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개발 “시멘트 외의 석회석 관련업 준비 중”…승계 지렛대 전망 ‘에스피네이처’도 사업 영역 확대
#친환경 신사업 나설까
삼표그룹은 1952년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부친인 정인욱 창업주가 강원탄광을 설립한 것이 시작이다. 정 창업주는 1966년 연탄수송을 위해 삼강운수를 설립했다. 삼강운수가 삼표산업으로 사명이 바뀌었다. 삼표그룹은 현대차그룹과 포스코 사돈기업으로 더 유명하다. 정 회장의 장녀 지선 씨의 남편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다. 차녀 지윤 씨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 박성빈 SPK인크 대표와 결혼했다.
삼표그룹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말 기준 삼표그룹의 자산 총액은 약 5조 2810억 원으로 재계 84위다. 삼표그룹은 삼표산업, 삼표시멘트, 삼표피앤씨, 삼표레일웨이, 에스피네이처 등을 계열사로 뒀다. 삼표그룹은 △건설소재 사업(시멘트와 골재 등 생산) △콘크리트 사업(레미콘과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등 생산) △순환자원 사업(철스크랩 생산) △인프라 사업(철도궤도용품 생산) 등을 영위하고 있다.
정대현 부회장은 정 회장의 막내이자 장남이다. 현재로선 정 부회장이 차기 후계자로 유력하다. 정 부회장은 2006년 삼표그룹 과장으로 입사해 2015년 삼표시멘트 부사장, 2019년 사장직에 올랐다. 지난해 말에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2015년 삼표레일웨이와 2018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직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는 두 회사에서 대표직에서 내려와 사내이사직만 맡고 있다. 장녀와 차녀인 정지선 씨와 정지윤 씨는 삼표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유형개발은 정대현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대규모기업집단현황’에 따르면 유형개발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업종은 ‘그 외 기타 비금속광물 광업’이다. 유형개발은 사업 주요 품목으로 석회석을 지정했다. 유형개발 대표는 정 부회장의 또 다른 개인회사 에스피네이처에서 퇴직한 직원이 맡았다. 유형개발은 강원도 삼척시에 회사 주소지를 뒀다.
유형개발 한 관계자는 “석회석은 시멘트 외에도 골재나 철재용으로도 쓰인다. 석회석 관련 사업 중에서 시멘트 외의 다른 분야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유형개발은 △클링커 등 시멘트제품의 제조, 연구 및 개발업 △건축재료의 제조 및 판매업 △석회석 판매, 유통 및 제조업 △골재생산 및 판매업 △광물성 생산품 및 이들의 원료에 대한 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등록했다. 앞서의 유형개발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형개발이 친환경에 방점을 찍은 신사업을 구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광물업계 한 관계자는 “칼슘 성분인 석회석은 탄소를 흡수한다. 석회석을 이용하는 산업은 대부분 고열로 석회석을 분해하는데 이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석회석을 이용해 다시 탄소를 회수하는 방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했다. 광물업계 다른 관계자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이 각광 받고 있다. 석회석 가공 업체든 석회석을 활용해 물품을 생산하는 업체든 탄소중립에 가장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현 부회장은 다른 개인회사를 통해서도 신사업에 나서고 있다. 정 부회장은 디에이치씨인베스트먼트와 에스피앤모빌리티 지분 각각 100%, 60%를 보유 중이다. 2022년 설립된 디에이치씨인베스트먼트는 투자업을 영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같은 해 설립된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자동 로봇주차 시스템 사업을 펼치는 업체다. 자동 로봇주차 시스템은 로봇이 직접 차량을 들어 주차해주는 시스템이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국내 스타트업 셈페르엠과의 합작 법인이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실적이 궤도에 오르지는 못했다. 디에이치씨인베스트먼트의 지난해 매출은 0원, 영업손실은 9900만 원이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 0원, 영업손실 2억 3500만 원을 기록했다.
정대현 부회장이 개인회사를 통해 신사업에 대한 능력을 입증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 자녀들이 경영권을 세습하는데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증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스피네이처 가치 높이기
정대현 부회장 개인회사 중 가장 중요한 곳은 에스피네이처다. 에스피네이처는 정 부회장이 지분 71.95%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삼표그룹 지주사격인 삼표산업은 정도원 회장(30.33%), 정 부회장(5.22%), 정지윤 씨(0.72%), 에스피네이처(18.23%)가 주주로 있다. 승계를 위해서는 정 부회장이 정 회장의 삼표산업 지분을 넘겨받는 방안이 있다. 혹은 에스피네이처가 삼표산업을 합병해 정 부회장의 지분율을 높이는 안도 거론된다. 정 부회장은 이 과정에서 에스피네이처 주식 현물출자를 통해 삼표산업의 신주를 취득할 수 있다.
최근 에스피네이처는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에스피네이처는 승계를 할 때 지렛대 역할로 활용될 수 있다. 에스피네이처의 가치가 높을수록 삼표산업과 합병 비율을 정할 때 유리하다”고 했다. 올해 1월 에스피네이처는 사업목적에 ‘기업에 대한 투자 사업’ ‘사모펀드, 투자조합 기타 투자기구 및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사업’ 등을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 영위하던 철스크랩(철강산업의 3대 원료) 제조 사업 등에 더해 신사업을 도모하는 것이다.
지난 2월 에스피네이처는 레미콘사업부 물적분할도 단행했다. 에스피네이처는 공시를 통해 전문화된 사업 영업에 역량을 집중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분할을 했다고 밝혔다.
삼표그룹 승계가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 회장은 1947년생(만 77세)으로 적지 않은 나이다. 2022년 1월 노동자 3명이 사망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로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업 회장이 기소된 첫 번째 사례다.
이와 관련, 삼표그룹 관계자는 “유형개발을 설립한 것은 신사업 진출의 일환”이라며 “에스피네이처 역시 (투자업 관련) 신사업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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