 대해 그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이 향후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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