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특허 비침해 및 의무 위반 확인 소송…넷리스트 특허 계속출원 전략, 분쟁 장기화 모양새
삼성전자와 삼성반도체(SSI) 그리고 삼성전자 미국법인(SEA)이 지난 5월 22일 넷리스트가 보유한 미국 특허 'US11880319'에 대한 특허 비침해 및 계약 위반 확인 소송을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는 삼성이 넷리스트와 관련된 특허 분쟁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넷리스트는 LG반도체 출신인 홍춘기 대표가 설립한 미국 나스닥 상장사로, 삼성과 2015년 메모리 반도체 관련 공동 개발 협력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삼성은 총 2300만 달러를 로열티로 지불했으나 넷리스트는 삼성이 계약을 위반했다며 2020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에 계약 위반 소송을 제기한 후 같은해 7월에 삼성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2022년 2월 캘리포니아 중부 지방법원은 넷리스트의 손을 들어줬다.
라이선스 계약 해지가 적법할 경우 삼성 측이 해당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한 셈이 된다. 이와 관련해 넷리스트는 2021년에는 삼성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에 사용되는 메모리 기술이 자사의 'US11386024' 특허 등을 침해했다며 미국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2023년 8월 미국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은 특허 침해 소송에서 배심원단의 평결을 수용해 3억 315만 달러(약 400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분위기가 반전됐다. 삼성이 넷리스트의 특허를 순차적으로 무효화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일 미국 특허심판원이 삼성전자 등이 제기한 특허 무효 소송 2건에 대해 원고 승소로 판결하면서 넷리스트가 특허 침해를 제기한 5건의 특허가 모두 무효 판정을 받았다.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에서 내린 손해배상 판결의 근거가 사라진 셈이다. 삼성은 무효 판정을 근거 삼아 연달아 추가 소송전에 나서고 있다. 넷리스트는 특허 계속출원(CA)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대표 변리사는 “CA란 청구항을 쪼개고 쪼개서 가능한 복수의 특허를 뽑아내 상대방이 무효화하기 어렵게 만드는 전략이다. 일일이 다 공격해서 무효화해야 하는데 권리를 만드는 비용이 죽이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특허권자에게 유리하다”라며 “삼성 측에서 상대하기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넷리스트는 2016~2020년 동안 SK하이닉스와 빚은 여섯 차례의 소송전에서도 동일한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리스트는 당시 상위특허가 무효화될 때마다 CA를 통해 파생된 하위 특허를 끌고 와 특허소송을 새롭게 제기해 분쟁을 장기화한 바 있다.
넷리스트는 분쟁이 되고 있는 특허가 표준특허라는 입장이다. 표준특허는 표준기술을 구현할 때 침해가 불가피한 특허를 뜻한다. 삼성 측은 해당 특허는 표준특허가 아니고 삼성은 특허를 침해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게다가 해당 특허가 표준특허일 경우 오히려 넷리스트가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에서 규정한 의무를 위반하는 셈이 된다고 주장했다.
제안된 특허기술이 표준화기구에서 표준으로 선정되려면 특허권자는 무료 혹은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RAND) 조건으로 라이선스할 의무가 생긴다. 소장에 따르면, 삼성은 넷리스트가 라이선스 계약 만료를 통보하고 재차 로열티 지급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RAND 의무를 위반했다며 법원의 구제를 요청하고 있다.
삼성은 소송전 초기부터 라이선스 계약 해지는 넷리스트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기 때문에 다툴 여지가 있고 삼성이 넷리스트에 이미 로열티를 완납해 특허 침해가 성립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넷리스트는 삼성에 계약 파기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낸드 플래시 및 D램 제품 공급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자사에 손해를 입혔고 세금을 부적절하게 공제한 점이 ‘중대한’ 계약 위반 사항이라는 것이다.
계약 해지와 관련해 제9 순회 항소법원 배심원들은 지난 5월 17일 넷리스트의 주장을 수용해 삼성이 ‘중대한 계약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 측 입장에서는 불리한 결과다.
지식재산권(IP) 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삼성 잘못으로 계약이 파기됐다는 사실이 인정됐으면 그 시점부터는 특허 침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셈이다. 삼성은 분쟁이 될 만한 특허들의 무효화나 비침해 판결을 받아내는 데 사활을 걸 것”이라며 “이전 특허의 무효화에 성공했다고 해서 비슷한 특허까지 다 무효화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이번 소송의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진행 중인 특허 소송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
'루나만큼은 아니지만…' 한국 대표 코인 클레이 폭락의 비밀
온라인 기사 ( 2022.05.27 19:51 )
-
에픽스토어 무료게임으로 명작 ‘바이오쇼크’ 3부작 푼다
온라인 기사 ( 2022.05.28 15:18 )
-
불사조 될까 잿더미 될까…권도형 '루나 2.0' 론칭 막전막후
온라인 기사 ( 2022.05.31 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