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공식사과 미뤄져 직접 추진…유해 275점·유품 57점 인수, 전체 발굴 완료 뒤 유전자 감식·화장 등 진행
이번 인수는 경기도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도는 진실화해위에서 임시보관 중인 선감학원 희생자 시굴 유해를 수습해 ‘선감학원 희생자 공동묘역 유해발굴 사업’과 연계 처리할 계획이다.
앞선 2023년 경기도는 ‘유해 발굴 및 제도개선은 국가 주도로, 피해자 지원 사업은 경기도가 집중해 추진함을 원칙’으로 했으나 국가의 공식 사과와 제도 개선이 미뤄짐에 따라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3월 국가를 대신해 ‘선감학원 희생자 공동묘역 유해발굴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총사업비 9억 원의 예산을 예비비로 긴급 편성한 바 있다.
현재 도는 해당 공동묘역 유해 발굴을 위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묘 일제조사를 거쳐 개장공고를 실시 중에 있다. 도는 발굴이 완료되는 오는 10월부터 시굴 유해를 포함한 전체 발굴 유해에 대해 인류학적 조사, 유전자 감식, 화장, 봉안 등의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경기도는 올해 선감학원 사건 피해지원 대책으로 피해자지원금과 의료지원을 포함해 선감학원 옛터 보존·활용 연구, 추모비 설치, 추모문화제 지원, 희생자 유해발굴 등에 예비비 포함 총 22억 5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마순흥 경기도 인권담당관은 “국가를 대신해 도가 유해발굴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한 이상 시굴 유해도 도가 수습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억울하게 희생된 모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실추된 명예를 온전히 회복시켜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선감학원 사건은 국가정책에 따라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1982년까지 부랑아 교화라는 명분 아래 4700여 명의 소년들에게 강제노역, 구타, 가혹행위, 암매장 등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022년 10월 진실규명 결정 당시 선감학원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아동인권침해’로 결론 내리고, 선감학원 운영 주체인 경기도와 위법적 부랑아 정책을 시행한 국가를 대상으로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 희생자 유해발굴 등을 권고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진실화해위원회 권고 발표 하루 전인 2022년 10월 19일 선감학원 피해자를 찾아 관선 도지사 시절 행해진 국가폭력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선감학원 피해자지원센터를 안산에서 수원 경기도청 구 청사로 이전해 피해자들이 쉽게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2023년 3월에는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 123명에게 500만 원의 위로금과 월 20만 원의 생활 안정지원금 등을 지급했다.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위로금 지급은 최초였다.
선감학원 피해자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생활안정지원금이 소득인정액에 포함돼 지원금을 포기하는 문제가 발생하자 경기도는 도의회와 협력해 지난해 12월 ‘경기도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 조례’를 개정, 기초생활수급자인 피해자들이 생활안정지원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는 2023년 총 194명의 피해자에게 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했는데 이 중 약 27%인 52명이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경기도는 올해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금 지급 대상을 원아대장 작성 이전 입소 피해자까지 확대한다. 올해 1분기 기준 지원 대상자는 204명이지만 지원 대상을 원아대장을 근거로 선정하면서 원아대장이 작성되지 않은 1942년부터 1954년까지 약 13년간 입소자들은 피해사실 입증을 하지 못해 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도는 1954년 이전 선감학원에 입소한 피해자를 구제하고자 피해자단체 등의 보증, 경기도 선감학원사건 피해지원심의위원회의 검토‧심의 등 별도 검증 절차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도는 6월 말부터 피해자 지원금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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