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수아레즈가 또 하나의 '역수출 신화'를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607/1717766330090350.jpg)
수아레즈는 이날까지 올 시즌 13경기(선발 6경기·39⅓이닝)에서 2승 1홀드 평균자책점 1.83탈삼진 33개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7경기째 평균자책점 1점대를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1.02), 피안타율(0.206) 모두 빅리그 정상급 수치다. 아직 규정이닝은 채우지 못했지만, 40이닝 가까이 던지면서 이런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게 놀랍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수아레즈는 2016~2017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40경기(선발 12경기·115⅔이닝)에 나가 3승 8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51 탈삼진 88개를 기록하면서 좀 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18년에는 시즌 내내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만 머물자 2019년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3년을 활약하다 2022년과 지난해 한국에서 뛰었다. 삼성에선 2년간 선발 49경기(281⅔이닝)에서 10승 15패 평균자책점 3.04 탈삼진 247개로 준수한 활약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6일 대구 LG 트윈스전에서 1루 커버를 하다 왼쪽 종아리 비복근이 손상돼 4주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최하위로 탈꼴찌가 급했던 삼성은 외국인 선수 없이 4주 이상을 버틸 여력이 없었다. 수아레즈는 결국 웨이버 공시 됐다.
이후 한국을 떠난 수아레즈는 얼마 뒤 볼티모어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외국인 투수 시장이 좋지 않았던 지난겨울, KBO리그 여러 팀이 이미 검증을 마친 수아레즈를 노리기도 했다. 하지만 볼티모어가 수아레즈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고, 선수 본인도 메이저리그 재도전 의지가 강했다. 30대 중반의 적잖은 나이에도 자신감이 있었고, 시범경기부터 최고 시속 157㎞ 강속구를 던져 존재감을 알렸다.
수아레즈는 빅리그 개막 로스터에 들지 못해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4월 18일 콜업된 뒤 대체 선발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5월 들어선 멀티 이닝을 던지는 구원 투수로 경쟁력을 유지했고, 최근 3경기에선 다시 선발 투수로 복귀했다. 선발 요원 존 민스와 타일러 웰스가 팔꿈치 내측측부인대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시즌을 조기 마감한 뒤라 수아레즈에게 당분간 선발 기회가 계속 주어질 전망이다. 아메리칸리그(AL) 전체 승률 3위(0.650)를 달리고 있는 볼티모어는 선발 평균자책점도 전체 3위(3.06)로 빅리그 정상급 선발진을 꾸리고 있다. 여기에 수아레즈가 가세해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수아레즈는 아직 선발로 6이닝 이상 던진 적이 없다. 2경기에서 5⅔이닝씩 던진 게 최다 기록이다. 삼성 시절처럼 긴 이닝을 소화하진 않지만, 평균 시속 153㎞에 달하는 강력한 직구를 매 이닝 전력 투구한다. 9이닝당 볼넷이 2.5개에 불과할 만큼 안정된 제구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의 '역수출 신화'도 탄생할 수 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