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혐의 전면 부인 속 추가 소환 가능성 낮아…이화영 판결문 토대 혐의 좁혀 불구속 기소 관측
#대북 송금 대납, 제3자 뇌물 적용 유력
수원지검은 이재명 대표를 기소하는 과정을 시작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이 대표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혐의 공범으로 보고 공소장 작성에 돌입했다. 구체적인 혐의는 제3자 뇌물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공모해 대북 사업을 돕는 대가로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하고, 이러한 과정이 이 대표에게 최소 10차례 넘게 보고된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7일 이 전 부지사의 1심 재판부는 쌍방울 측이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 측에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와 자신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당시 경기지사이자 차기 유력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가 지자체장으로서는 최초로 단독 방북을 성사시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대북송금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대북사업이라는 목표를 위해 이 대표는 정치적 업적을, 쌍방울은 독점적인 사업권을 얻어 확장을 꾀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 측은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이 독단적으로 처리한 일들이고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이재명 지사 시절 경기도가 매월 간부회의나 티타임, 사전보고를 통해 누락 없이 경기지사에게 보고했다는 보고 체계도 주요 근거로 보고 있다. 대북사업 같은 중요사안을 보고 없이 부지사가 자체적으로 추진했을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도 법정에서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북송금에 연관됐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진술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검찰이 “이 전 부지사가 대납을 요청하며 이재명 지사도 알고 있으며, 쌍방울이 이를 대납하면 이재명도 쌍방울그룹을 지원할 거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이 맞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하며 “쌍방울이 북한에서 제대로 (대북사업을) 해보고 싶었던 것은 저희 뒤엔 경기도가 있고 경기도 뒤에는 ‘대권주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또, 검찰은 이 대표에게 한국은행 총재 허가를 받지 않고 금융제재 대상자인 북한에 불법으로 돈을 넘긴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도 적용할 방침이다.
#소환조사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은 낮아
핵심은 결국 당시 경기도의 최고 결재권자였던 이 대표가 이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다. 형법 제130조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처벌하도록 적시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직접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도 경기도가 쌍방울의 대북 사업권을 직접·묵시적으로 약속하고, 이에 쌍방울이 제3자인 북한에 거액의 돈을 송금했고 이를 이 대표가 알고 승인했다면 문제가 된다.
그리고 이 전 부지사의 사건 1심 재판부 판단은 ‘북한에 넘어간 돈은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목적의 제3자 뇌물’이라는 것이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6월 7일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9년 6월을 선고하며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할 목적으로 쌍방울 임직원들을 동원해 미화 230만 달러를 국외로 수출했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판결문 분석에 본격 착수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11일 대검찰청에 출근하는 길에 만난 취재진의 ‘이 대표에 대한 기소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건의 실체가 명확히 규명되고 그에 따르는 책임이 엄중히 물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화영 전 부지사의) 300페이지가량 되는 방대한 판결문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각의 잘못된 주장과는 달리 국정원 문건을 유죄 판결의 주요한 근거로 삼고 있다는 것이 판결문 분석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미 수원지검에서 판결문을 입수, 이를 토대로 향후 대응 방향을 보고했다는 분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주요 사건의 경우 선고 직후 결과에서부터, 판결문 분석 후 향후 대응 방향을 정리해서 대검에 보고를 하는 게 보편적”이라며 “그 보고 과정에서 향후 대응 방향이 승인이 났기에 공소장을 작성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소환조사 등 추가적인 조치 없이 수사가 마무리됐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지점이다. 이미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전, 이재명 대표를 두 차례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 측의 입장을 확인했다. 이 대표 측이 지금까지 모두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기에 추가적인 소환조사는 의미가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다만 증거자료가 방대하고, 판결문을 토대로 기소 범위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공소장 작성에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증거 자료가 수천~수만에 달할 만큼 양이 많을 경우 이를 200~300페이지로 줄여서 정리하는 일이 하루 이틀에 되는 게 아닐 수 있다”며 “부장-차장검사-검사장-대검 라인을 모두 거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조율이 길어지면 2주도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혐의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했던 대북송금 비용 800만 달러 가운데 경기도 스마트팜 대납비용을 164만 달러,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230만 달러로 총 394만 달러만을 인정했다. 때문에 검찰이 무리하지 않고 394만 달러만 공소장에 포함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출신의 대형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선거에서 참패를 한 상황에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하기보다는 정제된 수사를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은 혐의를 줄이는 것”이라며 “민주당 반발에 맞서기 위해 혐의 금액을 1심 유죄 판단이 나온 부분으로만 제한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본격화
불법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추가 기소가 이뤄지면 이 대표는 총 4건의 재판을 받게 된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거론되는 대목이다. 현재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성남 FC’ 개발비리 의혹 사건으로 매주 화요일과 격주 금요일,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격주 금요일 재판에 출석 중이다. ‘검사 사칭 관련 위증교사’ 혐의 재판도 한 달에 한 번꼴로 출석한다.
이 가운데 대장동 사건과 불법 대북송금 사건의 경우 사건의 양이 방대해 대법원 판단이 나오려면 2027년 대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재판이 오래 걸리다 보니 재판을 받는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를 가정한 기사들이 나오는 것 아니겠냐”며 “사건이 복잡하고 피고인과 검찰이 첨예하게 다투다 보니 정치 관련 사건들이 더 늦어지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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